Bottom-up 비전 수립, 이렇게 하라 이상훈 베인 & 컴퍼니 코리아 이사

큰 기업일수록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비전을 수립하기란 쉽지 않은 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부터 마침내 탄생한 비전을 실행하기 까지, 비전 수립 과정에 있어 꼭 필요한 과정과 노하우를 정리해보았다.

1 구성원을 세그멘테이션하라
Bottom-up으로 비전을 수립하려면 우선은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차근차근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10명이 하던 브레인스토밍을 5,000명이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불특정 다수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의견을 내라고 하면 누구든 선뜻 나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고객을 세그멘테이션하여 나누듯 구성원들도 세그멘테이션하여 유사한 니즈와 고민을 가진 그룹 간에 논의를 발전시키는 방법을 사용해보자.. 많은 사람이 모인 딱딱한 회의 자리에서는 조용히 있던 사람도 관심분야나 전문분야가 비슷한 사람들과 삼삼오오 모였을 때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곤 한다. 그러므로 구성원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면 이야기 그룹을 소규모로 나누어 자유롭게 의견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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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리더의 경청과 대화가 필요하다.모두가 참여한다는 것은 자칫 아무도 참여하지 않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는 먼저,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리더가 고민하는 문제를 같이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다시 솔직담백하게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구성원들과 토론하는 자리에서는 무관심형 리더십과 독재자형 리더십이 상반되게 나타나곤 한다. Bottom-up 비전 수립을 위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다가 정리 자리에서 인사만 하거나, 일방적으로 얘기를 쏟아내는 리더가 아니라, 진심으로 경청하는 리더의 노력이 필요하다. 임원, 팀장, CEO의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모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소통 한마당’이 이루어져야 한다.

3 경쟁 프로그램을 만들어라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적인 방법도 필요하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구성원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콘테스트를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슈퍼스타 K>나 <나는 가수다> 등의 경쟁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라. 사람들은 선의의 경쟁을 좋아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다. 소프트 뱅크, IBM 등의 업체에서 비전이나 혁신 아이디어를 공모해 활용한 사례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적극 시도해보자. 비전에 대한 키워드나 롤모델, 슬로건, 프리젠테이션 등 참여 프로그램은 무궁무진하다.

4 끊임없이 이슈화하라
Bottom-up으로 비전을 수립하려는 것은 매우 훌륭한 아이디어다. 하지만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참여율이 저조하다면 그 의미가 무색해질 수 있다. 모두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사내에서 비전에 관한 이슈가 끊이지 않아야 한다. 구성원들이 점심시간에 티타임을 가지면서 나누는 잡담이나 퇴근 후에 술자리에서 주고받는 이야기의 소재로 ‘비전’이 계속 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관심분야나 감정의 온도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프로그램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콘테스트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설문에 적극적이고, 또 어떤 사람은 그룹 토론이 잘 맞을 수도 있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돌리고 이슈를 계속 만들어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자.

5 비전 수립 과정을 측정하고, 공유하라
비전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수가 많을수록 과정에 대한 투명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람이 많다보면 자칫 진척도를 알 수 없어 일의 진행 정도를 체감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가령 두세 사람이 산을 오를 때는 어느 산으로 가는지, 얼마만큼 왔는지 금세 확인할 수 있지만 5,000명이 산을 오르다보면 현재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조차 확신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정성적, 정량적 측면이 함께 공유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결과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정성적 측면이란 구성원들이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단계별, 과정별로 중간중간 결과를 공유하는 것이다. 정량적 측면이란 진행상황에 대해 평가나 공유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과정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의견이 나올 수 있고, 구성원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

6 지원조직과 체계를 구축하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도 중요하다.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부터 의견을 분류하고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단계별 프로그램도 잘 짜야 하고, 이 모든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현장 스태프도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또, bottom-up으로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듣다보면 아이디어가 무한정으로 쏟아진다. 하지만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의견을 수렴하다보면 몇 가지 큰 틀 안에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므로 5,000가지 아이디어를 빠른 시간 안에 그룹별로 분류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주관식으로 갈 때와 객관식으로 갈 때를 잘 구별해서 적절한 답안을 제시하는 혜안과 리더십도 필요하다.

7 비전을 아이콘화해라
위와 같은 방법으로 비전이 수립되었다면 모두가 비전을 매일 함께 체감하고 리마인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가시적인 장치를 통해 비전을 아이콘화하는 방법이 있다. 비전을 형상화한 이미지나 심벌을 만들어서 나누어주거나 서약식 등의 이벤트를 통해 구성원들이 스스로 다짐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도 좋다. 책상 위나 모니터 옆에 비전이 새겨진 모형을 놓아두고 매일 함께 보면서 각오를 다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ICT회사인 SK텔레콤의 특성을 살려 비전과 관련된 애플리케이션이나 스크린 세이버 같은 디지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8 즉시 실행하자
비전 수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단계만이 남았다. 바로 실행이다. 아무리 훌륭한 비전이 있어도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은 비전이다. 하지만 bottom-up 형식으로 모두가 참여하고, 그 과정을 지금까지 충실히 공유했다면 결과를 발표하기도 전에 이미 구성원들은 비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마음 속 깊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비전을 해석하고,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한 계획도 잡혀 있을 것이다. Bottom-up형 비전의 가장 좋은 점이 바로 이부분이다. 굳이 윗선에서 행동 방향을 제시하지 않아도 구성원 모두가 즉시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SK텔레콤 구성원들이 모두 공감하고 실행할 수 있는 멋진 비전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