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점이 멈춘 시대, 공간 효율 극대화에 집중하라

출점을 통한 성장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게 기존점 성장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됐다. 어떻게 하면 매장이라는 공간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기존점 성장을 가능케 할 수 있을지 그 방법론에 대해 베인앤드컴퍼니의 강지철 상무와 얘기를 나눠봤다.

RM 대형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포화시점을 맞이함에 따라 향후 유통업계의 경쟁양상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 그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유통시장은 이제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접어들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같은 대형 유통 포맷 경우 1년에 신규 출점하는 점포 수는 많아야 업체별로 2~3개를 넘지 않는다. 오프라인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는 편의점도 1인당 점포 수가 포화에 이르렀다.

그동안 볼륨 확대를 통한 성장에 의존해 온 국내 유통업체들은 더 이상 출점 여력이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을 잃었다. 이제 기존점 활성화를 통해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저성장, 디지털화 국면과 맞물려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 대안으로 너도나도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매출 볼륨을 확대할 수는 있어도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채널은 여전히 매출이 커질수록 손실도 커지는 딜레마에 있다.

갈수록 소매업계에 SCM(supply chain management) 역량이 중요해지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다. 이제 유통업계 화두는 ‘성장’에서 ‘수익성 개선’으로 옮겨지고 있다. 과거와 같은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수익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점 매출 성장과 비용절감뿐이다.

월마트나 까르푸 같은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이미 기업 가치에 대한 소구 포인트를 기존점 성장과 운영 효율성 관리에 두기 시작했다. 특히 까르푸 경우 2012년, 향후 코스트 관리 등 몇 가지 목표관리를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리겠다고 발표했으며, 실제 그 후 지표상으로 개선된 모습을 보여 주주들의 호응을 얻었다. 국내 유통업체들 역시 ‘내실’ 위주의 경영을 펼치며, 기존점 수익 개선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RM 그렇다면 성장 모멘텀으로 지적한 기존점 매출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점당 매출 성장은 차별화된 상품과 진열기법,서비스 개선 등 굉장히 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더욱 어려운 문제인데 결국은 한정된 공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핵심이다. 이에 대한 전략이 있어야 하고, 실제 그 전략대로 운영되고 있는가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즉 면적 당 매출을 측정, 평가하고 개선시키기 위한 다양한 운영 활동이 바로 소매 SCM의 요체다.

영국 소매기업 테스코(Tesco) 경우 2000년대 중반부터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매장을 100으로 봤을 때 직영공간이 70%, 임대공간이 30%라고 하면, 과연 직영 면적 비중이 70%까지 필요한가를 공간 효율성 면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테스코는 매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직영공간을 최대한 줄이고, 그렇게 확보된 공간을 두 가지 방식으로 할애했다. 하나는 온라인 쇼핑몰의 물류 거점이고, 또 하나는 테넌트 유치다. 테넌트 경우 임대료라는 부가 수입을 올리는 것 외에도 패션 및 식음료 시설을 강화함으로써 집객력 보완의 역할도 수행했다.

이렇게 매출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직영공간을 줄여 임대료 수입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동시에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성장채널을 지원할 수 있으려면 현재 매장에 어떤 카테고리를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진열해야 하는지를 SKU 단위로 정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굉장히 방대한 양의 데이터 추출을 통해 알 수 있다.

앞에서 말한 테스코는 매장 설계단계부터 플래노그램(Plan-O-Gram)을 표준화하고 관리했다. A라는 상품을 매대 몇 칸에 몇 개 진열하는지를 결정하고, 그 안에서 면적당 매출 효율을 측정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페이스 매니지먼트(space management)다. SKU별로 면적당 효율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상품구색을 개선하는 과정들이 카테고리별로 이뤄지고, 이것이 모여 전체 집합체가 되는 것이다.

RM 우리나라 유통업체들도 플라노그램을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방법상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국내 몇몇 유통사도 몇 년 전부터 플라노그램을 도입하고 스페이스 매니지먼트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장, 즉 점포 단위에서 철저히 적용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플라노그램을 도입한 업체들에게 SKU별로 면적당 매출 이력 및 분석에 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를 물으면 대부분 고개를 젖는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우선 우리나라 유통 매장이 지나치게 고객관점에서 운영된다는 것이다. 고객이 보기에 상품이 풍부해 보여야 하고, 보기 좋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애초에 세워둔 진열 원칙이 흐트러지게 되고, 조직 내에서도 이를 담당하는 팀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물론 상황에 맞게 현장에서 대응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고객 중심으로 흐르면 공간별 성과 측정이 어렵다.

두 번째는 ‘하이-로우(hi-low)’ 정책에 기반한 프로모션이 강하다는 점이다. 매장에서 수시로 행사가 진행되므로 플라노그램에 따른 매대 운영이 쉽지 않다. 그러나 프로모션 공간과 일상적으로 운영하는 상품공간을 특성에 맞게 배분해 매대 관리를 한다면, 스페이스 매니지먼트가 가능하다. 특히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같은 그로서리 업태는 상대적으로 프로모션 영향을 받지 않는 스테디셀러와 스테디 카테고리가 있다. 물론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고객들도 ‘1+1’과 같은 행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유통-제조-고객이 함께 변해야 가능할 것이다.

모든 작업은 분모를 일치시키는 것에서 시작한다. 특정 매대에 어떤 상품을 몇 단으로 몇 개 진열할지 확정되고, 이 원칙이 흔들림 없이 운영돼야 이를 근거로 측정이 가능하고, 개선이 이루어진다. 그러려면 플라노그램이 정착돼야 하고, 그 다음 데이터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단순히 데이터를 측정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이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판매량 예측을 통한 매대 배분이 이뤄지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순환돼야 한다.

RM 플라노그램 도입 후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고 했는데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가.

플라노그램을 기반으로 한 카테고리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상품은 집객력과 수익 기여도에 따라 베스트 카테고리, 마진 카테고리, 트래픽 카테고리 등으로 나뉜다. 궁극적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이러한 카테고리 전략에 따라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공간을 배분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

우리나라 경우 구색의 완결성을 위해 면적당 매출 효율이 떨어지는 상품이나 로스리더 상품에 지나치게 공간을 할애하는 측면이 있다. 반면 의미 있는 고객 유입을 가능케 하는 상품이나 집객과 수익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한 공간 할애가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고객이 진정 어떤 상품에 반응하는지를 면밀히 따져보려면 면적 당 매출 분석에 기반해 매대가 운영돼야 하고, 효율이 떨어지는 공간은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등 데이터 기반의 매대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

RM 결국 매장당 SKU 축소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상품의 다양성보다는 효율화, 즉 SKU 합리화가 더 중요한 시점이 됐다. SKU 합리화가 극단으로 반영된 사례가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인 알디(Aldi)나 리들(Lidl)이다. 1,500개 SKU를 취급하는 알디가 5~7만 개를 취급하는 테스코 경쟁력을 앞지르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 하나의 가치가 수십 가지의 상품을 제공하는 다양성의 장점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SKU 합리화는 협력업체와의 상생으로 매입 원가를 낮추고, 이를 통해 판매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제조-소비자가 윈윈 할 수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SKU 합리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 데이터가 측정돼야 한다. 하나는 지금까지 강조한 상품당 면적 효율성이고, 두 번째는 상품별 대체 가능성이다. 보통 면적당 효율이 낮은 상품을 제거하는 것에 대한 반박 이유로 ‘이 상품 때문에 우리 점포를 내점하는 고객이 있다’는 논리를 편다. 실제 그 이론이 맞는지를 알려면 대체가능성 여부를 파악하면 된다. 해당 상품에 대한 비교군과 대조군을 함께 진열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했을 때, 고객이 변함없이 그 상품을 구입한다면 대체 불가능한 상품이 맞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과감히 정리하고, 효율이 높은 새 상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맞다.

RM 최근 옴니채널 전략이 대두되며 SCM 중요도가 더 부각되고 있다. 유통-제조는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며 윈-윈할 수 있다고 보는가.

가장 기본적인 것이 CPFR(Collaborative Planning Forecasting & Replenishment; 협력적 예측 및 보충 시스템)이다. 즉 판매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고, 어떤 매장에 얼마나 재고를 두는 게 좋겠다는 것을 협업하는 것이다. 이것이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해외 사례를 보면 이 단계를 넘어 물류 자체의 효율화를 추구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배송 단위 그대로 매장에 진열할 수 있는 ‘리테일 레디 패키징(retail ready packaging)’이나, 해당 유통 매장에 가장 적합한 형태와 사이즈로 원하는 시기에 상품을 배송해주는 것 등이 다. 이것이 최적화되면 소매업체 입장에서는 재고관리 비용이나 물류 총량 자체를 최소화할 수 있고, 고객들의 기회로스도 최소화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가 매입 단계에서의 협업이다. 테스코 경우 ‘카테고리 파트너’라는 제도를 운영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가져간다.

즉, 데이터로 시작해 물류, 매입 단계로 협력업체 파트너십이 확대되는 것인데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이러한 부분들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

RM 국내 유통업계 SCM 체계에 개선점 및 보완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경우 프로모션을 자주 실시하는 하이-로우 정책으로 인해 플라노그램을 도입한 이후에도 현장에서 변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하드웨어 측면에서 매장 표준화도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일괄적으로 진열 원칙을 적용하는 데 무리가 있다. 따라서 카테고리별, 점포별로 최적화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국 특성에 맞는 변수를 고려하고, 현장과 본사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이 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한발 더 앞으로 나가는 것이 어려워진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SCM 시스템과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 그리고 운영조직 구축 3가지가 전제돼야 한다. 시스템은 지금까지 이야기한 측정, 관리, 수요 예측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 데이터 관리와 알고리즘 구축 두 가지를 고도화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하드웨어 경우 자사의 물류 네트워크가 이러한 시스템을 구현하기에 최적화 돼 있느냐를 검토한 후 개선하는 것이다. 직영 면적을 줄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상품당 진열면적도 줄게 되는데 이는 기존에 세 줄로 진열하던 것을 한 줄만 진열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경우 물류센터에서 점포로 이동되는 패키지 단위도 달라져야 한다. 운송 단위가 팰릿 단위에서 좀더 작은 규모로 바뀔 수도 있고, 배송 횟수가 늘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을 포함해 한 단계 더 나아가 점포 인력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SCM 시스템과 하드웨어가 구축됐다는 전제 하에 세 번째 필요한 것이 SCM 조직 강화다. 월마트 경우 SCM 조직은 기획, 운영, 관리 기능 등 세 분야로 나뉜다. 기획 부문은 협력업체와 협업 하에 물류 체계를 더 효율화하는 방안부터 수요 예측을 위한 알고리즘 개선, 그리고 전체 물류 네트워크 효율화에 이르는 전체 프로세스를 기획하는 부서다. 운영 부서는 데이터 관리 및 분석을 통해 POG를 고도화하는 역할을 한다. 세 번째 관리팀은 물류센터 운영을 책임지며 물류 네트워크와 그에 따른 효율화 방안을 연구한다. 이 세 부서가 각각의 전문성을 갖고 한 체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 팀을 전체적으로 이끌고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SCM 구축 및 카테고리 매니지먼트는 정착은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이뤄져야 하는 작업이다. 나는 향후 유통의 경쟁력은 여기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