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칼럼] 확실한 위기 상황에도 대응 못하는 3가지 유형

아무리 위기라 해도 위기란 말이 업계에서 지나칠 만큼 많이 사용된다. 해가 갈수록 위기가 예외가 아닌 정상적인(?) 상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위기라는 말이 남발되다 보니 이제는 기업도 외부 경고에 면역이 생긴 것 같다. 최근 있었던 기업 파산이나 채무조정 사례를 보면 해당 기업이 갑작스러운 경영위기에 내몰린 경우는 드물었다. 대체로 위기를 앞서 감지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을 적절히 하지 못해 문제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위기를 미리 감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위기 징후를 감지했는데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위기를 미리 대처하지 못해 실패한 회사를 보면 크게 3가지 유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유형은 최고경영자(CEO)나 경영진이 시장 온도 변화를 재빨리 감지하지 못하고, 이를 감지했어도 대응이 너무 느린 경우다. 기업은 고객과의 거리를 가깝게 유지하고 고객 니즈를 경청하라고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가 경쟁력이 있는지 여부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사람은 고객인 경우가 많다. 좋은 예가 IBM과 게이트웨이로 두 기업 모두 1990년대 컴퓨터를 판매했다. 컨설팅 부서를 뒀던 IBM은 고객의 수요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감지했지만, 게이트웨이는 좀 더 저렴한 컴퓨터를 만드는 게 당시 델과 같은 신규 경쟁자에 대응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게이트웨이는 시장의 변화를 너무 늦게, 그것도 깊이 있게 알지 못했으며 그 결과 파산을 맞았다. 이에 반해 IBM은 하드웨어 기업에서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하며 지금까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유형은 사내 정치로 좋은 아이디어가 조직에서 사장되는 경우다. 코닥이 대표적인 사례다. 디지털 카메라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5년에 걸쳐 서서히 시장을 잠식했다. 그러나 코닥은 몇 년이 지나도 타 업체와 달리 이를 위기라고 여기지 않았다. 코닥의 아날로그 카메라와 필름을 만드는 부서의 실적이 너무나 좋았기에 조직 내 그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코닥은 파산했다.

셋째 유형은 완전한 오만 때문에 생기는 경우다. 제록스는 한때 세상 어느 IT 기업보다 특허가 많았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제록스는 크기가 더 크고 성능이 뛰어난 복사기 개발에 투자를 집중했다. 가정용 프린터를 개발하자는 아이디어를 검토했으나 제록스는 ‘규모가 작고 유치하다’ ‘제록스다운 프로젝트가 아니다’라면서 무시했다. 사실 당시 제록스의 문화는 기술 중심이었다. 이윤을 늘리는 것보다 R&D 분야에서 수상하는 것을 우선할 정도였다. 제록스가 개발한 가정용 레이저 프린터 기술은 HP에 팔렸고, 당시 작은 벤처기업에 불과했던 HP는 몇 년 만에 가정용 프린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프린터와 복사기 시장에서 제록스에 패배감을 안겼다. 글로벌 관점에서 여전히 많은 국내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온다. 중국 제품은 과거 싸구려 저질 제품으로 치부됐다. 한국의 제품과 서비스 수준을 따라오려면 최소 3~5년은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지금 상황은 빠르게 바뀌었다. 중국이 근본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면 상황을 반전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앞으로의 침체가 외환 관리와 단기 부채가 문제가 됐던 IMF 위기와 달리 이런 구조적인 침체가 원인이 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하다. 과거의 성공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빨리 깨어나야 한다. 지금 우리는 진짜 위기에 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