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국회 디지털혁신 외면말라

정보기술(IT) 혁명은 우리 생활 전반을 바꿔 놓았다. 이제 스마트폰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행정과 같은 공공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일찌감치 전자정부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런데 유독 국회는 이런 분위기에서 동떨어져 있다. 국회에 설치된 전자투표 시스템이나 전광판을 보고 첨단 국회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진정한 디지털 국회는 입법 과정 자체가 디지털화돼야 한다.

현재의 시스템은 50년 전과 다를 게 없다. 회의를 위해 밀실에 모이고 수천 쪽 분량의 서류 더미를 들쳐 보아야 한다. 가뜩이나 비판받는 국회가 가장 비생산적인 곳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는 이유다. 디지털 입법에 대해서는 여야 간의 의견 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거대한 디지털 물결을 거부할 핑계는 못 된다. 디지털 민주주의는 다보스포럼 등에서도 오래전부터 다뤄 온 주제다. 우리 사회의 빠른 변화 속도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기존의 입법 시스템으로 부족하며 디지털 민주주의를 도입해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입법 과정에 더 많은 유권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대체적인 취지다.

현재의 기술만 활용해도 이는 충분히 가능하다. 기존의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은 시공간의 한계를 감안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IT가 발달한 지금은 이런 제한을 뛰어넘을 수 있다. 물론 기술 혁신만으로 기존의 모든 정치 시스템을 바꾸기란 지난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계적으로나마 디지털 입법 시스템을 추진해야 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현재 계류 중인 모든 법안의 내용을 국민이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볼 수 있도록 하자. 여기에는 여야 간 이견이 있을 수도 없다. 어떤 법안들이 처리되었고 앞으로 처리 예정인 법안이 무엇인지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법안 심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가상 투표 시스템을 구축해 국회의원들이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직접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어떤 사안이 긴요하고 어떤 법안이 우선적으로 처리되어야 하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법안 심사 과정이 너무 느려 법안이 효력을 발휘할 때면 이미 상황이 바뀌어 법률이 현실을 쫓아가지 못하는 사례까지도 생기고 있다.

세 번째 단계는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국민이 직접 평가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미 대학교에서는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이 교수들의 강의를 평가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개념을 국회에도 도입해야 한다.

‘섬김의 리더십’이란 말이 있다. 섬김의 리더는 열정과 용기를 갖고 사회와 소통하고 타협하며 결정할 수 있는 리더다. 국민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국회의원들은 섬김의 리더다. 이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수단은 입법 과정의 디지털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