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의 디지털화, 프론트보다 백엔드를 챙겨라

지난해 전체 소매시장 성장률은 4%대에 그친 반면, 무점포 소매업은 15%가 넘는 수치를 기록하며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확대된 만큼 그 수혜를 받고 있지는 못한 형국이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이커머스 업계의 이슈를 주도했던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누적된 적자로 인해 사업 방향을 전환하며 스스로 한계를 인정했다. 베인앤드컴퍼니 강지철 상무를 만나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지속 성장을 위한 해법을 들어봤다.

RM 지난해에도 무점포 소매업은 15%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의 성장 추세가 당분간 계속되리라고 보는가.

편의성에 대한 고객 욕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이를 지원하는 기술 발전이 속도를 내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커머스 채널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온라인 시장 성장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인데 그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온라인 유통이 성장하기 위한 인프라 요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유통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IT(정보기술)와 물류 인프라다. 그 두 가지 요소의 발전 정도를 보면 그 나라의 온라인 성장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경우 IT와 물류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먼저 IT 면에서 보자면, 우리나라 인터넷 보급률은 94%로 거의 모든 국민이 어느 곳에서나 웹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이는 80% 중반에 머물러 있는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수치이며, 스마트폰 보급률 역시 88%에 이른다.

두 번째 물류 인프라 측면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인구 밀집도가 여섯 번째로 높은 나라다. 그 만큼 배송 효율성이 높고, 택배 물류업도 발달했다. IT와 물류, 온라인 유통시장이 성장하기 위한 두 가지 인프라가 모두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렇듯 공급자 측면의 강점과 수요자 측면의 니즈가 맞물리면서 우리나라 온라인 유통시장은 전체 소비시장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점유율이 높아졌다. 우리나라처럼 작은 소비시장에서 오픈마켓 세 개사, 소셜커머스 세 개사가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보기 드문 예다. 미국으로 치면 아마존과 유사한 급의 대항마가 두 업체 정도 존재한다는 것인데 쉽지 않다.

향후 온라인 시장의 점유율은 어느 선까지 확대될 것인가를 예측해 보면 5년 안에 20%까지는 무난하게 갈 것으로 본다. 단 식품, 특히 신선식품 시장에서 온라인 시장 비중이 어느 정도로 확대되느냐에 따라 30% 이상까지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RM 지난해를 기점으로 모바일 매출이 PC 매출을 추월했다. 모바일 채널의 침투율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모바일 쇼핑 비중이 늘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첫째, 고객의 쇼핑 빈도는 늘어나는 반면, 고객이 한 번 쇼핑할 때 지불하는 금액, 즉 객단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의 방문 빈도는 늘고, 구매액은 줄고 있다는 것은 유통업체 입장에서 수익 관리가 갈수록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이 부분에 주목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그동안 강조돼 온 옴니채널이 이제 구체화되고 현실화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많은 유통업체들이 옴니채널 전략을 말해왔지만, 아직 고객과 환경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다. 디지털 수단과 연계해 매장으로 오는 고객의 구매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더욱 정교한 방식으로 전개돼야 한다.

이 때 고려해야 할 것은 옴니채널이 모든 상품 카테고리에서 유효한 전략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가전이나 패션 카테고리처럼 구입 전에 가격, 성능, 사용후기 등을 꼼꼼히 체크하는 고관여 상품 경우 옴니채널 전략이 유효하지만, 과일, 채소나 생필품처럼 관여도가 낮은 상품은 그렇지 않다. 저관여 카테고리 경우 대부분 고객들은 옴니채널이 아닌 멀티채널 쇼핑행태를 보인다. 옴니채널 전략에 있어서도 투자대비 수익률을 따져봐야 하는 시점이 됐다. 자사가 영위하는 유통 포맷 안에서 카테고리별로 옴니채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과 정도를 분석하고, 효율성이 받쳐주지 않으면 옴니보다는 멀티채널 전략으로 가야 한다.

RM 한국 유통기업들의 옴니채널 전략은 어떤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보는가.

지금까지 프론트 관점, 즉 다양한 기능을 갖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고객들을 유도하는 방향으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옴니채널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백엔드 단에서의 디지털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결국 데이터 분석 영역으로 귀결된다.

이를 잘하고 있는 업체가 미국 대형 슈퍼마켓 크로거(Kroger)다. 크로거의 최근 5년간 기존점 평균 매출 성장률은 4% 정도다. 미국 유통 대기업들의 최근 기존점 매출 성장률이 보통 1~2% 선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정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객 중심 경영이다.

EDLP 전략을 펴는 월마트를 포함해 대부분 미국 유통업체들이 가격을 내세워 전형적인 매스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데 비해 크로거는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 보다 집중하는 전략을 편다. 고객의 객단가와 구매빈도를 기준으로 고객을 세분화하고 충성고객 그룹을 만들어 대상 고객들의 쇼핑패턴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고객 A가 편의성을 가장 중시하는지, 가격에 민감한지를 알아내는데 이를 위해서는 심층적인 데이터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고객에게 가장 매력적인 제안을 주는 것이다. 타깃에 맞는 마케팅 접근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고객 반응도 높아진다. 물론 이러한 제안을 전달하는 방식은 우편과 같은 오프라인적 접근이 될 수도 있고, 모바일 앱 등 디지털 채널이 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뒷단에서 이미 갖고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해서 고객 가치를 늘리고 그것을 통해 사업 성과를 개선할 수 있느냐다.

현재 국내 유통기업들이 데이터 분석 영역에서 오프라인 유통을 혁신할 수 있는 근간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보면, 아직은 부족한 수준이다. 사실 우리나라 유통시장은 업태별 과점화가 높고, 몇 개 기업이 다양한 업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고객 중심 경영에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작업이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RM 온라인 시장의 파이는 커지고 있으나 손익 면에서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이러한 딜레마의 원인과 개선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매출 규모는 확대되는데 수익은 갈수록 악화되는 딜레마는 이커머스 업체 가운데 직매입과 직물류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에게 해당되는 현상이다.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기업이나 쿠팡 같은 소셜커머스가 직매입 및 직물류에 기반해 온라인 사업을 진행하는 모델이고, 지마켓과 같은 오픈마켓 업체들이 전개하는 것은 플랫폼 비즈니스다.

그런데 이 직매입 기반의 온라인 유통 비즈니스 모델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비용 구조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고객 대신 상품을 고르고 모으는 데 투입되는 인건비와 배송비 같은 부분이 간과됐다.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필요한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계산후 집까지 가져가는 데는 최소한 40분~1시간이 소요된다. 이 수고를 유통업체가 대신 수행하는 것인데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받고 있지 못하다. 무료배송, 당일배송 등 배송 영역에서 속도와 금액 경쟁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업체들은 과한 비용을 지불하게 됐지만, 최저가 경쟁이 치열한 온라인 채널에서 상품 가격 인상을 통한 마진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니 팔면 팔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그에 비해 수수료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온라인 기업들은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운 편이며, 온라인 채널에서 지속가능한 모델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쿠팡을 필두로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오픈마켓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RM 지난해 쿠팡을 비롯한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행보는 시장에 다소 실망감을 안겨줬다. 소셜커머스 성장의 한계나 그들이 극복하지 못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금처럼 수많은 업체들이 경쟁하는 온라인 채널에서 차별화는 엄청난 데 있지 않다. 아마존만 해도 모든 상품이 다 저렴한 것은 아니다. 아마존에서 구입하면 최소한 큰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 같다는 믿음, 나에게 맞춰 제안해주는 편리함, 합리적인 운영 방식 등으로 시장에서 단단하게 입지를 굳힌 것이다. 지금 소셜커머스의 문제는 초기의 정책을 뚝심있게 끌고 나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영체계가 확립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 진입 초기 고객들에게 소구하고 인정받았던 정책들을 강화해 갔다면 고객들도 계속 반응을 보였겠지만, 그러기에는 손실이 너무 컸다. 그러다 보니 작년 경우 공격적인 투자를 멈추고,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경영했다.

IT 기반의 유통사들 사이에는 고객 트래픽이 늘면 모든 것이 덮어진다고 여기는 풍토가 있는데 이는 소규모 스타트업이 혁신모델을 내세워 그 가능성으로 고객 유입을 늘리는 시기에 한해 유효한 패러다임일 뿐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면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익을 내야 한다. 그런데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조 단위로 거래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수익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 성공해온 것과는 다른 역량, 즉 리테일러 관점의 역량이 필요하다. 고객과 상품 카테고리별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이러한 역량을 갖추려면 장기적 투자와 기업 내 조직문화 변화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RM 특정 카테고리를 다룬 중소형 쇼핑몰 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또 향후 경쟁력 있는 쇼핑몰 모델을 꼽는다면 무엇인가.

특정 카테고리나 틈새 시장을 다룬 쇼핑몰이 유의미한 시장으로 성장하기에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소매시장 크기가 작다. 예외적으로 패션분야 경우 중소형 쇼핑몰들이 선전하고 있는데 이는 동대문 시장 같이 콘텐츠를 받쳐주는 기반 산업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수없이 다양한 스타일로 빠르게 제품을 디자인하고 이를 생산해내는 기반산업이 있어 ‘스타일난다’와 같은 온라인 스타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의류가 아닌 다른 품목, 예를 들어 생활용품 경우 그런 기반산업이 구축돼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못하다.

앞으로 이커머스 시장은 새로운 메가 플레이어가 등장하기보다 ‘마켓컬리’처럼 차별화된 포인트로 유의미한 성과와 인지도를 얻는 중소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모델들이 과거 소셜커머스 업체들처럼 단시간에 몇 천억 원 규모를 형성하며 급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중고 거래 사이트를 주목하고 있다. 일본에 ‘메르카리(Mercari)’라는 중고 거래 쇼핑몰이 있는데 일본 유일의 ‘유니콘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으로 성장했다. 온라인쇼핑몰의 경쟁력은 결국 고객이 쇼핑시 느끼는 피로감이나 장애요소를 제거해주는 데서 생기는 것인데 중고 거래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 측 모두 어려움을 느끼는 지점이 있다. 그 부분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모델이 나온다면 승률이 높을 것이다.

RM 앞에서 쇼핑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성공한 쇼핑몰 사례를 꼽는다면.

잘 알려진 영국 식료품 배송업체 ‘오카도(Ocado)’는 이커머스 업체로는 드물게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며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굉장히 명료한 데이터 분석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우선 ‘RFM(Recency, Frequency, Monetary value)’ 분석을 바탕으로 고객을 세분화한다. 오카도는 자신들이 콘트롤 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를 고객의 구매 빈도로 보고, 구매 빈도의 적극적 관리 및 향상을 통해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짠다. 아마존 역시 데이터 분석의 좋은 사례를 보여주는 기업이다. 아마존은 마케팅, SCM, MD까지 전 영역에 걸쳐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 오퍼레이션을 디자인하고 테스트&러닝 체계를 통해 이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한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경영을 위한 인적, 물적 역량 강화에 대한 지속적 투자도 과감하게 시행되고 있다(도표 1 참조).

이미 말했듯이 유통의 디지털화라는 것은 프론트보다 백엔드가 중요한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좋든 싫든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여 그에 맞는 역량을 개발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비전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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