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한국패션의 재도약 기회다

국내 선도 패션기업인 A사는 약 2년 전 디지털 채널전략을 대대적으로 혁신했다. 오프 시즌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던 PC 기반의 온라인 유통을 모바일 중심으로 개편하고, 시즌 제품을 정상가에 판매하는 비중을 혁신적으로 높였다.

효과적인 마케팅과 자사의 기존 고객을 적절히 전환한 덕분에 모바일 앱 다운로드 숫자는 10배, 앱을 통해 실제 구매활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고객 수는 5배, 디지털 매출은 5.5배가 뛰어 올랐다. 모바일 전략 출범 후 일년 만에 달성한 성과이다.

유통 방식은 트렌드에 따라 변화한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상품 판매의 방식은 주기적으로 변해 왔다. 미국은 1860년대 백화점이 근대 유통의 문을 연 이후, 50년 마다 주력 업태는 계속 바뀌어 왔다. 1910년대 쇼핑몰, 1960년대 월마트 등의 할인점이 근대 유통의 주류를 차지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2010년대에 유통의 새로운 변화는 디지털의 등장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변화의 주기가 더 빠르고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유통이라는 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변화이다. 패러다임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을 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흥망과 성쇠가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디지털과 유통의 결합은 시장의 판을 새롭게 짜는 붕괴(disrup tion)이다. 유통업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소비자는 이미 디지털을 통해 플랫폼과 디바이스의 경계를 허물었다. 유통업체가 독점하던 정보를 공유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손에 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경영자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필자는 이에 대한 답을 질문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붕괴될 것인가, 붕괴할 것인가?"

◇ 패션 유통에서의 디지털 세상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우선 고객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하자. 첫째, 2030 세대가 속한 밀레니얼 세대가 디지털 채널을 통해 패션과 잡화를 사는 비중은 대략 25%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제품 검색을 포함하면, 95%의 소비자가 디지털 채널을 활용한다. 모바일을 통해 옷을 사는 비중은 대략 7-8%가량 되는데, 이 수치는 3040 세대의 두 배이며, 50대 후반 이상 세대의 7배 가량 높은 수치이다.

둘째, 그러나 또한 동시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밀레니얼 세대라고 하더라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의류를 구매하는 비중이 65%이상 된다는 것이다. 2030 세대의 경우 쇼핑을 결제하기까지 쓰는 시간은 평균 130분 정도로 40대 이상의 고객의 160분보다 짧다. 밀레니얼 세대가 쇼핑의 스피드와 효율성에 대한 니즈가 더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셋째,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디지털 쇼핑을 하는 시간의 10% 가량을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하여 다른 사람과 옷에 대한 의견교환을 하는 활동에 사용한다. 온라인 쇼핑도 사회적 활동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더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서베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른 사람과의 의견교환이 오프라인 매장의 경험과 웹사이트에서의 경험 다음으로 구매의사 결정에 중요하다. 

업태의 변화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패션잡화 시장은 2009년을 기점으로 역신장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는 소비지출에서 패션잡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패션과 액세서리 매출의60~ 70% 가량에 달하던 백화점 비중이 최근 급격히 축소되기 시작했다. 2015년을 기준으로 보면 패션잡화 유통 금액의 절반 미만이 백화점 매출로 집계된다. 그 자리를 메운 것은 매스티지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아울렛, 복합쇼핑몰과 온라인 등 비교적 새로운 업태이다.

패션의 디지털 유통이 성장하는 것은 저가 및 매스티지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는다. 럭셔리 명품의 경우도 동일하다.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이커머스의 비중은 2012년 이후 2배 이상 커졌다. 2015년 기준 약 170억 유로 상당의 명품이 이커머스로 거래되었다.

특히 대형 명품회사는 옴니채널 방식으로 직접유통 (Direct to Consumer) 플랫폼을 구축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베인의 조사에 따르면 170억 유로의 유통규모 중 액세서리가 40%, 의류가 약 27%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당신의 사업을 살리기 위한  게임 보드 옵션은 무엇인가?

소비자 들이 요구하는 디지털과 유통의 결합이 어떠한 형태로 발전할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어떤 유통의 업태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인지도 아직은 단언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미래에 상정 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시나리오 별 대응 옵션을 만드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패션과 잡화 유통과 관련해서는 상품을 소싱해서 판매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4가지 사업 모델이 존재한다. 우선 다른 곳에서 찾기 어려운 제품을 소싱하여 판매하는Pure private 모델이 있다. 프랑스의 Van Prevee 와 같은 모델이다. 둘째는 정상 제품을 판매하면서 일부 private feature를 가진 경우이다. 영국의 ASOS와 같은 모델이 여기에 속한다. 세번째 옵션은 시즌이 끝난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end of season disco unter모델이다. Dress for Less와 같은 유형이다. 

실제 어떤 이커머스를 할 것인가는 자사의 역량과 제품의 특성에 대한 이해에 기반해야 한다.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이커머스 사업 모델의 목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이다. 예컨대 자사의 사업구조를 보았을 때, 외부의 disruption player로부터 사업을 지키기 위한 "How to Keep Up"의 목적인지, 혹은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고 배우려는 "How to Disrupt" 목적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이 목적을 명확히 해야만 감당할 수 있는 투자의 수준이 정해질 수 있다.

축을 달리한 옵션으로는 해외 진출 수단으로도 이커머스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 패션 기업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들, SPA등은 모두 해외 진출 시 부동산 자산의 취득 혹은 임대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이커머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중국의 이커머스는 전체 유통물량의 10% 정도로 미국이나 독일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한 성장률은 연간 22% 수준으로, 2020년이 되면 약 8.5조 위안의 규모에 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버리'의 경우, 중국 진출 전략으로 플래그십 매장과 온라인을 결부시키는 방식을 채택, 상당한 성과를 구현한 바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보세구역 설정(Free Trade Zone)과 이에 따른 세제 혜택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역직구가 활성화 되고 있는 트렌드는 이러한 전략을 보다 강화시키고 있다. 아울러, 카테고리 킬러 형 모델인 VIP.com이나 Jumei.com, 혹은 브랜드 플랫폼과 같은 다른 온라인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을 높아지면서 C2C방식의 사업보다는 B2C 방식의 업체가 등장하는 것은 우리나라 패션 기업입장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 브랜드 기업의 새로운 선택 - 직접 유통

많은 기업들이 백화점과 같은 유통업체에 대해 가지는 불만의 하나가 높은 수수료율이다. 지급되는 판매 수수료율을 감안하면, 디지털 채널에서 값을 할인해 주더라도 상대적인 수익성은 오히려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소비자 접점을 직접 장악, 보다 큰 전략적 요충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 직접유통 (Direct to Consumer)을 주목하는 이유이다.

직접 유통을 할 수 있는 몇 가지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패션과 잡화 브랜드를 갖춘 경우 어느 정도의 잠재력은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소비자의 디지털 트래픽(traffic)을 충분히 일으킬 수 있는가 인데, 이 지점에서 바로 믹스&매치(mix & ma tch), 큐레이션(curation)의 위력이 나오게 된다. 즉, 브랜드를 가졌기 때문에 할 수 있고, 직사입 비중이 낮은 우리나라 백화점의 이커머스로는 하기 힘든 것이 바로 믹스&매치이고 큐레이션이다.

믹스&매치와 큐레이션의 중요성은 모바일이 대세가 되면서 더욱 두드러진다. 왜냐하면 모바일 상에서는 많은 제품을 모두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고객입장에서 의미가 있는 제품을 선별해서 보여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큐레이션 작업은, 브랜드와 새로운 상품 구성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고객 트래픽을 유발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큐레이션 되는 제품은 교차 구매를 유발하는 적합한 상품을 선별해야 한다. 소수의 제품만을 보여주는 한계는 모바일 상의 탐색과 검색을 용이하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극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