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Focus] 창업자 은퇴후 고전한 홈디포…`창업자 정신` 살려 다시 일어나

성장의 역설

소니, 파나소닉, 샤프는 1980년대 초반 일본의 제조업 전성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 기업은 현재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에 밀려 존재감을 드러내기 힘든 상태다. 2000년대 휴대폰 시장을 호령했던 핀란드의 노키아는 하루아침에 운명이 바뀌었다. 한때 잘나가던 기업들이 뒤처지거나 문을 닫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글로벌 경제가 하나로 연결되고 저성장 기조가 강해지는 가운데 이러한 사례는 더 빈번하다.

모든 기업은 지속적 흑자 성장을 최고의 목표로 표방하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이를 달성한 기업은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같은 노력을 하는데도 대부분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인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질문에 대해 경영자들의 85%는 실패 원인이 외부적 요인보다는 내부적 요인에 있다고 답했다. 외부적 요인은 경쟁 격화, 기술 진보, 정책 변화 등 시장의 여건 변화다. 내부적 요인은 조직의 주인의식 약화, 복잡성 증대에 따른 의사결정 지연, 현장과의 괴리 등이다.

기업은 성장을 지속하며 규모의 경제에서 생기는 효과를 누리지만 동시에 조직의 복잡성도 증가한다. 그 결과 혁신적 조직문화, 주인의식, 현장 중시의 철학은 약해지고 성장이 정체된다. 성장이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성장의 역설(paradox of growth)에 빠지는 것이다.

성장의 역설을 막는 것은 창업자 정신

베인은 지난 10년간 40여 개국의 다양한 기업을 연구해 성장에 따른 기업의 주요 위기 증상을 정리하고 그 해법으로 창업자 정신(founder's mentality)의 강화를 제시해 왔다.

성장에 따른 기업 위기의 주요 증상을 단계적으로 보면, 첫째는 '과부화(overload)' 위기다. 이는 신생 기업이 주로 겪는 내부적 기능 장애로 급속한 사업 확장 후에 생긴다. 둘째는 '속도 저하(stall-out)' 위기다. 이는 기업 규모가 커져 조직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초창기 조직을 이끌었던 창업자의 명확한 철학이 희미해지며 생기는 성장 둔화 현상이다. 셋째는 '자유 낙하(free fall)' 위기다. 창업자 정신을 상실한 대기업들이 시장 변화로 인해 사업 경쟁력을 잃고 자신의 핵심 시장에서 성장이 완전히 정체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흑자 성장을 달성한 기업들을 보면 대부분 창업자 정신을 바탕으로 몇 가지 공통적인 조치를 일관되게 유지했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첫째, 이들 기업은 모든 직원이 '반역자(insurgent)적 사명'을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구체화했다. 반역자적 사명이란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 기존의 표준적 관행을 혁신하거나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하는 사명을 말한다.

둘째, 반역자적 사명에 따라 운영되는 기업은 최고 임원부터 현장 말단 직원까지 강한 주인의식을 갖고 있었다. 셋째, 창업자 정신이 살아 있는 기업들은 전략 실행에 방해가 되는 복잡성을 의식적으로 회피하며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일선 현장의 직원들을 대우하고 있었다.

결국 창업자 정신의 특성은 반역자적 사명, 주인의식, 철저한 현장주의로 요약된다. 문제는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너무 쉽게 그리고 빈번히 창업자 정신을 상실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건설 자재 전문 카테고리 킬러인 홈디포는 성장을 지속하면서 이러한 위기에 빠졌으나 창업자 정신을 되살려 재도약에 나설 수 있었다.

홈디포 : 창업자 정신의 부활로 재도약

1978년 창업한 미국의 홈디포는 애틀랜타에서 대형 창고형 DIY 홈인테리어 매장을 오픈한 뒤 이 분야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이라는 모토처럼 홈디포는 사업 초기부터 우수한 고객 서비스를 사명으로 삼았다. 직매입을 통해 재고 원가를 절감하고 제품 구색을 다양화했다. 매장에는 경험이 풍부한 직원들을 배치해 고객을 직접 응대할 수 있게 했다. 매장 매니저에게는 자율권을 부여해 제품 구색을 지역별로 맞춤화하고 주인의식을 갖도록 했다.

그러나 2000년까지 매년 두 배씩 성장했던 홈디포는 2000년 창립자인 아서 블랭크가 은퇴하고 GE 출신인 로버트 나델리가 그의 뒤를 이으면서 위기를 경험한다. 매출은 감소하고 시가총액은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새로운 경영진은 기존 원칙에서 벗어나 매장 매니저 권한을 축소하고 인건비를 감소하기 위해 경험이 풍부한 직원을 비정규직 직원으로 교체하면서 고객 경험이 훼손됐다. "직접 만들어 보세요(Do it yourself)"는 "직접 찾으세요(Find it yourself)"로 변질되었다는 자조적인 반응까지 나왔다.

회사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07년 홈디포 출신인 프랭크 블레이크를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새로운 CEO는 취임 첫날부터 고객 경험, 현장 중시와 같은 홈디포의 창업자 정신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우수한 고객 서비스와 직원 중시 철학을 강조하기 위해 고객, 점포 직원이 상단에 위치하는 역피라미드 조직도를 만들었다.

또한 점포 직원을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경험이 풍부한 직원을 신규 채용했다.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정규와 비정규 직원 모두를 대상으로 판매 성과에 기반한 보상 체계를 도입하고 점포 부매니저 이상 직급에는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그 결과 홈디포는 성장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으며 위기 이전에 비해 기업 가치는 갑절로 증가했다.

창업자 정신은 저성장 시대의 돌파구

우리도 많은 기업이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그런데 성장 정체의 원인을 산업 여건이나 시장의 구조적 요인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제조기업은 중국의 추격, 고임금, 노동의 비유연성 등을 성장 정체 요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 환경 요인을 탓하기 전에 기업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조직은 창업자 정신에 기반해 고객을 위한 뚜렷한 반역적 미션은 있는가? 모든 조직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있는가? 현장을 중시하는 의사 결정과 사고 체계를 갖고 있는가? 베인의 연구가 주는 교훈은 지속적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외부적 환경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내부적 요인을 적절히 해소하지 않으면 지속 성장은 달성할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창업자 정신은 저성장 시대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