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칼럼] 임직원 성과평가 항목 핵심분야 3개로 줄여라

과거 경영 관련 북클럽 활동을 하면서 한 사업가의 자서전을 읽은 적이 있다. 훌륭한 CEO가 되는 비법을 담은 책인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훌륭한 리더를 주제로 한 책은 서점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화려한 문체와 논리적인 설명,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이야기로 흠잡을 곳이 없다. 겸손, 친절, 인덕, 청렴, 경청, 카리스마 등 훌륭한 CEO가 되기 위한 조건은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어찌 보면 CEO 자서전을 읽고 그의 삶을 모방하는 것은 성경을 읽고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만큼 지난한 일이다.

훌륭한 CEO가 되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면, 다양한 KPI(핵심성과지표)를 달성해야 하는 중간관리자는 어떨까. 회사에서 사용하는 KPI는 매우 다양해 가장 필요한 곳에 노력을 집중하기가 오히려 더 어려울 뿐더러 직원을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서는 KPI에 해당하는 일만 처리하려는 부작용도 생긴다. 성과를 내기 위해 도입한 KPI가 오히려 조직 성과를 방해하는 것이다. 보통 은행 지점장에게는 평균 15~20개의 KPI가 주어진다. 여기에는 상품 매출, 수익률, 규제 준수, 판촉, 방카슈랑스, 신규 고객 확보, 기존 고객 유지 등 다양한 지표가 포함된다. 문제는 KPI가 너무 많아 지표당 5~10%밖에 업무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리더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여러 경로로 직원을 평가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평가받는 입장에서는 매일 어떤 업무에 어떻게 시간을 배분해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관리자의 최대 주의 집중 시간과 효과적인 업무 처리 수를 연구한 조사가 있다. 평균적으로 사람은 동시에 3가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5개가 넘으면 관심이 분산되거나 효과가 저하된다는 결과다. 7개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고, 8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은 인구의 0.1%에 불과하다. 바꿔 말해 KPI가 8개가 넘을 때 공들여 만든 스코어카드를 제대로 챙기는 직원은 1000명당 1명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씨티은행 지점장은 현장 서비스에서 12개가 넘는 KPI를 관리했다고 한다. 각각의 지표는 모두 중요한 것으로, 회사 비전을 달성하고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다방면에서 만능이 되고자 했던 씨티은행은 모두가 두려워하는 거인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스코어카드 도입 이후 회사 성과는 오히려 떨어졌다. 직원마다 지표를 해석하는 방식이 달랐고,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지표에 더 많은 신경을 쏟았기 때문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적어도 업무 시간의 20~30%를 투자해야 하는데, 지표가 12개나 되면서 지표별 투자가 8%로 줄어들어 역부족이었던 탓이다.

이에 반해 미국 시장에 집중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지점장들은 3개의 KPI에 집중했다. KPI는 단순해서 모두가 쉽게 기억하고 설명할 수 있었다. 부하직원에게 전달하기도 쉬워 가장 중요한 영역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시장점유율을 유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3대 KPI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다른 KPI들을 등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3대 KPI에는 다른 KPI가 녹아들어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부 KPI도 달성해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BOA는 KPI가 단순하면서도 중요성을 잃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했다.

많은 기업이 KPI를 도입하고 있으나 의욕만 앞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너무 많은 목표가 동시에 주어지거나 경우에 따라 상충되는 지표가 사용되면 문제가 생긴다. KPI를 3개로만 단순화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