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칼럼] 노년층 타깃 비즈니스 기존관념 확 뒤엎어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다. 젊은 인구가 부족하다는 것은 미래에 일을 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결국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인구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현재의 고령화 속도는 우려스럽다. 구매력이 큰 소비 계층이 줄어들어서다.

물론 기회 요인이 있다. 노년층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실버산업은 매우 큰 비즈니스 기회긴 하지만, 노년층의 구매와 지출 행태를 알면 알수록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대목도 있다. 특히 한국 베이비붐 세대를 보면 이들의 지출 패턴이 다른 선진국 베이비부머와 달라 이 시장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거시적으로 볼 때 미국이나 일본의 베이비부머와 달리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인당 지출액이 매우 낮다. 이들 대부분이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에 속해 있고 퇴직 자금이 충분히 마련돼 있는 않는 까닭이다. 이는 기업이 국내 노년층 소비자 구매력을 감안해 저가 제품 개발·생산에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또 소비자인 노년층이 사용하기 수월하고 기억하기 편리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항상 최고 사양을 원하는 젊은 세대에겐 작은 화면에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탑재돼 있는 스마트폰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노년층은 신제품 사양의 5% 미만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노년층을 소외시키지 않고 이들을 배려한 제품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신용카드 회사가 노년층을 대상으로 자동응답시스템(ARS)을 제공했는데, 많은 이들이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에 애를 먹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대부분 정해진 시간 내에 숫자를 누르지 못하거나 음성 안내 소리를 잘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즉 사용자 연령에 따라 시스템 진행 시간을 여유 있게 하거나 ARS의 말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자동 소프트웨어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례는 서비스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년층은 자신과 유사한 수준의 대화 구사력을 갖는 사람들과 소통을 더 잘한다. 한 가지 예로, 전화 상담원들은 활기차고 친절하지만 노년층의 눈으로 볼 때는 경험이 부족하다. 콜센터 직원들은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고객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다른 형태의 접근이 필요할지 모른다. 젊은 소비자 위주로 된 제품도 다시 돌아봐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토이저러스는 어린이용 제품을 만들지만 장난감을 사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들의 조부모라는 점을 발견했다. 이를 반영해 노년층 중심으로 판매 점원을 고용해 매장을 찾는 고객과의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개선했다.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을 판매하지만 우선적인 고객 타깃층이 노년층이어야 함을 깨달은 덕분이다. 식품산업의 경우도 노년 고객을 위해 간편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형태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 중 하나가 노년층 대상의 돌봄 서비스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훨씬 건강한 삶을 살게 됐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같은 기간 장수할 수 있는 확률은 낮아 여러 산업에 흥미 있는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고 있다. 여성 노년층 돌봄 서비스가 부부나 남성 노년층 대상 서비스보다 더 흔한 식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유형의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노년층 대상의 초창기 사업모델은 부유한 소비자 중심이었고 일반 대중은 그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난 30여년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이 도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