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칼럼] 성장기업 공통점은 조직의 창업자 정신

1990년대 노키아는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전세계 단말기 시장의 이익 중 90% 이상을 노키아가 가져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자사의 핵심 시장이 성장 일로에 있고, 막대한 투자 자금과 독점적 기술을 갖췄고, 최고 수준의 브랜드 인지도 등 모든 것을 보유한 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면 그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외부일까 내부일까?

베인 연구 결과 기업 경영진의 85%는 성과 부진을 외부 환경이 아닌 조직 내부에서 찾는다.

가장 큰 내부의 적은 복잡성이다. 복잡성은 기업이 성장을 지속하는 데 큰 몫을 하지만, 어느 시기에 이르면 소리 없이 성장을 죽이는 요인이 된다. 노키아가 부진에 빠진 것도 이러한 '성장의 역설'에 걸렸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적어도 유의미한 수준의 흑자 성장(연 5.5% 이상의 매출과 이익 성장)을 꾸준히 기록한 회사는 9개 가운데 1개꼴밖에 되지 않는다. 이익을 꾸준히 내며 규모를 키워 온 기업들의 공통적 특징은 복잡성과 관료주의는 물론이고 전략을 명확하게 실행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무엇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사업의 세부 사항을 중시하고,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최일선의 현장 직원들을 존중한다. 그런 기업들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사명과 초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건강한 기업은 이러한 태도와 행동방식이 어우러져 특정한 사고방식을 갖추게 되는데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창업자 정신(the founder's mentality)이라고 할 수 있다. 베인은 그간의 연구를 통해 기업에 남아 있는 창업자 정신과 그들이 시장에서 성과를 지속시키는 능력 사이에 깊은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신생기업뿐 아니라 모든 단계의 기업에서 이는 마찬가지였다. 1990년 이후 지금까지 창업자가 여전히 경영에 참여하는 기업의 주주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3배 높았다. 가장 높은 성과를 일관되게 올린 기업들은 최악의 성과를 거둔 기업들보다 창업자 정신의 속성이 4-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자 정신은 반역적 사명 의식(insurgent mission), 현장 중시, 주인의식이라는 세 가지 주요 특성으로 구성된다. 이는 성장을 막 시작한 기업이 자신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여건이 잘 갖춰진 기존 기업에 도전할 때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많은 기업들이 규모가 커지면서 너무도 쉽게 창업자 정신을 잃어버린다. 기업이 성장하고 규모를 키우는 일은 필연적으로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증가시킨다. 이에 따라 조직에 복잡성이 더해지며, 창업 당시의 반역적 의식은 흐려진다. 동시에 창의적 인재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와 같은 깊고 미묘한 내부 문제는 기업의 제반 외부 활동에 악영향을 미친다.

내부에서 리더들이 기업을 사실상 재창업함으로써 부활한 기업도 있다. 미국의 다비타는 1999년 파산 직전까지 갔지만 이후 개혁에 성공해 오늘날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났다. 위기 당시 CEO에 취임한 켄트 시리는 다비타가 안고 있는 문제와 난맥상을 공개적으로 소상히 밝히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후부터 주가는 100배나 올랐고, 시장 가치는 거의 제로 수준에서 150억 달러로 성장했다. 현재 16년째 CEO를 맡고 있는 시리는 기업 내부에 창업자 정신을 재충전함으로써 변혁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어떤 기업이라도 창업자 정신의 원칙을 적용하면 위기에서 탈출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젊은 기업은 창업자 정신을 구축해야 하고, 오래된 기업이라면 이를 재발견하고 재정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