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하이브리드 모델로 승부하라

성공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위한 전문가 제언 = 이커머스 혁신 (2)

디지털 변신을 성공시킬 방법은 무엇인가?

경영진의 디지털 준비도를 점검하라.

오프라인으로 성공한 유통기업이 순수 온라인 유통기업의 도전에 직면할 때, 흔히 겪게 되는 딜레마가 있다. 매출이 줄어들고, 수익이 감소하니 비용을 줄이게 되고, 그 결과 고객 서비스가 저하되어 매출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긴다.

왜 오프라인 기업은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최고 경영진 스스로가 디지털에 대한 이해가 낮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지털 사업모델을 전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커머스의 낮은 수익성 때문에 큰 규모의 투자를 선뜻 감당하려 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 이 때문에 경영진과 회사의 디지털 준비도에 대한 진단은 모든 여정의 출발점이 된다.

상황에 맞는 역량보완 방안을 마련하라.

실제 이커머스를 도입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몇 가지 옵션이 있는데, 각각의 장단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유형은 이커머스의 거의 모든 기능을 외부 수혈하고, 브랜드는 상품을 제공하는 것만 수행하는 아웃소싱형이다. 소규모 브랜드도 즉각적으로 이커머스 진입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결정적으로 옴니채널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커머스를 대행하는 서비스 제공업자의 이익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유형은 자사가 대부분의 기능을 내재화해서 이커머스를 수행하는 통합형 모델이다. 많은 자본투하가 필요하고, IT인력 등 패션회사로서는 구하기 어려운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단점이 크지만, 모든 것을 자사 브랜드에 맞춰 진행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 번째 사업모델이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지금의 대세는 하이브리드 형이다. 왜냐하면, CRM, 웹사이트, 앱 마케팅 등 고객 접점은 직접 통합, 나머지는 아웃소싱하는 모델을 통해 OPEX와 CAPEX의 최적화가 보다 용이해 지기 때문이다.

인프라와 조력자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

패션유통과 그로서리 유통의 차이가 많지만, 필자는 재고 관리 방식의 차이를 많이 이야기 한다. 그러서리 유통은 점내 재고도 있지만, 중앙물류창고 내에 보관되어 있는 재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반면, 우리나라와 같은 가두점 중심 체제하에서는, 대부분의 패션 기업이 중앙 물류창고보다는 점포 내 재고 위주로 상품을 운영한다. 매입예산 자체가 점포의 상품 진열에 필요한 물량을 중심으로 산정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커머스를 전개함에 있어 오프라인 담당자와의 교차 기능(cross functional)협업, 가두점 점주 혹은 스토어 매니저의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지는 이유이다. 상품의 결품과 배송 지연은 소비자의 이동에 제약이 없는 이커머스의 특성 상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된다.

패션과 잡화의 결품, 배송지연 문제의 상당부분은 오프라인 쪽의 협업이 잘되지 않는 것에서 기인한다. 인기가 많은 상품일수록 점주는 온라인 배송에 협조하기를 꺼려한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매출과 오프라인 매출에 대한 구분 자체를 없애야 한다. 직원의 성과 평가와 보상 측면에서 두 채널의 매출을 100% 동일하게 취급해 주어야 한다.

'제이크루' CEO가 이야기하듯, '소비자 관점'에서 차이가 없다면 '브랜드의 관점'에서도 차이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 유일한 궁극적 해결책이다. 필자는 실제 프로젝트를 통해 시뮬레이션을 해본 적이 있는데, 오프라인 점주에게 주는 온라인 판매 수수료의 증가분보다 결품, 배송지연 등으로 인해 생기는 기회 손실을 막는 것이 훨씬 더 큰 이득이 된다. 사실, 옴니채널 행태를 갖는 소비자를 생각해보면, 온라인으로 상품을 비교하고 오프라인에서 사는 경우, 반대로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살펴본 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경우, 어떤 채널의 영업사원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줄 것인가의 문제는 애매할 수밖에 없다.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옴니채널 챔피언을 두어라.

경영자가 디지털 채널만 강조하는 것도, 오프라인 채널만 강조하는 것도,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연결만 강조하는 것도 모두 경영상의 실책으로 연결되기 쉽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핵심 소비계층에 집중해서 고충점(pain points)을 해결할 방도를 찾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추진할 주체는 모든 채널에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핵심임원이어야 한다. 이 임원을 옴니채널 챔피언으로 하여 작업을 추진하는 것은 경영자에게 큰 힘이 된다.

디지털 유통의 한계와 오프라인 매장의 새로운 역할

세상의 어느 유통 방식도 무한정 커질 수는 없다. 베인의 추정에 따르면, 디지털의 침투율은 상품 카테고리마다 다르다. 도서, 가전제품, 가공식품보다 신선식품, 브랜드 패션의 디지털 침투율은 낮은 것이 정상이다. 기술의 발전 등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추세를 감안해서 통계적으로 추론해 볼 때, 의류의 이커머스 침투율은 약 25%대에서 정점을 이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패션시장 40조 중 25%인 약 10조 규모의 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아무리 이커머스가 빨리 성장한다고 해도 여전히 매출의70% 이상은 오프라인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자사 브랜드 웹사이트를 방문한 고객이 빈손으로 나가버리는 경우에 비해, 오프라인 매장을 온 손님은 무엇이든 한가지는 사가지고 가는 경우가 더 많다. 고객에게 충동구매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오프라인 매장이다. 온라인 매장이 아니다. 

온라인이 중요하고 성장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옷을 사기 위해 입어보고 만져보고 당장 가져가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배송과 반품의 속도와 편의성을 높여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보려 하지만, 본질적으로 오프라인 매장과 견줄 수는 없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매출을 높이는 후광효과(halo effect)를 가지고 있다. 좋은 지역에 위치한 매장은 소비자의 머리 속에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온라인에서 산 옷을 교환, 반품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 오히려 온라인 구매를 더욱 쉽게 받아들이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이 찾는 물건을 더욱 쉽게 찾도록 할 수도 있고, 전에 써보지 않은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기에 유리하고, 고객이 작은 것 하나라도 사도록 설득하기 쉽고, 지역 상권에 특화된 상품 구색을 갖추기에도 유리할뿐만 아니라, 비물판 영역을 유치함으로써 고객의 만족도를 더욱 높이는 기능을 구현하는 역할 부여가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관건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기적인 결합이다.

다시 한 번, "왜 이커머스인가?"

디지털 유통, 이커머스에 관심을 갖는 패션 유통업 경영자 중 많은 사람들이 ASOS라는 기업을 거론한다. ASOS는 컨텐츠가 결합된 온라인 잡지와 유사한 방식으로 제품을 소개/판매함으로써 급격히 성장했고 유명해졌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모바일 시대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의류를 판매하는 모범사례와 같이 거론되는 회사이다.

필자는 이 글의 결론에 갈음하여 ASOS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봄으로써 패션 유통을 영위하는 경영자들에게 이커머스의 의미를 말하고자 한다. 

ASOS는 백화점을 포함해서 패션과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글로벌의 모든 기업 중에 주주 이익률이 가장 높은 회사이다.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백화점을 포함, 아마존과 이베이까지 포함해서 지난 5년간 주주 총 수익률(TSR)을 비교해보면, ASOS는 아마존보다도, 메이시스 백화점보다도 더 높은 TSR 수치를 만들어 냈다.

2012년 1년간의 TSR이 120% 가량되고, 2007년 이후 평균 60% 대의 TSR을 창출했다. 영업이익률은 경쟁사와 유사하지만, 투하 자본의 규모가 가장 작기 때문에 투하자본 수익률(ROIC)가 현저히 높다는 것이 ASOS 성과의 가장 중요한 동인이다.

그 결과 ASOS는 미래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이익배율 (EBIT multiple)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익배율이 높다는 것은 투자자의 관점에서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고, 기업가치도 더 크게 형성된다는 의미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쿠팡이 5.5조의 기업가치를 가진다는 논의가 있어 많은 기성 유통업체에게 충격을 준 사실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물론, 필자가 판단하기에 쿠팡의 현실과 ASOS의 사업 모델과 기업가치가 높은 것에는 여전히 너무도 큰 차이가 존재한다. 상세한 논의는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겠지만, 경영자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회사, 자산을 경량화 시키면서 유통업을 영위할 수 있는 회사야말로 주주가치를 극대화시키는 회사라는 것이다.

디지털은 유통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패션 유통에서도 디지털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의 문제는 기업의 성패를 가르고 존망에 영향을 줄 것이다. 자동차 F1 경주에서 1등이 2등에게 추월당하는 구간은 곡선 구간이다.

직선 구간에서는 모두가 다 잘해내서 순위가 바뀌지 않는 것이다. 디지털이 만드는 큰 변화, 당신의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