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칼럼] 경영위기 돌파 키워드 ‘제로 베이스’ 재무관리

2017년은 국내의 정치 혼란과 대선, 트럼프 정권 출범에 따른 미•중 관계 변화로 아마도 한국 기업에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저성장 경제에서는 많은 기업이 비용에 민감해진다. 특히 비용 절감이 수익 창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비용 민감도는 급증한다. 바로 제로 베이스 재무관리(Zero-Based Budgeting)를 고려하는 일이다.

ZBB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는 전체 예산 항목을 대상으로 제로(0)에서 출발해 과거 실적과 우선순위를 다시 분석하고 평가해 예산을 짜는 방법을 말한다. 이런 접근법은 사업 운영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정의한다는 점에서 타당성을 갖는다. 물론 조직 내 비용 구조가 고착화되면 비용을 줄일 여지를 찾기가 매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기업이 ZBB를 고려하나 단순히 구조조정 도구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구조조정과 ZBB는 분명히 다른 개념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무작위로 지출을 줄이는 일은 저성장 환경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사업 활동을 하지 않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ZBB는 사실 엄격한 분석과 평가를 요하고 회사의 비용 구조를 착실하게 재구축하는 과정이 돼 한다. 성공적인 ZBB는 목표 달성과 관련된 수익과 비용을 철저히 분석하는 게 전제 조건이다. ZBB는 내부적으로 수행하기가 어렵다. 일단 어느 부서의 비용 구조가 고착화되면 관련 부서에서는 해당 비용의 정당성을 두둔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부서 자체를 없애면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구조조정으로 연결될 수 있는 톱다운 방식 ZBB는 간단하지만 사업 합리화 측면에서는 가장 비생산적이다. 그 반대인 보텀업 방식은 효과는 높을지 모르나 모든 비용의 정당성을 따져봐야 하니 불필요한 시간 낭비가 발생한다. ZBB를 추진할 때 가장 타당한 평가 기준은 생산성 분석이다. 생산성 창출 기반과 개선 계획을 만들어 이를 중심으로 비용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3가지 기준에서 비용을 범주화해 ZBB를 수행할 수 있다.

첫째, 업무에 필수적인(mission critical) 비용이다. 많은 기업이 비용은 모두 사업 목표를 실현하는 수단이라고 하지만 외부의 눈으로 보면 그렇지 않은 비용 항목이 부지기수다. 예를 들어 서울 한복판에 값비싼 사무 공간을 임차하고 있다면 그 공간이 자신의 사업을 수행하는 데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를 되물어야 한다. 실제로 업무에 필수적인 비용은 대부분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필수적인 비용 기반을 제로에서부터 구축할 수 있다.

둘째, 사업 관련 비용 구조다. 대부분 마케팅과 판매관리비가 여기에 속한다. 이 비용은 대고객 서비스나 AS 활동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사업 관련 비용은 생산성을 낮추는 요소로 비용 비효율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활동은 외부에 아웃소싱을 준다면 비용을 줄이고 대고객 대응 속도도 높일 수 있다. 일부 기업은 검사•평가와 같은 연구 활동 조차도 외부에 맡기기도 한다.

셋째, 사업 옵션 비용이다. 잘 만하면 비용 절감 효과가 매우 큰 분야다. 특히 회사의 전통•문화•CEO의 개인적 취향 등을 근거로 발생하는 비용으로, 사람의 감성이 개입될 경우 그 타당성을 검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제로 베이스 경영은 학술적으로 정리된 이론은 아니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파악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경영 패러다임에 가깝다. 제로 베이스 경영이라는 거창한 말을 쓰지 않아도 위의 3개 범주에서 비용을 철저히 따져 새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