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혁신의 길,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 만들라”

“혁신의 길,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 만들라”

동아비즈니스포럼 석학들 강연

  • 2020년12월3일
  • 읽기 소요시간

동아일보

“혁신의 길,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 만들라”

[동아일보=배미정, 장재웅 기자] “구성원 누구든지 자기 생각, 심지어 실수까지 두려움 없이 말하게 하라.”

리더십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두려움 없는 조직’의 저자인 에이미 에드먼드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2일 코로나19 시대에 필요한 혁신의 원동력으로 포용적 리더십을 꼽았다. 그는 “리더는 직원의 문제 제기를 경청하고, 더 나아가 그 직원에게 적극적으로 감사를 표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향후 100년을 위한 비즈니스 전략 재설계’를 주제로 ‘동아비즈니스포럼 2020’을 열었다. 해외 연사들의 강연은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됐다. 온라인으로 접속한 청중은 화상 채팅창에 생생한 의견과 질문을 쏟아냈다. 소수 참가자로만 제한한 오프라인 행사도 철저한 방역 수칙 아래 치러졌다. 이날 포럼은 탈레스 테이셰이라 전 하버드대 교수, 케빈 메이니 카테고리 디자인 어드바이저 파트너, 대럴 릭비 베인앤드컴퍼니 글로벌 이노베이션 및 애자일 프랙티스 부문 총괄 대표 등 세계적 경영 사상가들이 강연에 나섰다. ‘동아럭셔리포럼 2020’과 올해 처음 신설된 ‘테크 포 굿’, ‘AI 포 비즈니스’ 등 부대행사들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조직의 리더들은 자신의 존재가 직원들을 침묵하게 한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그런 일들이 발생한다.”

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20’의 기조강연자로 나선 에이미 에드먼드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남의 눈치를 보며 침묵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전제했다. 이런 분위기가 팽배하면 조직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을 저해하고, 결국 막대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침묵이 조직에 거대한 피해를 입힌다?

인기 경영서 ‘두려움 없는 조직’을 저술한 그는 이 같은 조직적 침묵의 위험성을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2003년 2월 1일 나사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공중에서 폭발해 탑승자 7명 전원이 사망했다. 사고 원인 조사 과정에서 나사의 엔지니어인 로드니 로차가 이미 폭발사고 발생 2주 전 컬럼비아호에 이상이 있을 수 있음을 파악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로차는 이런 징후를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그는 침묵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나는 말단 엔지니어고 내 팀장은 나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에드먼드슨 교수는 “위계질서 때문에, 혹은 문제를 제기했다가 내가 틀릴 가능성 때문에, 또는 잘돼 가는 것처럼 보이는 일에 문제를 제기해 부정적인 사람으로 보일 가능성 때문에 조직 내에서 침묵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컬럼비아호 사고는 심리적인 안전감이 구축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라고 했다.

“동양의 위계 중심 문화가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 정착에 방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에드먼드슨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심리적 안전감 수준의 차이는 동서양의 문화적 요인보다는 산업별 혹은 조직별로 더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고압적이고 답답한 조직문화를 동양적 특성이라고 치부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자동차 기업 도요타를 언급했다. “일본의 문화에서 일개 직원이 업무상 문제를 지적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도요타는 직원들에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교육했다”며 “이렇게 확보된 심리적 안전감이 도요타를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실패할 계획부터 미리 세워라

에드먼드슨 교수에 이어 강연에 나선 대럴 릭비 베인앤드컴퍼니 글로벌 이노베이션 및 애자일 프랙티스 부문 총괄대표는 코로나19같이 예측할 수 없는 위기가 상시화된 ‘블랙 스완의 시대’에 성공하려면 ‘실패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릭비 대표는 “최근 빠르게 성공한 기업의 3분의 2가량은 원래의 사업 계획이 실패해 피벗(방향 전환)한 이력이 있다”며 “끊임없이 실패하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한 기업이 성공한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1위 기업용 메신저 기업 슬랙의 예를 들었다. 슬랙은 원래 비디오 게임을 만드는 회사였는데, 사원들끼리 쓰려고 만든 메신저 서비스를 외부에 공개해 대박을 터뜨렸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역시 처음에는 젊은 남녀를 위한 비디오 데이팅 사이트였다. 서비스를 오픈하고 일주일이 지나도 별 반응이 없자 창업자인 스티브 천이 아무 영상이나 올려보자고 사업 방향을 바꿨고, 귀여운 애견 영상과 아기 영상 등이 올라오며 조회수가 폭발했다.

릭비 대표는 요즘 많은 기업이 유행처럼 ‘애자일 팀’을 만들면서도 정작 일하는 방식은 바꾸지 않아 혁신에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직의 구조를 바꿨으니 직원들이 1년 안에 성과를 보여줄 거라고 기대하면 오산”이라며 “리더 스스로 애자일(민첩)해짐으로써 애자일하게 일하는 방식의 강점을 깨닫고,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구성원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기업의 모든 임직원이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하는 것 역시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릭비 대표는 “애자일 전환에 성공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애자일 혁신을 추진하는 팀은 전체 조직의 20% 수준”이라며 “리더십 팀, 즉 경영진은 애자일 혁신 팀과 전통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팀들이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