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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날씨, 매서운 리스크 됐다 [경영칼럼]

극한의 날씨, 매서운 리스크 됐다 [경영칼럼]

  • 2024년3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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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날씨, 매서운 리스크 됐다 [경영칼럼]

 

[매일경제=최정수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전 세계가 연초부터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40여개주는 새해 초부터 눈폭풍, 강풍, 돌발 홍수 등의 영향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북극발 찬 바람이 우리나라로 직격하는 이례적 현상이 벌어졌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인 1850~1900년 대비 1.45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 기후에 따른 여파는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삶에 깊이 파고 들고 있다.

올해 초 열린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학계·재계·정부기관·국제기구 관계자 등 1490명 중 66%는 ‘극한의 날씨’가 위협적인 글로벌 리스크라고 답했다.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28번째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전 세계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공정하고, 질서정연하고, 공평한 방식으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을 2030년 안에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합의문에 담은 데 이어, 전 세계 각계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를 위한 탄소 중립 달성에 속도를 낼 것을 촉구했다.

베인은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정부의 규제만큼이나 민간 분야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뿐 아니라 기업들이 자발적 탄소 시장(Voluntary Carbon Market·VCM)을 더 활성화해야 탄소 중립 목표에 가까스로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이 탄소 배출 감축에 투자하고, 투자 업계가 탄소 배출을 돕는 회사에 투자하는 등 전(全) 산업계가 공동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베인 추산에 따르면, 2022년 기업의 VCM 규모는 13억달러에 불과했다. 수조달러의 재원(財源)이 필요한 탄소 중립 달성에 속도를 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VCM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 시장의 힘을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이 분야 선도 기업들이 복잡한 규제 환경에서 큰 비용을 치렀던 것을 교훈 삼아, 후발 주자들에겐 투자 환경을 단순화해 탄소 배출 감축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VCM은 2030년까지 VCM 시장이 500억달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밸류 체인에 에너지 전환과 탄소 감축 노력을 담아야 한다. 주요국 중 75%의 계획이 여전히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만큼, 기후변화 관련 규제와 정책은 앞으로 더 세밀해지고 속도 또한 가팔라질 것이다.

특히 탄소 배출권이 적극적인 투자를 미루는 수단으로서 활용되지 않도록, 그 역할을 보완 수단으로서 더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저탄소 제품·서비스의 조기 상업화와 탄소 수요를 줄이는 등 실질적인 기여 수단이 여럿 있다. 네덜란드 맥주 회사인 하이네켄부터 독일 IT 회사 SAP, 덴마크 친환경 에너지 기업인 오스테드(Ørsted) 등 업계를 뛰어 넘어 많은 기업들이 탄소 감축 전략을 전사 전략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중이다.

기후변화는 일부 국제 기구 관료와 경영진만의 몫이 아니다. 기업 또한 탄소 배출 데이터를 마치 비용을 추적하듯이 세세하게 관리해야 하는 방법을 찾는 한편, 지속 가능성 목표를 경영 시스템 내 성과 측정에 포함해야 한다. 나아가 조직 구성원이 필요성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이해 관계자를 설득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불가피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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