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AI 스며든 금투업, 격차는 이미 벌어졌다

AI 스며든 금투업, 격차는 이미 벌어졌다

  • 2025년7월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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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스며든 금투업, 격차는 이미 벌어졌다

기업분석·반복업무 처리 등 금투업 재편 핵심 자리매김

AI통찰과 인간 직관 결합해 먼저 실천하는 조직이 유리

은행 창구의 대출 상담부터 사모펀드(PE)의 실사보고서 작성까지. 금융투자업계 구석구석에 인공지능(AI)이 스며들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쯤 AI는 '보조 도구'에 불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AI는 그새 금융투자산업을 재설계하는 핵심이 됐다.

베인앤드컴퍼니가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20%가 이미 AI를 도입해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업계의 기대감은 이보다 더 크다. 무려 95%에 가까운 투자자가 "앞으로 3~5년 내 대부분의 포트폴리오에서 AI가 실질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장에선 이미 변화가 보인다. 일부 운용사는 AI를 활용해 '섹터 스크리닝'을 자동화한다. 1년 전만 해도 수주나 걸리던 시장 타기팅을 불과 몇 시간 만에 끝낸다. "어떤 산업과 기업이 AI 시대에 유망한가"에 대한 대답을 AI가 대신해주는 세상이다. 실사 과정에서 수천 건에 달하는 리스크 요인을 AI로 분석한다는 사례도 있다. 공급망·규제 이슈, 기술적 취약점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해 의사결정의 속도와 정밀도를 모두 높인다. 연간 감사나 경영 보고를 통해 확인하던 기업 상태를 이제는 AI가 상시 모니터링한다. 나아가 '이 기업은 비용 구조 개선 여력이 15%, 신규 매출 기회가 20% 있다'는 식의 정량적 진단도 제공한다.

지루하면서도 중요한 반복적인 업무의 상당수도 AI로 대체되고 있다. 예컨대 유동성공급자(LP) 대상 보고서 작성, 투자 검토 회의자료 요약, 계약문서 번역과 정리 업무 등은 상당 부분 자동화되는 추세다. 특히 글로벌 펀드일수록 문서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다양한 언어와 규제 문서를 AI가 실시간 처리하면서 투자 검토에 걸리는 인력 부담이 획기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AI의 확산 범위는 금투업계 전방위적이다. 글로벌 은행들은 AI를 활용한 '대화형 보고서 생성기'를 도입해 애널리스트 리포트와 상품 소개서를 자동 작성한다. 글로벌 보험사들은 생성형 AI 기반 청구 시스템으로 고객이 사진 몇 장과 간단한 설명만 입력하면 수십 초 만에 심사 결과를 안내한다.

AI의 확산은 결국 사모펀드, 나아가 금투업의 밸류체인을 재편할 것이다. 과거에는 매출 성장과 멀티플 확대가 기업가치 창출의 주요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마진 개선'과 'AI 기반 운영 효율'이 새로운 차별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2~3년간 인수·합병(M&A) 딜의 가치 증가는 수익보다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AI가 핵심 레버로 기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흐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핵심은 단순한 AI 도입이 아닌 '투자전략·실행 조직·AI 도구'가 하나로 연결된 운영체계다. AI가 제시하는 통찰을 사람의 직관과 결합해 실행으로 옮기는 조직만이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조직의 비전도 재설정해야 한다.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AI를 활용해 초과 수익(알파)을 만드는 플레이어만이 선택받을 수 있다. AI는 금투업의 미래가 아니다. 이미 시작된 현재다. 후발 주자와의 격차는 생각보다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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