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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앤드컴퍼니의 新경영 <6> 코딩 봇만으론 부족… AI가 다시 짜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법칙

베인앤드컴퍼니의 新경영 <6> 코딩 봇만으론 부족… AI가 다시 짜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법칙

  • 2025년11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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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앤드컴퍼니의 新경영 <6> 코딩 봇만으론 부족… AI가 다시 짜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법칙

/사진 셔터스톡

[이코노미조선 = 신문섭 베인앤드컴퍼니 대표파트너] 최근 대형 금융사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생성 AI(Generative AI)를 소프트웨어 개발 실무에 잇따라 실전 배치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내부 성과 평가에 인공지능(AI) 활용을 반영하겠다며 직원에게 여러 AI 도구 사용을 독려하는 한편, 골드만삭스∙JP모건 등 월가 주요 금융사는 코딩 지원부터 문서 요약, 데이터 분석까지 AI를 실제 업무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 세 곳 중 두 곳은 개발자 옆에 ‘AI 어시스턴트’를 앉히며 업무 혁신을 시도 중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성과는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개발팀 단위로는 생산성이 10~15% 높아졌지만, 절약된 시간을 더 가치 높은 일로 재배치하지 못해 조직 운영 측면의 의미 있는 변화 및 재무적 성과로는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AI 투자의 실질적인 성과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경영진의 질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근본 원인은 개발 프로세스 전체 업무 흐름에서 검토되지 않고, 일부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AI 도구 도입은 단위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AI 어시스턴트의 진정한 가치는 개발 생애 주기 전체에 걸친 업무 흐름 측면에서 사람이 할 일과 AI를 통해서 할 일을 재정의하는 것에 있다.

코드 자동 완성을 넘어 ‘전 단계 AI’ 도입 필요

많은 조직이 더 빨리 코딩을 해내는 것에 매달린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개발의 업무 흐름에서 코딩 및 테스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5~35%에 그친다. 이 구간만 AI를 통해 속도를 높인다고 해서 전체 개발 속도가 오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생성 AI의 실질적 가치는 ‘설계, 계획, 테스트, 배포, 운영·유지·보수’까지 개발 생애 주기 전체에 적용할 때 실현된다.

결국 관건은 ‘도구 배치’가 아니라 업무 방식 재배치다. 코딩 속도를 높이면 코드 리뷰, 통합, 배포 속도도 함께 맞춰야 병목이 사라진다. 코드 생성이 두 배 빨라지게해도 리뷰, 통합, 보안 심사 속도가 그대로라면, 대기열만 길어진다.

따라서 선도 기업은 테스트와 품질 검증 단계를 앞당겨, 자동으로 생성된 코드가 느린 검증 절차에 막히지 않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넷플릭스는 테스트와 품질 검증을 앞단으로 당기는, 이른바 ‘시프트 레프트(shift left)’를 채택했다. 빠른 코드가 느린 테스트 앞에서 대기하지 않도록 품질 활동 자체를 설계·개발 초기에 도입하는 방식이다. 업무별 속도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 따라 개발자 역할과 조직 설계도 달라져야 한다. AI 1세대는 코파일럿 혹은 ‘스마트 AI’가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2세대는 다단계 작업을 준자율로 수행하는 ‘에이전틱(Agentic) AI’에 가깝다. 이런 변화에 따라 개발자 역할은 의도 엔지니어(intent engineer), 혹은 AI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로 확장된다. 단순히 코딩을 빨리 짜는 것이 아니라 프롬프트 설계·평가, 에이전트 권한 범위와 가드레일 설정, 데이터·도구 연계를 조율하는 역량이 핵심이 된다.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실무에 본격 도입하기에 앞서 실험적으로 ‘샌드박스’ 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또한 방법이다. ‘소규모 앱’ 을 에이전트에게 대부분 맡기고, 사람은 개입 지점을 정의·감독하는 방식이 유효하다. 이 파일럿은 어디까지 자율화가 가능한지,어떤 감독·스킬이 필요한지, 어떤 워크플로가 병목인지 ‘조직의 경험 데이터’를 축적하는 출발점이 된다.

팀 맥락에 맞게 AI 도입해야

이처럼 선도 기업은 생성 AI를 도구 도입이 아니라 개발 생애 주기 재설계로 본다. ‘AI-네이티브 개발’의 미래 상태를 그린 뒤, 그 지점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퓨처 백(fu-ture-back)’ 로드맵을 짠다. 내부 코드·문서에 맞춘 맥락 인지형 보조를 개발 플랫폼에 심고, 단순 자동 완성을 넘어 코드 생성·테스트까지 아우르는 체계를 마련한다. 이렇게 해야 주기 단축이 ‘개별팀 최적화’에 머물지 않고 전사 사이클 타임 개선으로 이어진다.

핵심은 높아진 효율성을 실질적 사업 가치로 연결 짓는 것이다. 절감 시간을 어디에 재투자할지 선제적으로 정하고 핵심성과지표(KPI)로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배포 빈도는 ‘주 1회’에서 ‘하루 다회’, 변경 리드 타임은 12개월 내 20% 단축을 목표로 잡는다. 품질 측면에선 변경 실패율 12개월 내 15% 미만, 평균 복구 시간 1시간 이내를 기준선으로 삼는다. 산출·가치 지표는 기능 처리량 10% 확대, 직원 1인당 매출 유지·개선을 추구하며, 경험 지표로 ‘개발자 만족도 90%+’ ‘고객 만족도 80~85%+’를 관리한다. 지표로 효과를 선명하게 하고, 검증된 관행을 전사로 확산해야 경영진이 납득할 만한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 과정을 가로막는 마찰을 줄이려면 개발환경 현대화가 필수다. AI가 아무리 코드를 빨리 만들어도, 이를 실제 제품으로 옮기는 시스템이 느리면 전체 속도는 떨어진다. 따라서 개발 환경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바꾸고, 테스트와 배포를 자동화하는 구조로 재정비해야 한다. 그래야 AI의 효율이 속도 손실 없이 사업 성과로 이어진다. 팀별 맥락에 맞는 맞춤 툴·플레이북·교육으로 채택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원사이즈’ 도입은 실패 확률을 높이고, ‘팀 단위 최적화의 전사 확산’이 AI 도입 확장의 핵심이 된다.

사람·프로세스·도구 정렬로 업무 재설계

많은 조직이 파일럿에서 멈추는 이유는 공통적이다. 첫째, 경영진의 분명한 우선순위 부재다. 톱다운 신호가 약하면 파일럿 실험은 흐지부지된다. 둘째, 현장 실무진 저항이다. 윗선에서 갑작스러운 업무 변화 압박이 오면 개발자는 익숙한 관행으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기업 네 곳 중 세 곳이 ‘일하는 방식 변화’가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셋째, 역량 격차다. 프롬프트 작성, AI 산출물 검토 등 새 기술은 교육이 없으면 잘 활용되지 않는다. 넷째, 투자수익률(ROI) 추적 부재다. 절감 시간 재배치 계획과 KPI가 없으면 효율성 개선이 ‘사업 성과’로 전환되지 않는다. 다섯째, 프로세스·도구 불일치다. 수동 빌드·테스트·릴리스, AI 산출물을 소화하지 못하는 레거시 툴체인은 속도를 갉아먹는다.해법은 세 갈래다. 우선 쉽고 임팩트 강한 영역에서 시작해 성공 경험을 만든다. 새 기능 코드 생성, 테스트 자동화처럼 성공 확률이 높은 도메인부터 공략한다. 다음으로 사람에게 투자한다. 프롬프트, AI 오케스트레이션 실습, 변화 관리, 성공 사례 공개와 보상으로 채택을 습관으로 한다. 마지막으로, ‘전체 워크플로를 혁신한다. 코딩이 빨라진 만큼 리뷰·통합·배포까지 속도를 맞추고, 병목을 데이터로 탐지·제거한다. 

결론은 분명하다. 화려한 AI 어시스턴트보다 중요한 것은 ‘일의 재설계’다. 생성 AI를전체 생애 주기에 심고, 절감 시간을 가치 창출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KPI로 증명하는 기업은 이미 10%대 보조 도구 효과를 넘어, 프로세스 변혁과 결합해 25~30% 생산성 도약을 이룬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12~24개월, 모델의 성능·신뢰성이 높아지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감한 비전, 실행 가능한 로드맵 그리고 사람·프로세스· 도구의 정렬이다. AI의 ‘실험’을 넘어 ‘사업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의 새로운 표준을 다시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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