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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앤드컴퍼니의 정현식 상무는 국내 오프라인 유통 시장은 정체기에 돌입했는데 여전히 과거 관행대로 점포 수 기반 외형 성장 전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기존점 점당 매출 상승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고객 관점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카테고리별 전략적 운영(CLCM)을 제안했다.
RM 국내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편의점, 대형마트, 백화점, 아웃렛, 외식 등 업태를 막론하고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의 성장이 전반적으로 정체하는 구간에 이르렀다. 그래서 유통업체 사이에서 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 국내 유통 업계가 구조적인 한계에 이른 것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 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출점 포화에 이르렀다. 편의점을 예로 들면 2024년 말 기준으로 5만 5천 개를 넘어섰는데, 이는 우리보다 역 사가 오래된 일본과 비교해도 인구 1천 명당 점포 수가 훨씬 많은 상황이다. 이렇게 시장 포화가 구조적 원인 중 하나다. 두 번째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인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권에서는 폐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 번째는 이커머스의 성장이다. 쿠팡 같은 온라인 기반의 업체로 고객이 이전하면서 오프라인 업체에 대한 수요가 낮아지고 있다.
RM 정체에 이른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돌파구는 무엇인가.
구조적 변화로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 사이에서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베인앤드컴퍼니(이하 베인)에서는 더 이상 점포 수 중심의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점포 수와 그 점포에서 창출하는 점당 매출로 나눠 볼 때 결국 기업은 앞으로 점당 매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매출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존점 점당 매출과 신규점 점당 매출이 있는데, 특히 국내 유통업체에게는 기존점 점당 매출 창출이 성과 개선의 핵심이 될 것이다.
RM 많은 성장 지표 중 특히 기존점 점당 매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표 1>은 기업 가치와 미래 점포 수 성장, 기존점 매출 성장,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성장, EPS(주당 이익) 성장의 4가지 지표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것이다. 왼쪽으로 갈수록 기업 가치를 설명하는 설명력이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미래 점포 수 성장 즉, 점포를 얼 마나 더 추가 출점 할 수 있는가에 관심이 높았다. 물론 미래 점포 수 성장은 여전히 유의미한 지표이지만,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 기존점 매출이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것이냐다. 두 지표 간 격차가 점점 줄고 있다. 점포 수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편의점 마저도 이제 점당 매출이 중요 해진 시기가 왔다. 여기서 기존점은 신규 출점 후 1년이 경과한 점포로 이해하면 된다. 기존점이 얼마나 가치와 매출을 창출하는가는 기업 가치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오른쪽에 있는 EBITDA나 EPS 등 전통적으로 수익성이 높으면 기업 가치가 높을 것으로 인식했는데, 실제 분석해보면 기존점 매출 성장이라는 지표보다 설명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기존점 매출 지표는 결국 고객이 얼마나 이 유통업체를 자주 방문하는가와 직결된다. 회계적 방법이나 단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등 EBITDA를 높이는 기법이 많은데 유통업의 근본적인 가치를 설명하는 것은 결국 고객이 지속적으로 점포를 찾는가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기존점에서 얼마나 매출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가다. 최근 글로벌 유통업계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시행하든 성과는 기존점에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했는가, 특히 기존 고객의 재방문율을 핵심적인 지표로 평가한다. 이는 앞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고객 이 찾아올 차별적인 경쟁력을 지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고객 관점의 시사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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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 기존점 매출 성장은 유통업체라면 당연히 중요하게 여겨야 할 지표이지만, 한국 유통업체에게 기회가 있는가.
물론 기회와 리스크 요인이 공존한다. 하지만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국내 유통업체들이 성과 지표와 직결해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고객 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었던 점이다. 그래서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이미 고객 데이터나 디지털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는 잘 구축해 놓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점 매출 성장의 핵심은 기존 고객을 계속 유치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고객에게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인데, 이미 그런 성과 개선의 핵심 기반은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지역적 혹은 국가적 특성 때문인데, 국내 시장은 국토가 그리 크지 않은 데다 수도권 중심으로 밀집돼 있어 기존점 점당 매출 성장 전략을 구축하면 그 성장 전략을 타 상권 유형 혹은 타 지역으로 전파하기 용이한 구조다. 국토가 넓은 미국은 기존점 점당 매출 성장을 위한 진열과 구색, 가격, 물류 같은 오퍼레이션을 잘 구축해 놓아도 지역별로 다른 전략을 펼쳐야 할 때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존점 점당 매출 상승 전략만 구축하면 확산 과 성과 개선으로 바로 연결시킬 수 있다.

RM 기존점 매출 성장을 촉진하려면 어떠한 전략적 변화가 요구되는가.
<도표 2>와 같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우선 더 많은 거래와 더 많은 고객의 인게이지먼트를 확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베인에서는 기존점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성장 전략의 첫 번째 시작점을 고객으로 본다. 고객이 얼마나 많이 방문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해 고객을 많이 유입시키며, 양질의 고객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다음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더 개인화, 맞춤화된 마케팅을 시행해 고객의 재방문을 촉진한다. 그러면 점당 매출 특히 기존점 점당 매출을 상승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RM 구체적으로 고객 관점에서 기존점 매출 성장을 향상하는 방법을 소개해달라.
베인의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를 위한 ‘커스터머 레드 카테고리 매니지먼트(Customer-led Category Management; CLCM)’를 활용한다. 즉, 기존점의 가장 근본적인 경쟁력인 상품 경쟁력을 고객 관점에서 점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CLCM은 운영하고 있는 카테고리들을 전 사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X축에 손익 기여도, Y축에 집객력을 놓고 운영하고 있는 중분류 카테고리들을 배치한다. 그럼 각 카테고리들의 전략적 역할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손익 기여도와 집객력이 모두 높은 카테고리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는 먹을 거리와 마실거리, 대형마트에서는 신선식품이 그런 역할을 한다. 이를 베인에서는 ‘히어로(hero)’라고 명한다.
유통업체에서 가장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카테고리다. 그런데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어떤 상품, 어떤 카테고리를 이익률 목표를 포기하고 집객을 위해 운 영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개별 MD가 전사 관점에서 매익률 혹은 이익률을 포기하겠다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든 구조다. 그렇다 보니 사실상 톱다운 방식으로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처음에는 카테고리별로 전략적 역할을 명확하게 부여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음, 트래픽(traffic)이라는 카테고리는 본사에 기여하는 실질 손익은 낮지만 집객력은 높은 카테고리를 의미한다. 확실한 트래픽 역할을 위해 이 카테고리를 담당하는 MD는 손익 목표는 낮아도 집객력을 극대화하는 임무를 부여 받는다. 이를 위해서는 판매 영수증 건수와 병행 구매 건수를 중요한 관리 지표로 삼아야 한다. 반대로 에센셜(essential)이라는 것은 실질 손익은 높은데 집객력은 낮은 카테고리다. 이 카테고리는 보통 크 로스 셀(cross-sell)의 대상이 되는 상품으로, 매장을 나가며 하나씩 구입하게 되는 초콜릿이나 스낵 같은 것이다. 이 카테고리는 고객을 더 많이 끌어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익률, 이익률에 높은 목표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니까 크로스 셀을 일으키는 역할에 충실해 본사의 이익에 기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오퍼튜니스틱(opportunistic)은 손익 기여도와 집객력 모두 낮은 카테고리다. SKU, 진열 면적을 줄이는 식으로 자원 분배를 최소화해 전사 관점에서 보다 중요한 다른 카테고리에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이 카테고리에 대해서는 SKU당 매출과 손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KPI를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전 상품 카테고리를 4가지로 나눠 전략적 역할을 부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카테고리 전략이나 MD 전략처럼 보이겠지만 고객이 오프라인 점포를 찾아오게 하려면 근본적으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RM 중분류별로 4가지 역할을 부여한 후 현장에서는 어떻게 오퍼레이션을 개선해야 하는가.
CLCM을 도입한 후 그 역할에 근거해 현재 카테고리별 매대 진열 면적과 공간 할당이 적합한지 점검한다. 오퍼튜니스틱 같은 후순위 카테고리에 매대 면적이 너무 많이 할당돼 있거나 신상품 수가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면 이를 줄여서 히어로나 트래픽 같이 집객에 기여하는 카테고리에 과감히 투자하도록 전사 차원에서 자원 최적화를 이뤄야 한다. 프로모션이나 마케팅 예산도 보다 중요한 히어로나 트래픽 카테고리에 배분하면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 수 있다. 고객 관점에서 데이터에 근거해 카테고리별 전략적 역할을 부여하면 현장에서 많은 개선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고객 동선 관점에서 크로스 셀을 일으키는 상품과 대상이 되는 상품을 어떻게 배치하고 동선을 최적화할 것인지, 그리고 SKU 효율성을 따지며 발주 및 구색 관리를 하고 있는지 등 상품에서 시작한 고객전략이 영업 현장의 상품 진열, 구색 및 발주 관리로 확장된다. 그 다음 물류단에서 도 적시에 물류 편차 없이 발송될 수 있게 시간대별 수요를 고려해 물류 오퍼레이션을 재정비할 수 있다. 즉, 자원 최적화와 다음 단계의 MD, 영업, 물류가 유기적으로 하나로 연결되면서 개선된다. 한편, 유통업체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PB에도 CLCM을 적용할 수 있다. 이렇게 고객 관점에서 출발해 세부 전략을 실행하면 기존점 객수와 고객 방문 횟수를 늘려 결국 기존점 점당 매출을 향상시킬 수 있다.
RM PB 운영전략에는 어떻게 CLCM을 적용할 수 있는가.
고객이 PB 때문에 자사를 찾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 유통 업체의 목표다. PB도 저가형 PB, 가격대는 높지만 차별화 요소가 있는 PB 등 다양하게 구축할 수 있는데, 이러한 PB 운영전략도 4가지 카테고리를 기반으로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히어로 카테고리에서 PB를 개발한다면 집객력이 높은 핵심적인 카테고리이므로 고품질 고관여 PB를 개발할 수 있다. 그런데 전사적 자원을 최적화하는 관점에서 카테고리 역할과 관계없이 어떻게든 PB 하나를 히트시키기 위해 여러 카테고리에 걸쳐 예산을 분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단 카테고리의 역할 먼저 명확하게 한 후 그에 맞게 PB 전략을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
RM 데이터에 기반한 카테고리 관리 전략을 도입한 후 실질적으로 어떠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
글로벌 A사 경우 신선식품 시장의 견조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감소했다. 가격 경쟁력 하락, 재고 부족, 진열 부진 등으로 고객 만족도가 떨어진 것이다. 이에 중복된 역할을 수행하는 상품이 없도록 정비하고, 일관된 가격 전략과 머천다이징·매대 구성 개선 작업으로 4분기 연속 기존점 매출이 성장(3%)했으며 농산물 판매량은 5%, PB상품은 6% 성장했다. 일반적으로 베인의 프로젝 트 후 2~5% 이상 매출이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흥시장의 성장률이 높은 편(10~20%)이다. 한편, 비효율적인 SKU를 철수하고 확보한 공간과 예 산을 수익이 더 높은 부문에 할당하는 등 전사 자원의 재 분배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성과다. 이 외에도 카테고리 매니저 및 MD의 권한을 강화하고 공급망 및 운 영 비용을 절감하며 고객경험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