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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포트폴리오 기업 매출 증가율 연 12%, 고용 연 9%..전체 기업 평균 대비 2~3배
– R&D·설비투자 확대 및 재무 전략 집행으로 기업가치·고용 안정 동반
– 글로벌 톱티어와 10배 이상 격차…전문화·해외 확장 과제도 병행
사모펀드(이하 PEF)가 투자한 국내 기업은 고용과 매출 성장률이 국내 기업 평균의 두 배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PEF가 단순한 자본 제공자를 넘어, 투자 이후 실적 개선과 추가 고용을 동반시키는 사회·경제적 순기능이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베인앤드컴퍼니가 국내 13개 주요 PEF 운용사에 소속된 포트폴리오 기업 304곳을 대상으로 지난 20년간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은 연평균 12%, 수출은 연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기업의 평균 매출 증가율이 4%, 제조업 수출 증가율이 3%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각각 약 3~4배에 달하는 성장세다. 고용 지표도 국내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PEF 포트폴리오사의 고용은 연 9% 증가해 같은 기간 국내 기업 평균(3%)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고, 임금 역시 연 9% 상승해 일자리의 양과 질 모두에서 긍정적 기여가 확인됐다. 특히 PEF가 투자한 기업의 정규직 비중은 94%로, 동일 산업 평균인 약 60%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의 양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 성과가 확인된 것이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 사모펀드 산업의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12일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PEF가 하나의 독립적 산업으로 지난 20여 년간 자리 잡아온 과정과 역할,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과 과제를 균형 있게 짚어보자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중소·중견 중심으로 누적 1,220억 달러 공급…전략산업 570억 달러 집중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PEF 시장은 약정액 기준 154조 원으로 성장, 지난 20년간 3배 이상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PEF는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국내 M&A 거래의 약 60%를 담당하는 핵심 투자 주체로 자리 잡았다. 민간자본을 기반으로 산업 전반의 성장과 구조 개편을 이끄는 성장 엔진으로서 그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PEF의 이러한 질적·양적 성장은 PEF의 '적극적 자본 전략(active ownership)'이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PEF는 첫 투자 이후에도 포트폴리오 기업에 추가적인 성장 자본·운영 역량을 결합해 투자 기업의 성장과 실적 개선을 이끈다. 실제로 전체 포트폴리오 기업 중 17%는 평균 690억 원 규모의 추가 유상증자를 유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투자 이후 해당 기업의 R&D 투자는 연 16%, 설비투자는 연 10% 확대되는 등 ‘밸류업~성장~기업가치 회수’의 선순환이 다수 사례에서 실현된 것으로 분석됐다. PEF가 지난 20여 년간 대기업 중심이 아닌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누적 1,220억 달러의 자본을 공급한 점도 펀드의 순기능 중 하나다. 이 같은 투자는 단순한 재무적 성과를 넘어, 국내 산업 생태계의 저변을 확장하고 기업들의 성장 잠재력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기반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 경제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AI, 반도체, 바이오, 방위산업, 배터리, 신재생 등 전략 산업군에 대한 투자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분야의 투자 규모는 누적 782건, 총 57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집중돼, 민간 자본이 고위험·고수익 구조를 감수하며 국가적 성장 과제에 선제적으로 기여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공공재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미래 기술 투자에 대해, 민간이 스스로 위험을 떠안고 혁신을 견인한 상징적 기여로 평가된다.
◇ 산업 구조개편에서도 핵심 역할…“카브아웃 통한 효율화 엔진”
PEF는 국내 산업이 큰 전환점을 맞이하던 시기에 구조 개편의 촉매제 역할도 수행해왔다. 특히 국내 대기업이 보유한 비(非)핵심 사업부를 분리해 독립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카브아웃(carve out)'은 PEF의 대표적인 역할 사례로 꼽힌다. 카브아웃이란, 대기업 내부에서 우선순위가 낮거나 경영적 시너지가 크지 않은 사업부를 떼어내 별도 법인으로 세우는 과정으로, 내부 역량만으로는 충분한 투자나 사업 확장이 어려운 경우 사모펀드가 이를 인수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부여한다. PEF는 이러한 기업들을 인수한 뒤, 자본 재투입·운영 효율 개선·신규 시장 진출 전략을 통해 체질을 새롭게 정비하며, 기업의 수익구조를 재설계해왔다. 이를 통해 해당 사업부는 대기업 내부에서 상대적으로 '부차적 존재'였던 시기보다 더욱 빠른 의사결정·고도화된 자원 배분·중장기 성장 전략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상위 50대 카브아웃 누적 규모는 약 150억 달러에 달하며, 2019년 이후 대기업의 비핵심 사업부 매각 건수의 80% 이상은 PEF가 인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PEF가 단순한 매각 대상이 아니라, 비효율을 줄이고 자원을 재배분하는 구조 개편 해법으로 자리 잡아왔음을 의미한다.
◇PEF, 글로벌 운용사와 격차 여전…“이제는 규모 확대가 핵심 과제”
향후 PEF의 도약을 위해서는 우선 규모의 확장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글로벌 상위 운용사와의 격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 1위 운용사 블랙스톤의 운용자산(AUM)은 1조1,000억 달러, 2~3위인 아폴로와 KKR는 각각 7,500억 달러, 6,380억 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 국내 PEF 시장의 약정액은 154조원으로, 외형 성장세는 분명하지만 글로벌 톱티어와 비교하면 여전히 차이가 크다는 평가다. 뒤이어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해외 확장도 주요 과제로 제시된다. 자산 비중이 바이아웃에 편중된 구조에서 벗어나 인프라·부동산·크레딧·세컨더리 등으로 폭을 넓히고, 공동투자와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딜 소싱을 활성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인수가격 상승 국면에서는 데이터·AI를 접목한 밸류업 전담조직을 강화해 투자 이후 운영 개선과 생산성 제고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원표 베인앤드컴퍼니 서울사무소 대표는 “국내 PEF는 숫자로 입증된 성과를 바탕으로 이미 한국 산업의 중요한 성장 파트너가 됐다”며 “앞으로는 규모 확대, 전문성 강화, 글로벌 네트워크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해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자로 도약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