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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파일럿' 띄워 시청자 반응보듯...기업들 '애자일'로 혁신하라

'파일럿' 띄워 시청자 반응보듯...기업들 '애자일'로 혁신하라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National Public Radio)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할 때마다 상당한 리스크를 부담해야 했다. 프로듀서는 새로운 기획안을 들고 경영진을 힘들게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경영진을 설득하는 데 성공해야 필요한 팀과 예산을 배정받고 엄격한 보안을 유지하며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했다. 첫 방송을 하는 데에만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었다.

  • 2017년3월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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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파일럿' 띄워 시청자 반응보듯...기업들 '애자일'로 혁신하라

베인앤드컴퍼니의 新조직론 ②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National Public Radio)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할 때마다 상당한 리스크를 부담해야 했다. 프로듀서는 새로운 기획안을 들고 경영진을 힘들게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경영진을 설득하는 데 성공해야 필요한 팀과 예산을 배정받고 엄격한 보안을 유지하며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했다. 첫 방송을 하는 데에만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었다.

영업 부서는 비용 발생을 상쇄하기 위해 각 지역 방송국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팔았다.

이러한 업무 방식에 최근 들어 변화가 생겼다. 심각한 경영난 때문이었다. 경영진은 이사회로부터 리스크가 작고 비용 면에서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만들라는 요구를 받고 새로운 제작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시험용 파일럿 방송은 최소한의 제작 인원을 투입해 비교적 수월하게 만들고, 파일럿 방송 내용을 사전에 청취자들과 공유했다. 청취자들은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NPR는 이런 과정을 통해 'TED Radio Hours'와 같은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제작 비용은 기존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NPR가 도입한 새로운 조직 운영 기법은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전형적인 애자일(Agile) 기법이다. 짧은 주기로 민첩하게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기법인 애자일은 이미 IT 업계를 넘어 일반 기업의 조직 운영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협업과 개방성이 강조되는 분위기와 맞물려 애자일 실무 관행이 다양한 사업활동 부문에 적용되고 있다.

애자일 방식의 업무 처리를 이해하기 위해 폭포수(Waterfall) 방식으로 불리는 기존의 접근법부터 살펴보자. 폭포수 방식에서는 업무 처리에 필요한 정확한 직무 기술과 예상 업무량에 기반한 작업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이를 통해 첫 번째 조직이 주어진 과제를 완수하면 다음 조직으로 해당 업무를 넘겨 업무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마케팅 부서가 고객의 새로운 니즈를 파악해 이를 문서화한다. 디자인 부서는 해당 문서의 내용을 보고 새로운 기능이 반영된 제품의 윤곽을 잡는다. 이어서 개발 부서가 시제품을 만들면 품질 검사 부서를 거쳐 제품화가 결정되는 식이다.

폭포수 방식은 태생적으로 정교한 계획, 많은 양의 문서화, 엄격한 관리감독을 필요로 하고 최종 산출물은 최초로 규정된 스펙에 제한된다.

이런 업무 방식은 업무 안전성이 높지만 외부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는 유연성이 떨어진다. 특히 시장의 니즈가 잘못 파악됐을 때에는 처음부터 일을 다시 해야 한다. 현재 많은 한국 기업이 업무를 추진하는 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획 부서가 고객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업무 프로세스 변경 가이드 문서를 작성하면 관련된 각 부서는 전체 그림에 대한 이해 없이 업무지시서에 따라 실행에 들어간다. 고객의 반응은 많은 업무가 진행된 뒤에야 파악되기 일쑤다.

이에 반해 애자일 방식에서는 조직의 구성부터가 달라진다. 해결이 필요한 문제가 정의되면 관련 부서의 사람들이 모여 해당 과제에 집중한다. 이런 업무는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팀이 중심이 된다. 이 팀의 리더는 애자일 팀과 팀 외부의 관계자들을 오가며 가능성 높은 아이디어를 중요한 순서대로 추려낸다. 업무팀은 또한 주어진 과제를 작은 모듈로 구분해 스프린트(Sprint)로 불리는 짧은 기간에 무엇을 성취할지를 정의한다.

그리고 곧바로 사용자의 피드백을 구할 수 있는 시제품을 만든다. 팀은 짧은 미팅을 수시로 가지면서 진척 상황을 함께 점검한다. 시제품을 활용한 실험적이고 실증적인 피드백 시스템과 투명한 업무 과정은 애자일 방식의 특징 중 하나다. 이를 통해 문제점이 발견되면 즉시 시정할 수 있다.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한 기업들은 비효율적인 미팅 시간이 단축되고, 반복적인 계획과 서류 작업의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무엇보다 조직의 리더들이 업무 진척을 세세하게 관리하고, 부서 간 협조를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대신 더욱 전략적인 결정을 내리고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2001년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애자일 선언문(Agile Manifesto)에 포함된 애자일의 핵심 장점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프로세스나 툴보다 구성원 개인이나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을 중시한다. 이를 위해 구성원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사내 관료주의를 최소화하며 재미있고 창조적이며 협업적인 환경을 구축한다.

둘째, 문서 중심 업무에서 벗어나 시제품을 만드는 일에 초점을 둔다. 이를 위해 난해한 문제를 관리 가능한 업무 단위로 쪼개고 '계획(Plan), 실행(Do), 평가(Study), 개선(Act)'의 과정을 반복해 가며 혁신을 추진한다. 셋째, 딱딱한 계약 관계를 넘어 고객과의 협업을 중시한다. 고객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빠르게 충족시키고, 이후 고객의 추가적인 니즈를 파악해 충족할 조건을 미세 조정한다.

넷째, 계획표에만 의존하지 말고 변화에 적극 대응한다. 비전과 계획을 세우지만 변화를 항상 염두에 둔다. 물론 모든 산업과 업무에 애자일 방식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의 요구사항이 분명하고 변화가 없는 업무, 중간 산출물에서 발생하는 오류의 파급효과가 큰 업무, 이미 다년간의 경험으로 익숙한 업무에는 기존의 접근법이 더 적절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영역에서 애자일 방식을 도입할 경우 혁신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은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매경이코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