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알파벳),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의 빅테크(big-tech)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에도 건재하다. 오히려 사태 전보다 주가가 뛰었다. 이 빅5의 공통점은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것.
지난달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와 신용평가사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에 따르면 이들이 보유하는 현금은 571조원이나 됐다. 지금처럼 불확실한 시대엔 현금이 든든한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쏠림 현상이다. 빅5가 가진 현금이 S&P500(미국 500대 우량 기업의 주가 지수)의 나머지 테크 기업 70여 곳이 확보한 현금(182조원)보다 3배 넘게 많은 것. 6~10위 테크 기업(109조원)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많았다. 사실 코로나 사태에 모든 테크 기업이 선방한 것은 아니다. 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폭락한 곳도 많다.
위기 상황에서 극명하게 벌어진 격차는 준비된 자에겐 기회가 되기도 한다. 베인앤드컴퍼니는 빅5가 막대한 현금 파워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테크 기업 M&A(인수·합병)에 뛰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에겐 적은 돈으로 새로운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고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를 선점할 기회인 셈. 571조원은 현대자동차를 25개나 살 수 있는 돈이다.
코로나발(發) '돈의 전쟁' '새 판 짜기'는 이미 시작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가진 '메타스위치 네트워크'를 인수했고 아마존은 화물 운송 스타트업 '비컨'에 1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애플은 지난 3월부터 가상현실 콘텐츠 스타트업 '넥스트VR'과 날씨 예보 앱 개발 업체 '다크스카이' 등 3곳을 인수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경제 매체 CNBC는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려는 애플의 계획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빅테크들이 관심을 가질 분야로 가상현실,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AI(인공지능), 자동화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