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Biz Focus] 돈 모으고 싶다면, 주가 띄우고 싶다면…사모펀드도 ESG하라

[Biz Focus] 돈 모으고 싶다면, 주가 띄우고 싶다면…사모펀드도 ESG하라

  • 2021년4월29일
  • 읽기 소요시간

매일경제

[Biz Focus] 돈 모으고 싶다면, 주가 띄우고 싶다면…사모펀드도 ESG하라

 

[매일경제=윤성원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ESG(환경·책임·투명경영)는 재계의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투자자에게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도 ESG를 간과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사모펀드가 다른 영역보다 ESG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고 심지어 ESG 리스크 테스트를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경향까지 보인다. 이제 ESG는 검토하고 말고의 단계를 넘어 어떻게 실행할 것이냐의 단계로 올라섰는데도 말이다.

일각에서는 ESG 추구를 비용으로만 간주하고 경제적인 이익을 포기하는 것처럼 해석한다. 그러나 많은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ESG와 수익을 다룬 다양한 연구를 메타분석해 보면 ESG 경영이 재무 실적을 높인다는 결과가 63%에 달한다.

일례로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는 2008년부터 물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ESG 경영으로 1조원을 아꼈다. 2019년 사모펀드 KKR가 투자한 11개 기업이 아낀 물과 에너지 가치는 120억원이 넘는다. 닐슨 조사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브랜드는 그렇지 않은 브랜드보다 4배 더 빠르게 성장한다. ESG가 재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긍정적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4128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은 영업 실적과 주가 하락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SG를 챙기는 기업은 다른 기업에 비해 리스크가 작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든 기업은 경영진 비리 등 리스크가 터질 가능성이 낮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통계는 이뿐만이 아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자부터 크게 달라졌다. 소비자 중 65%는 스스로 지속가능성을 내세운 상품을 구매할 책임이 있다고 느낀다. 밀레니얼 세대의 86%는 지속가능 관련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정부는 지속가능성 정책을 추진하는 데 적극적이다. 195개 이상의 국가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파리협약에 비준했고 2018년 대비 배출가스 80% 감축을 약속했다. 전 세계적으로 1550개의 기후변화 관련법이 도입되기도 했다. 전 세계 상위 250대 기업 93%가 2017년 기업 책임보고서를 냈다. 2002년 45% 대비 2배가 넘는 수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다.

기업 입장에서도 지속가능성의 효과는 작지 않다. 임팩트 투자에 나서면 기존 직원 열정을 북돋을 수 있고 인재 유치가 쉬워진다. 베인 연구에 따르면 사회·환경에 책임감을 보이는 조직에서 일하는 직원은 직무 몰입도가 크게 높았고 자연스럽게 생산성이 뛰었다.

반대로 ESG를 간과할 경우 기업은 심각한 평판·재무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기업 브랜드 가치가 추락해 신규 고객을 유치할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 자원 활용과 폐기물 절감 기회를 놓치기도 하고 투자자나 인재 유치에도 불리해진다. 탄소가격제 리스크에 노출되거나 자본 비용이 증가한다는 점 역시 ESG 경영에 소홀했을 때의 리스크로 꼽힌다.

당연히 사모펀드도 ESG 추세에 맞춰 변해야 하는데 속도가 늦은 감이 있다. 주식형 공모펀드 84%가 ESG 요건을 투자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 동안 사모펀드는 34%만이 이를 고려했다. 베인 연구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ESG 보고서를 제출하는 데에도 소홀했고 ESG 정책이 없는 비율도 높았다. 다행히 주요 연기금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선정·관리할 때 ESG를 필수 요소로 반영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PRI(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서명기관 수탁액(AUM)이 10배 이상 불어났다는 게 한 사례다(2006년 대비 2018년 기준).

환경과 사회에 초점을 맞춘 사모펀드가 과거 몇 년 동안 높은 수익률과 낮은 변동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ESG 수준을 더 높일 필요성은 분명해진다.

ESG를 경영에 접목시키는 6가지 맞춤형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ESG와 위험조정수익률 간 균형을 맞춘다. 다시 말해 ESG와 재무 수익을 모두 높이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둘째, 딜 소싱과 실사 때 ESG에 반하는 기업을 적극 배제한다. 반대로 ESG 고성과 업체를 적극적으로 찾아 투자한다. 셋째, 포트폴리오 관리 때도 ESG는 핵심 요인이다. 중대한 ESG 리스크를 피하겠다는 소극적인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선제적으로 모든 ESG 리스크를 없애겠다는 적극적인 의도로 접근해야 한다. 투자 대상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넷째, 투자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즉 IR(Invest Relations)에도 힘껏 나선다. 조직 내부는 물론 외부 투자자와 ESG에 대해 적극 논의하고 홍보해야 한다. 다섯째, 지배구조에 관해 내외부적으로 명시적인 정책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은 ESG 관련 역량과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조직 전반에 걸친 전사적인 인재 확보라는 점이 포인트다.

사모펀드 TPG(텍사스퍼시픽그룹)는 ESG 우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에 서명하며 ESG 투자를 본격화한 TPG는 수십억 달러의 임팩트 펀드를 운영한다. 투자 대상 기업을 고를 때부터 ESG를 반영하고 명쾌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많은 사모펀드들이 환경·사회적인 관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기여를 창출하는 투자에 나선다. 재무 성과와 환경·사회 성과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하느냐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환경·사회 성과를 무시하는 투자는 이제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