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비즈니스리뷰
Article at a Glance
이커머스의 급격한 성장으로 물류 혁신의 기회가 커지는 가운데 기존 제조업체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한다.
1. DTC 전략은 ‘그 브랜드이기 때문에, 그 상품이기 때문에’ 기꺼이 구매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이미 확보하고 있거나 기존 사업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 효과적일 수 있다.
2. 물류 방식을 결정할 때는 물류가 상품에 기여하는 부가가치가 얼마나 큰지, 그 같은 부가가치를 구현하는 데 얼마나 비용이 들며, 고객이 수용 가능한 물류비용 구조를 짤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3. 최단기 배송이 반드시 최적 배송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배송하는 것이 고객 관점에서 ‘최적’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동아비즈니스리뷰=배미정 기자] 연간 161조 원(2020년 기준) 규모의 온라인 커머스 시장을 두고 쿠팡과 네이버 등 이커머스 기업들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가 급성장한 가운데 각종 커머스 플랫폼뿐 아니라 온라인 개인 셀러들까지 증가하며 온라인 소비 규모는 2021년에도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커머스의 확대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물류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전국에 구축한 당일 배송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규모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쿠팡의 사례는 물류 혁신에 대한 투자가 경쟁자를 물리치는 강력한 ‘해자’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에 맞서 네이버는 다양한 물류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구축해 상품과 소비자 니즈에 맞는 맞춤형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일 배송, 새벽 배송 등이 일상화되면서 더 빠르고, 편리한 배송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 또 앞으로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상품 구색이 ‘다품종 소량’으로 확대되면서 물류 혁신의 기회 또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이커머스를 둘러싼 변화의 물결 속에서 물류 업계뿐 아니라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신우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를 만나 DTC 전환과 물류 혁신을 고민하는 기업에 필요한 전략을 물었다.
나이키가 DTC에 성공한 이유
온라인 상거래가 늘어나면서 제조사가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DTC(Direct to Customer)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DTC 전략이 성공하려면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도 제조업체와 직거래할 유인이 있어야 한다. 제조사는 DTC를 추진하기 전에 유통업체 없이도 상품을 직접 팔 수 있을 정도로 우리 브랜드가 차별성이 있는지,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먼저 따져 봐야 한다. 다시 말해, 기업이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했을 때, ‘그 브랜드이기 때문에, 그 상품이기 때문에’ 기꺼이 구매하고자 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나이키가 아마존과 거래를 끊고 자사 몰 중심의 DTC 전략을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도 나이키가 가진 브랜드 파워가 이미 강력했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운동화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 나이키 고객도 단지 운동화의 기능성이나 가성비를 따져서 나이키의 운동화를 구매하지 않는다. 나이키가 상징하는 스포츠맨십, 나이키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구매하고자 한다. 나이키는 나이키 커뮤니티에 소속되고 싶어 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브랜드가 지향하고 전달하려는 내용을 최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직접 유통 구조를 짜고, 고객 경험도 더욱 개선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DTC 전략은 소비자 입장에서 신발 한 켤레, 화장품 하나가 단지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 브랜드이기 때문에, 특정 상품이기 때문에 구매할 정도로 브랜드와 상품의 차별성과 고유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우유처럼 ‘1+1’ 프로모션에 따라 고객 선택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충성도가 낮고 경쟁 상품과의 차별성이 크지 않은 상품은 유통업체를 생략하고 직접 팔기 쉽지 않을 것이다.
DTC를 추진할 때 제조업체가 직접 물류를 할 수도 있고(1PL, 2PL), 제3의 회사에 맡길 수도 있는데(3PL) 이런 의사결정을 하는 데 감안해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
물류는 기본적으로 비용이자 투자의 영역이다. 기업이 앞서 얘기한 브랜드 파워를 전제로 유통을 경유하지 않고 상품을 판매하는 데 최적화된 판매 채널을 구축해서 운영하기로 했다면 과거보다 얼마나 더 사업을 키울 수 있을지, 판매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크게 3가지를 따져볼 수 있겠다. 첫째, 물류, 즉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상품의 부가가치를 얼마나 더 키울 수 있을지 여부다. 예컨대, 신선 식품은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상품 자체의 품질만큼이나 초단기 배송 같은 물류가 상품의 구매 만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볼 수 있겠다. 둘째, 상품의 신선도 같은 고품질을 구현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그 비용을 고객이 충분히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만일 물류가 제공할 수 있는 부가가치의 크기가 작다면, 즉 CJ대한통운 같은 3PL 사업자가 제공하는 표준화된 물류, 배송 서비스로도 크게 문제가 없다면 제조업체가 굳이 물류를 내재화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신선 식품의 경우, 예컨대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to-table)’ 같은 직배송 서비스를 기존 3PL 물류 사업자가 제공할 수 없다면 회사가 직접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마켓컬리는 이런 고민 끝에 ‘새벽배송’이란 새로운 가치를 찾았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자사의 상품 물량만 갖고도 두 번째에서 얘기한 고객들이 수용 가능한 수준의 물류비용 구조를 짤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만일 자사 물량만으로도 3PL 사업자에 일정 배송 물량을 보장할 수 있다면 그 사업자를 쓰면 되지만 그 정도 협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회사 비용으로 물류 체계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의 로켓배송이다. <기사 전문 보기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