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900% 고성장' 新산업 질주시작…韓 '세계시장 선도자' 길 열려

'900% 고성장' 新산업 질주시작…韓 '세계시장 선도자' 길 열려

2022 신년기획 미래산업 현장을 가다 ①| 베인앤드컴퍼니 미래산업 전망

  • 2021년12월27일
  • 읽기 소요시간

매일경제

'900% 고성장' 新산업 질주시작…韓 '세계시장 선도자' 길 열려

 

[매일경제=박윤구 기자] 산업화 시대 '한강의 기적'을 통해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고속성장을 이뤄냈던 대한민국이 이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패스트 폴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였으나 이제는 신산업을 스스로 창출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 한국 산업의 새로운 '백년지계'를 열어갈 신산업으로는 배터리, 로봇, 수소, 우주,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이 꼽힌다. 세계적 컨설팅사인 베인앤드컴퍼니의 전문가들에게 글로벌 시장 전망과 함께 선결 과제 등을 들어봤다.

배터리 : 전후방 산업 효과 막대

전기차 배터리는 전례 없는 고성장과 가치사슬 파급력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글로벌 배터리시장은 최대 연 30%의 성장을 거듭하며 2030년 30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160조원)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또한 배터리는 핵심 원재료의 원가 비중이 최대 80%에 달해 주요 소재 업체의 동반성장이 기대된다. 전방산업인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로 국가 산업 구조의 전환 효과까지 예상된다.

최정수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배터리 산업에서의 성공은 안전(Safety), 비용(Cost), 기술력(Technology), 친환경(ESG) 등 네 가지 요소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불량률 제로화와 사전 사고 예방, 안정적 소재 확보와 스마트 공정 구축, 파괴적인 기술 혁신, 공정상 탄소 배출 저감 노력 등을 중요한 전략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로봇 : 기존 제품 연결하는 새 플랫폼

로봇산업은 명확하지 않은 사업·수익 모델로 인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혁신 기술들을 융복합하거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플랫폼으로서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실제로 로봇의 플랫폼화는 기업은 물론 국가 단위의 투자, 로드맵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프랑스 로봇 제조업체 알데바란 인수를 시작으로 로봇산업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로봇 업체의 인수·합병(M&A)을 유도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임정규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로봇산업은 단기적 수익 관점의 협소한 시장이 아니라 AI, 클라우드, 5G 등 기존 제품·서비스 간 연결의 핵심 플랫폼 확보 차원에서 정의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들도 이미 보유한 자산을 기반으로 시장 개화 단계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을 장악할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평가했다.

수소 : 에너지 수입국서 자립국으로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수소(그린수소·블루수소)는 2050년에는 직접 생산을 기준으로 300조~700조원, 전체 가치사슬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무려 2000조원 이상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시장 잠재력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높은 한국의 여건을 고려하면 수소산업 리더십 확보는 필수적이다. 과거 100% 에너지 수입국으로서 오일 쇼크, 글로벌 분쟁 등에 의해 국가 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왔지만 수소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 에너지 자립국 지위 확보 또한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경준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생산·수송 단계의 기술 혁신, 글로벌 수소 네트워크 구축, 국가별 규제·인프라 구축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며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정부가 산학 연계를 지원해야 하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저렴한 국가들과 정책적 연계, 국내 수소 수요 확대를 위한 각종 지원 정책과 규제 보완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우주 : 유망 기업과 연대로 기회 모색

한때는 국가의 영역으로 치부됐던 우주산업이 최근 세계적 거부들과 민간 기업의 시장 진출로 변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1000조원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되는 우주산업은 기상 예보와 생중계 방송, 금융거래, 자율주행 등 일상생활은 물론 농업, 수송, 유틸리티 등 경제 분야와 국가 안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저고도에 대규모의 위성을 띄우는 위성군 네트워크가 등장하면서 언제 어디에서나 빠르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지연 커넥티비티(low-latency connectivity)'가 현실화되고 있다.

유영중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우주산업은 개별 기업이 감내하기에는 장기적인 시각과 막대한 투자 위험이 수반되기 때문에 유망 플랫폼과의 연대가 중요할 수 있다"며 "초기 단계의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우주산업의 거점을 확보하고 사업권과 제조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반도체 : 반도체 신화 이어갈 핵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이미지,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AI가 각광받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AI 반도체가 주연산장치와 데이터 이동을 효율화해 전력 소모를 줄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시스템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로 꼽히고 있다. 메모리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성능, 크기, 전력 소모량 등을 최적화하는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신문섭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중장기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관련 국내 인력 육성을 위한 산학연계와 중소 팹리스 업체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팹리스 스타트업의 지속적 발굴·육성을 위한 투자 지원 플랫폼 구축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