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노코미
[매경이코노미=윤은별 기자] 지난해 글로벌 인수합병(M&A) 거래액이 역대 최대인 5조9000억달러(약 7000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도 이와 같은 수준이 기대된다는 전망이다. M&A 시장의 급성장과 동시에, 딜의 종류도 다양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는 2월 14일 발간한 `제4차 글로벌 M&A 리포트`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산업이 급변하는 전환기에 요구되는 역량을 기업은 여전히 M&A 시장에서 찾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딜 종류 다양해진 M&A 시장
지난해 글로벌 M&A 거래액은 5조9000억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대비 60% 가까이 성장한 규모다. 특히 전략적 M&A의 규모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전략적 M&A 거래액은 3조8000억달러로, 2020년보다 1조2000억달러 상승했다. 2001년 이후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재무적 투자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벤처캐피탈(VC/CVC)이 주도한 M&A 시장 역시 2배 이상 성장했다.
M&A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M&A 시 피인수기업의 가치도 유례없이 높았다. 평균 EV/EBITDA(기업의 시장 가치를 상각 전 영업이익으로 나눈 것) 배수는 15.4로 나타났다. 특히 기술 기업의 EV/EBITDA는 25, 헬스케어 기업은 20에 이르렀다.
올해 M&A 시장도 호황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베인앤드컴퍼니가 280명 이상의 M&A 전문가에 물은 결과, 응답자의 89%가 올해에도 작년과 같은 규모의 시장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M&A 성공공식 3가지
보고서는 성공적인 M&A를 위해 세 가지 요소를 꼽았다.
우선 피인수기업의 인재를 유지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피인수기업의 구성원이 M&A에도 불구하고 이직하지 않도록 전략을 짜는 것이 M&A의 성공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기술 기업의 경우 불과 3년 전보다 M&A시 인재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응답한 고위 관리자가 75% 이상"이라고 전했다.
두번째로는 ESG다. ESG는 짧은 시간 내에 비즈니스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지만, 아직까지는 실제 M&A에 끼치는 영향력은 작다. `ESG 측면에서 피인수기업을 깊게 평가한 후 M&A를 결정한다`고 답한 M&A 전문가는 11%에 그쳤다.
다만 전문가의 65%는 `각자의 소속 기업 내에서 향후 ESG를 더욱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향후 M&A 시장에서 ESG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인수가액 10억달러가 넘는 딜 중 에너지 전환에 관련한 딜이 약 20%에 달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적어도 시장에서의 기업 이미지 향상을 위한 수동적 목적의 ESG 역량 확보는 이제 흔하게 됐으며, 심지어 ESG 역량 확보가 M&A의 주된 목적이 되는 경우도 심심찮다"면서 "전사적으로 ESG 전략을 내재화 하는 것이 향후 M&A에 대비한 효과적인 거시 전략임에는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성공적인 M&A를 위해 고려해야 하는 세번째 요소는 규제 환경이다. 글로벌 반독점 규제와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인해 M&A 시 보다 전략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인허가에 소요되는 시간을 충분히 길게 예상하고, 반독점 문제에 사전에 철저하게 대응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M&A 시장에 대한 분석은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혁진 베인앤드컴퍼니 대표는 "국내 M&A 시장 역시 딜의 목적과 종류가 다변화되고 있고, 기업의 적극성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다만 M&A 시장에서 인수 이후의 통합과 기업 가치 증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비싸게 인수한 기업의 가치가 폭락하거나, 인수의 근거가 된 시장 지배력이나 인재 등을 잃어선 안된다. M&A를 잘하는 기업은 `잘 사는 기업`이 아니라 `인수 후 잘 키우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