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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유통업 위기 계속된다…데이터·자동화로 수익창출 모델 바꿔야”

[비즈니스 포커스] “유통업 위기 계속된다…데이터·자동화로 수익창출 모델 바꿔야”

강지철 베인앤드컴퍼니 시니어 파트너 인터뷰

  • 2024년12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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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유통업 위기 계속된다…데이터·자동화로 수익창출 모델 바꿔야”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유통업은 저출산과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와 갈수록 치열해지는 판촉 경쟁 속에서 생존을 위한 변곡점에 서 있다. 유통기업들은 앞으로 무엇으로 돈을 벌어야 할까. 강지철 베인앤드컴퍼니 시니어 파트너는 장기적인 위기에 빠진 한국 유통기업들의 생존 전략으로 ‘수익창출 모델의 전면 재설정’을 강조했다.

강 시니어 파트너는 “유통업은 기본적으로 로컬비즈니스라 글로벌화가 어렵다”며 “월마트와 까르푸도 국내에 진출했다가 결국 철수하거나 인수합병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내수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저성장 시대에 비용 구조가 계속 올라가고 있어 성장 활로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저출산·노령화 심화로 내수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로 가고 있는 데다 오프라인 점포 포화 상태로 점포당 생산성은 떨어지고 있다”며 “온라인도 판촉 및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돈을 벌 수 없는 구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시니어 파트너는 “이대로라면 10년, 20년 뒤에도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며 “수익 모델을 완전히 리세팅해야 한다”고 했다.

지속적인 저성장 시대에 내수시장의 구조적 불황이 이어지며 유통산업은 온·오프라인 모두 위기에 빠져 있다. 특히 오프라인 중심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의 경우 온라인에 고객을 뺏기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

최근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매장을 변화시켜 온라인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화두다. 하지만 매장에 대한 투자 비용이 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외형 성장을 이룬 이커머스 기업들도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무한 가격경쟁이 벌어지면서 쿠팡처럼 좋은 비용 구조를 만들어낸 소수의 업체를 제외하면 누구도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강 시니어 파트너는 수익 모델 리세팅 전략으로 매출과 수익 두 가지 구조를 전면 재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용구조를 최적화해 △점포 포맷 △비욘드 스토어 △비욘드 트레이드 △글로벌 확장 4가지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AI 적극 도입하는 기업이 돈 번다"

IT로 비용·운영 효율화

먼저 비용구조를 최적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 방안으로 인공지능(AI) 활용, 자산 효율화를 제시했다. 유통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며 비용구조를 쥐어짜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최적화할 여지가 남아 있다고 봤다.

강 시니어 파트너는 “미래 유통기업들은 데이터와 자동화를 기반으로 최적의 수익구조를 창출할 것”이라며 “다양한 프로모션 테이터를 축적해 마케팅 투자 대비 예상 성과(ROI) 분석을 하면 프로모션 효율성을 증대시켜 판촉비용을 지금보다 더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AI, 빅데이터, 드론, 로봇,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마케팅·상품개발·물류·재고관리 등 각 영역에 첨단 IT를 적용하면 비용 및 운영 효율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신제품 연구개발(R&D)을 예로 들면 과거엔 연구원들이 개발한 시제품을 소비자 패널 조사단이 직접 맛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제품화했다면 AI 시대에는 직접 시제품을 만들지 않고 AI가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소비자 테스트도 한다. 심지어 사람이 할 때보다 더 단기간에 더 많은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할 수 있다. 신제품의 개발 기간이 대폭 단축되고 운영 효율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유통업에는 AI를 통한 운영 효율화 기회가 여전히 많기 때문에 AI 등 IT를 적극 도입하는 기업만이 결국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이 될 것이다.”

특히 AI가 비용 및 운영 효율화의 핵심이 될 것으로 봤다. 강 시니어 파트너는 “모든 산업에서 5년 전만 해도 사람이 직접 했던 일들을 이제는 AI가 테스트, 실행, 성과 분석까지 다 해주기 때문에 거의 모든 영역이 사람이 필요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며 “IT를 활용해 인건비를 줄이고 비용구조를 최적화해야 한다”고 했다.

예전처럼 자산 규모로 승부를 보는 유통업의 시대도 끝났다고 진단했다. AI 시대가 되면서 유통업의 본질이 부동산 개발이었던 시대가 저물고 자산 효율성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등 주요 국가를 살펴보면 유통기업의 매출 증가율과 자산 증가율이 더 이상 정비례하지 않는다”며 “‘애셋 헤비’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필요한 자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 규모로 승부하던 시대 종말

미래지향적인 점포 리세팅 급선무

강 시니어 파트너는 비용구조를 최적화한 기업들이 다음 스텝으로 △점포 포맷 △비욘드 스토어 △비욘드 트레이드 △글로벌 확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먼저 그는 현재 국내 유통업 점포 대부분이 온라인 주문 증가와 함께 드론, 자율이동로봇(AMR), 전기이동수단 등의 이용이 확산하는 미래 유통업 트렌드에 적합한 포맷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 시니어 파트너는 “경영관리가 선진화된 해외 유통사들의 점포를 보면 고객이 돌아다니는 전방공간보다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인 후방공간 비중이 넓어 드론 배송 등에 최적화돼 있는 반면 국내는 점포 포맷과 레이아웃이 미래지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물건을 하나라도 더 보여주면 팔리던 시대는 끝났기 때문에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미래에도 돈을 벌 수 있는 점포 포맷과 레이아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과 기술의 변화에 높은 대응력을 가진 형태로 점포 리세팅이 필요하다”고 했다.

AR·VR 기술은 글로벌 빅테크 주도로 지속 고도화되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비욘드 스토어’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나이키는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기기인 비전프로를 활용해 운동화 쇼룸을 선보였다. 이처럼 미래의 제품 상세페이지는 3D가 될 수 있다.

하이브가 운영하는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도 비욘드 스토어의 또 다른 사례다. 위버스는 팬덤 커뮤니티인 동시에 아이돌 MD 상품 판매와 콘서트 티켓 예매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강 시니어 파트너는 “기술 발달로 이런 종류의 비욘드 스토어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며 “‘애셋 헤비’한 점포에 머물기보다 기술로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고객경험 확대를 위한 새로운 시도에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계에 봉착한 물판 중심 수익구조에서 그는 ‘비욘드 트레이드’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광고, 리테일 미디어, 물류, 콘텐츠·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비물판 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존이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신시장 개척도 중요하다. 강 시니어 파트너는 “저성장 구조의 내수 중심 비즈니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베트남 편의점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클케이 사례처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MFA) 등 최적의 협업 파트너를 찾는 게 중요하다”며 “상품 경쟁력, 글로벌 공급망 등 회사가 어떤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 나갈 것인지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강지철 시니어 파트너는…

강지철 베인앤드컴퍼니 시니어 파트너는 베인 서울 오피스의 소비재 유통 분야 리더다. 국내 및 글로벌 소비재 유통 기업의 글로벌 성장 가속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및 각종 오퍼레이션 혁신에 대한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했다.

미래 고객 트렌드에 대한 다수의 연구 조사를 리드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의 중장기 비전 및 거버넌스 체계 개편 작업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 퓨쿠아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전자를 거쳐 2009년 베인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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