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매거진
현재 국내 경기가 좋지 않은데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그래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실제 소비재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은 글로벌 역량이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K푸드나 K뷰티 등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에 실적, 성장세, 이익 등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 국내 소비재 기업들은 미래 성장을 위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때다. 그럼 국내 소비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성공을 위한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설명하겠다.
성공 요건 1. 디지털 기반 수요 창출 체계 구축
첫째, 디지털 기반 수요 창출이다. <도표 1>은 국가별 온 라인 마케팅과 유통 성숙도를 정리한 것이다. 가로 축은 오른쪽으로 갈수록 온라인 유통, 왼쪽으로 갈수록 오프 라인 유통 중심으로 판매되는 것을 의미한다. 세로 축은 디지털에서 얼마나 고객의 실질적 수요가 창출되는가를 보여준다. 위치가 높을수록 디지털 중심이며, 낮을수록 전통 채널 중심이다.
한국은 가로 축 기준으로는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다. 이 커머스 침투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로 축은 상단에 위치하지 않는 점이 특이하다. 우리나라 같이 디지털이 발달한 나라에서 디지털 기반 수요 창출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로 축 상단에 있는 중국을 예로 들면 5년 전 에는 알리바바가 많이 거론됐는데 이제 도우윈(중국판 틱 톡), 샤오홍슈라는 채널이 각광받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러한 채널에서 인플루언서의 숏폼 콘텐츠를 즐기다가 괜찮은 제품을 발견하면 ‘한번 써볼까’ 라는 니즈를 갖게 될 뿐 아니라, 도우윈에서 바로 구매한다. 그래서 하나의 디지털 채널 안에서 디지털 기반 수요 창출과 구매가 한 번에 일어나는 디지털 에코 시스템을 완성했다.
미국에 진출한 K뷰티 회사들은 아마존에 진출하기도 하지만, 세포라나 얼타 같은 오프라인 업체들과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이커머스 침투율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로 축은 우리나라보다 왼쪽에 위치하지만 세로 축은 상단에 있다. 이는 틱톡으로 디지털 기반 수요 창출을 일으키기 때문인데, 미국에서 뷰티 상품 판 매는 틱톡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이나 미국에서 성공한 소비재기업은 틱톡 같은 숏폼 채널에 많은 마케팅 비용을 들이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확산하면서 수요와 판매를 창출하는 양상이다.
국내 소비자들도 디지털 채널을 많이 시청하기는 하지만, 아직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수요 창출은 많지 않다. 국내 시장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채널이 다변화돼 있어 마케팅 ROI가 중국이나 미국보다 떨어진다. 그래서 이커머스 판매 비중이 높지만 디지털 마케팅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국내 소비재 기업이 디지털 기반 수요 창출 역량을 갖춘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공할 수 있다.
우수 사례로 글로벌 1등 브랜드인 로레알을 들 수 있다. 로레알은 디지털 기반 수요 창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전체 마케팅 예산의 70%를 디지털에 할당하고 있다. 국가별로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채널이 다르므로 틱톡, 도우윈 등 국가별로 주력 채널에 집중하고, ‘콘텐츠 팩토리’라는 지역 단위 콘텐츠 허브 조직을 운영한다. 숏폼이나 인플루언서 디지털 콘텐츠는 상당 부분 다른 국가 로도 공유, 확산이 가능하다. 그래서 콘텐츠 허브에서 연 간 100만 개에 달하는 콘텐츠를 생산해 많은 국가에 확산, 바이럴을 일으킬 수 있도록 투자하고 있다. 단순히 투자만 할 것이 아니라 ROI를 확보해야 하는데, 로레알은 매출이나 이익뿐 아니라 조회 수, 팔로워 수, 댓글 같은 디지털 인게이지먼트를 지표화해 평가한다. 산업별로 다르겠지만 국내 소비재 기업들은 로레알에 비해 운영 체계나 투자 규모 등 콘텐츠 커머스 역량이 부족한 편이다. 그런데 콘텐츠 커머스 역량을 갖추면 글로벌 시장에서 굉장히 적은 인력과 비용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 진출은 대상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고 주재원을 파견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 허브 조직을 구축하고 역량 있는 인재를 배치하면 디지털 기반으로 수요 창출과 판매가 이뤄져 현지 법인 없이도 본사에서 글로벌 시장을 관장할 수 있다. 이러한 운영은 대기업보다 신생 브랜드들이 잘하는 편이다. 이제 관점을 전환해 단순히 이커머스가 아니라 디지털 마케팅 수요 창출에 투자해야 한다. 한국은 디지털 토양이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성공 요건 2. 국가별 주력 채널 영업 역량 강화
두 번째 성공 요건은 국가별로 주력 소매 채널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게 글로벌 영업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즉, 전통시장 비중이 높은 나라가 있는가 하면, 우리나라 같이 대형마트를 비롯해 기업형 소매업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나라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상 국가의 유통구조에 맞는 영업 역량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라면 월마트, 코스트코 같은 몇몇 핵 심 유통업체에 영업력을 집중하면 전국 판매망을 단번에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시장이 발달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직접 영업하기 어려우므로 도매상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이 정도는 국내 소비재 기업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기업형 소매업태가 발전한 국가에서 영업력을 최적화하는 데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국가에서 성과를 높이려면 키 어카운트(월마트, 코스트코 같은 핵심 유통업체) 매니지먼트를 잘해야 한다. 키 어카운트를 상대하는 전문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데 보통 한국인이 아니라 현지인일 것이다. 유통업체별로 각사에 맞는 프로세스를 숙지하고 최적화된 제안을 개발해 협상해야 한다. 국내 대형 소비재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해외 유통업체들은 국내 유통업체와 다른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월마트는 제조업체 영업 담당자를 자주 만나지 않는다. 1년에 한 번 정도 만나 중요한 협 상만 하며 데이터 근거를 중시한다. 협상 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페이스 확대나 진열 위치 변경 등을 제안해 매출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국내 업체들은 이에 익숙하지 않다. 영업 역량 최적화 관점에서 미국, 일본, 영국 등 대상 국가에서 몇 개의 키 어카운트를 선정한 후 최정예 영업 인력을 육성해 운영한 뒤 성과가 나오면 이를 기반으로 다음 단계 채널로 확장할 것으로 권한다.
한편, 전통 채널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도매상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문제가 많은 영역이다. 도매상 영업은 최고 경영진의 가시권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지 법인이 한국인 2세, 3세 에게 하청을 줘 도매상들이 지역별로 분할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유능한 도매상을 선정하는 것이 관건인데 단순히 매출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지역별 판매망 확보, 정시 배송, 결품 관리 등 정밀하게 지표화해 도매상에게 목 표를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한 경우에 거래를 지속하거나 더 많은 지역을 담당할 기회를 제공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도매상을 변경하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키 어카운트 매니지먼트나 도매상 관리 체계를 개선하면 제품력을 월등히 높이지 않아도 어느 정도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조직과 인력, 자본을 투자해야 한다. 대상 국가를 좁히고, 현지 언어와 문화,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 핵심 인력을 충원해 조직과 시스템을 바꾸는 등 기업의 미래 존속을 위해 환골탈태해야 한다.
성공 요건 3. 글로벌 SCM 통합 전략 구사
마지막 성공 요건은 SCM에 관한 것이다. 과거에는 국내 시장 중심으로 생산과 SCM, S&OP을 운영하다가 남는 물량이나 일부를 글로벌 시장에 판매했다. 그런데 이제 그렇게 글로벌 사업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글로벌 시장에서 창출하려면 생산, SCM, 네트워크를 모두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식품 기업 중에 서 글로벌 사업을 잘 하는 회사들은 이미 바뀌고 있다. 우선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최적화해야 한다. 어느 나라에 생산공장을 지을 것인지 5년, 10년 청사진을 수립하고 원가 및 이익 구조를 고려해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그리고 무조건 자체 생산하려 기보다 OEM과 ODM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어떠한 생산 체제가 가장 투자 효율이 좋은지, 원가를 낮추고 시장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지 고심해야 한다.
두번째는 내부 공정 개선에 대한 것이다. 한국 공장은 이상 없는데 해외 공장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생산 공정의 효율화를 국가별로 풋프린트를 만들었을 때 그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글로벌 소비재 기업의 중요한 역량이다. 결국 이것도 조직 능력이다. 현지 인력들을 트레이닝하고 코칭해 국내 작업자들만큼 공정과 오퍼레이션을 운용할 수 있도록 역량을 높이고, 그 프로세스를 표준화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해외에서도 생산을 잘하기 위해 내부 공정을 개선하고 글로벌 표준화를 구축해 전세계에 확산시키는 전략이 요구된다.
SCM 경우도 통합 구매, 통합 물류가 거론되는데 글로 벌 사업 규모가 작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해외 공장장들이 알아서 하는 식으로 운영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글로벌 사업 규모가 커지고 한국보다 더 많은 매출이 창출되는 상황에서는 구매나 물류가 어떻게 시너지를 낼 것인지 체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통합 시너지를 낼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짜여져 있지 않다 보니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첫 번째, 두 번째 성공 요건이 글로벌 사업이 다소 미진하거나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의 기업에게 중요한 것이라면, 세 번째 성공 요건은 어느 정도 글로벌 사업이 규모를 이룬 기업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제조와 SCM의 글로벌 통합 전략과 오퍼레이션 최적화를 이뤄야 한다. 이 점도 결국 첫 번째, 두 번째 요건과 마찬가지로 투자와 글로벌 사업을 이끌 수 있는 조직 구축, 그리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