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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사모펀드 잠재력 크지만 … 혁신기업 발굴해야 지속성장

아시아 사모펀드 잠재력 크지만 … 혁신기업 발굴해야 지속성장

  • 2025년4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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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사모펀드 잠재력 크지만 … 혁신기업 발굴해야 지속성장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모펀드 시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서도 견조한 투자 흐름을 유지했다. 전체 투자 규모는 1760억달러로, 2023년의 1580억달러보다 11% 늘어나며 3년 만에 반등했다. 특히 인도 사모펀드 시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거래 규모가 30억달러에서 38억달러로 증가하며 유일하게 거래 건수와 거래 가치 모두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인도 경제 성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과 인도 정부의 친기업 정책, 디지털 경제 활성화 그리고 테크 스타트업의 급속한 성장 덕분이다.

무엇보다 인도 시장의 엑시트(exit) 투자 규모가 27억달러에서 35억달러로 전년 대비 30% 성장하는 성과를 보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과거에 비해 인도 기업들의 성숙도가 높아지고, 기업가치 평가가 상승한 결과다. 명확한 투자 회수 경로가 확보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진출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인도 다음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 투자처다. 지난해 아코디아골프, 아리나민제약, 고쿠사이일렉트릭 등 많은 메가 엑시트(10억달러 이상 규모의 투자금 회수) 딜이 이뤄지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런 추세 속에서 워버그핀커스(Warbug Pincus)와 아레스(Ares) 매니지먼트 등 주요 글로벌 사모투자사들이 일본 시장의 매력적인 역학에 주목해 현지 사무소를 설립 중이다.

반면 한때 아시아 지역의 주요 성장동력이었던 중국 시장은 침체를 겪고 있다. 정책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다소 위축되고 있고, 다른 대안을 찾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2020년 중국은 전체 아시아·태평양 거래 가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그 비중이 20% 안팎으로 감소했다.

게다가 중국의 엑시트 거래 규모는 49억달러에서 17억달러로 전년 대비 약 65% 급감했으며, 기업공개(IPO) 엑시트 가치도 70% 하락했다. 여기에 2차 엑시트 사례는 거의 사라져 한 해 동안 단 한 건의 2차 엑시트 거래만 성사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 시장의 경우 대기업들의 구조 개편이 이어지면서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는 '카브 아웃(carve-out)'에 대한 사모펀드 업계의 관심이 크다. 베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사모펀드 매니저의 44%가 카브 아웃을 가장 흥미로운 투자 기회로 여긴다. 대기업 계열사 내에서 우선순위가 낮았던 사업 부문이 독립 기업으로 변모할 때 발휘되는 잠재력이 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카브 아웃 후 새로운 경영진을 영입하고 조직 구조를 개편해 영업, 마케팅, 판관비 등의 간접 비용 부문에서 상당한 효율성을 실현한 사례가 적지 않다.

시장 변화 속에서 최근 몇 년간 시장을 지배했던 테크 투자 쏠림 현상이 줄어드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2018년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모펀드 거래 가치의 절반을 차지했던 테크 및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이 지난해에는 25%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 대신 통신, 서비스, 금융 등 전통 섹터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아시아·태평양 사모펀드 시장은 여전히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 지역에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혁신 기업 발굴과 효과적인 엑시트 전략 마련을 위해 더욱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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