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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앤드컴퍼니의 新경영 <16> AI는 빨라졌는데 조직은 못 따라가… 금융사 AX 병목은 결국 '사람'

베인앤드컴퍼니의 新경영 <16> AI는 빨라졌는데 조직은 못 따라가… 금융사 AX 병목은 결국 '사람'

  • 2026년10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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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앤드컴퍼니의 新경영 <16> AI는 빨라졌는데 조직은 못 따라가… 금융사 AX 병목은 결국 '사람'

/사진 셔터스톡

[이코노미조선=김희선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전 세계 주요 금융사 경영진의 요즘 고민은 인공지능(AI)을 어디에 쓸지가 아니다. 이미 만든 AI를 조직에 어떻게 안착시키느냐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가 주요 금융사 경영진을 초청해 개최한 간담회에서도 이런 기류가 선명했다. 인프라와 데이터, 모델, 거버넌스(governance· 지배구조), 인력까지 폭넓은 주제가 거론되던 가운데, 참석자가 가장 답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 대목은 인력과 조직 문제였다.

경영진이 하나같이 공감한 사례 하나가 있다. 어느 금융사는 사내 인사 챗봇을 만드는 데는 몇 주면 충분했다. 거버넌스 심사를 거쳐 실제 업무에 붙이기까지는 1년이 더 걸렸다고 한다. 이런 난관이 공유되자 남의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몇 주 만에 만들고 1년 동안 조직에 연결하는 경우가 각자의 회사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진을 더 초조하게 하는 것은 이 복잡 다단한 과정을 미룰 시간이 점차 사라져 간다는 사실이다. 올해 초 잇따라 나온 차세대 AI 모델은 성능이 개선된 정도가 아니었다. AI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에 투입됐고, 코딩 도구는 개발 속도를 최대 10배로 끌어올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굵직한 결정을 1년쯤 미뤄도 된다고 봤던 경영진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몇 달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가장 어려운 일만 사람에게 온다"

금융사 경영진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AI가 실무를 대신할수록 오히려 현장 전문성이 더 귀해진다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한 글로벌 금융사 경영자는 “앞으로 가장 어려운 일만 사람에게 온다”라고 단언했다.

예컨대 AI가 써 준 보험약관 답변은 누구나 읽을 수 있다. 그 답이 맞는지, 왜 맞는지는 직접 보험료를 매기고 청구를 처리하고 인수 지침을 써 본 사람만 안다. 틀린 답이 실제 피해로 이어지는 규제 산업에서는 이 검증을 건너뛸 수 없다. 결국 AI가 답을 내는 속도가 아니라 사람이 답을 확인하는 속도가 병목 요소가 됐다.

기존 업무 흐름의 단계마다 50%씩 개선한다고 전체가 50% 좋아지지는 않는다. 단계 사이의 인수인계에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느 단계에서 마찰이 생기는지, 그 업무가 애초에 필요한 일인지 판단하려면 그 일을 속속들이 아는 현장 전문가가 필요하다.

중간 관리자 문제도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금융사의 조직 계층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모두 인정하지만, 관건은 중간 관리자 수가 아니라 역할이다. 전환이 속도를 내느냐조용히 사그라드느냐는 조직의 두꺼운 중간층에서 갈린다.

중간 관리자층은 보험 인수 심사와 보험금 청구, 신용 평가, 자문, 준법 감시의 깊은 전문성과 AI가 가장 먼저 걷어낼 낡은 인수인계 구조를 동시에 쥐고 있다. 사람을 내보내면 전문성이 함께 증발하고, 역할을 바꾸지 않은 채 두면 이들이 전체 업무의 속도를 늦춘다.

빠르게 움직이는 금융사는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조정자’에서 업무를 다시 짜는 ‘설계자’로 바꾸고 있다. 사람 관리만 하는 관리자는 오래 못 가지만, 현장 지식으로 일을 새로 설계하는 관리자는 몸값이 오른다는 것이다.

 

 

기준 미충족 'AI 슬롭'이 고민

업무가 빨라진 만큼 품질을 지키는 일은 리더의 몫이다. 요즘 경영진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AI 슬롭(AI slop)’이다. 빠르고 그럴듯하지만, 기준에 못 미치는 결과물을 말한다. 고객 채택률과 성장, 만족도가 실질적인 성과 지표지만 실시간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 공백을 배포한 라이선스 수나 월간 사용자 수 같은 활동 지표로 메우면 엉뚱한 데 상을 주는 꼴이 된다.

경영진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대목이 있다. 신입 직원을 줄일지 늘릴지가 가장 선명하게 갈린다. 인수 심사와 청구 처리, 자문 같은 업무는 반복과 감독 속에서 몸으로 익히는 기술인데, AI와 해외 이전이 신입이 배우던 기초 업무를 이미 걷어냈다. 한쪽은 배울 일이 사라졌으니 채용을 줄인다. 다른 쪽은 더 뽑되 배우는 방식을 바꾼다.

한 회사는 일부러 다양한 학교에서 뽑은 신입에게 도구 숙련이 아니라 모호한 상황에 적응하고 문제를 푸는 힘을 시험하는 집중 훈련을 운영한다고 한다. 많은 경영자가 걱정하는 것은 AI가 못 하는 잡무를 맡는 저숙련층과 AI를 훈련하고 예외를 처리하는 소수 전문가층 사이에 올라갈 길이 없는 두 갈래 미래다. 단기 생산성은 오르지만, 역량을 키우는 중간 단계가 비면 전문가 공급이 약해진다. 인간 직원의 가치가 어디에 남느냐를 두고도 시각이 엇갈린다. 여러 경영자는 지금 사람이 하는 일의 40%가 자동화되고 나머지 60%는 공감과 신뢰, 복잡한 판단, 예외 처리, 책임처럼 더 높은 가치의 일로 옮겨 간다고 본다.

다만 사람이 하는 일의 가치를 높이는 것과 AI 업무 흐름에 사람을 끼워 넣는 것은 다르다. 결제처럼 대량 처리 업무에서 사람이 모든 결과를 검토하게 하면 확장이 안 될뿐더러 대체로 맞는 AI 결과에 도장만 찍는 얕은 일자리만 생긴다.

 

회의 대신 코드로 통제한다

금융사가 공통으로 부딪히는 벽은 거버넌스다. 회의와 위원회, 수작업 검토, 문서 결재로 짜인 기존 위험관리 체계가 느린 속도와 점진적 개선을 전제로 만들어져 AI를 회사 곳곳에 배포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에 따라 규정을 회의록이 아니라 AI 플랫폼에서 자동 실행되는 코드로 옮기는 회사가 늘고 있다.

승인 절차도 위험 수준별로 나눠 저위험 과제는 사전 승인으로 빠르게 통과시키고 고위험 과제만 깊이 심사한다. 위험 전문가를 출시 직전 최종 관문에 세우는 대신 첫날부터 팀 안에 넣는 회사가 속도를 지킨다.

AI 에이전트는 여기에 과제를 하나 더 얹는다. 에이전트는 콘텐츠를 만드는 생성형 AI와 달리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기 때문에 기존 위험관리 틀로는 다루기 어렵다. 일부 금융사는 에이전트를 직원처럼 다룬다. 고유 식별 번호와 접근 권한을 주고 무슨 역할을 하는지, 책임은 누가 지는지, 예외는 누가 검토하는지를 사람 직원에게 하듯 묻는다.

책임은 결국 사람이 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에이전트가 다른 에이전트에 일을 넘기는 구조에서 사람의 책임이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나는지는 아직 답이 없다.

 

CEO가 직접 챙긴다

AI 분야에서 앞서가는 금융사에서는 최고경영자(CEO)가 AI를 직접 챙긴다. 격주로 핵심 AI 과제를 점검하고 엔지니어링 세부 사항까지 들여다보며 막힌 곳은 직접 나서서 푸는 경우가 많다.

AI 도구를 몸소 써 본 경영자는 조직의 신뢰를 얻지만, AI 실험을 실무진에게 맡긴 경영자는 변화를 밀어붙일 권한까지 함께 넘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AX(AI 전환·AI Transformation)를 어떤 순서로 밀고 나가느냐도 중요하다. 고객 서비스나 보험금 청구처럼 특정 업무에서 거둔 성과를 회사 전체의 업무 재설계로 키우는 일이 전환에서 가장 어려운데, 이 고비를 넘긴 조직은 일하는 순서가 비슷하다. 기술을 먼저 들여놓고 쓸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이 어떤 사업 성과를 거둘지부터 못 박고 그 목표에 맞춰 업무 흐름을 바꾼다. 거기서 드러나는 조직 구조와 역할 문제를 푼 뒤 마지막에 필요한 기술을 정한다는 것이다. 금융사의 AX에서 승부가 갈리는 지점은 모델 성능이 아니라 조직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과잉투자가 아니라 방향 없이 움직이는 조직 체계다. 속도와 통제를 함께 다루는 회사와 둘 중 하나만 다루는 회사의 격차는 더 벌어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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