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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영토 뺏어라‘평평해진’ 유통街

서로의 영토 뺏어라‘평평해진’ 유통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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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영토 뺏어라‘평평해진’ 유통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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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기
  • 오프라인은 온라인, 온라인은 오프라인으로
  • 고객 중심 데이터로 ‘초개인화’ 전략 구사해야

[매경이코노미=박지호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유통업 온·오프라인 융합(Convergence)이 가속화되며 글로벌 유통업계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닮으려는’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몇 해 전까지는 오프라인 유통 공룡들이 온라인 사업을 신설하거나 확장하는 게 일반적인 풍경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유통업계 지각 변동의 신호탄이었다. 깜짝 놀랄 속도로 오프라인 소매점의 파산 시기를 앞당겼다. 반대로 온라인 유통 기업은 전성 시대를 누렸다. 베인 분석에 따르면, 2013년에서 2021년 사이 글로벌 리테일 시장 성장세의 60%를 온라인 업체가 차지한다. 한마디로 코로나19 팬데믹은 온라인 유통업계가 주류로 우뚝 선 결정적인 계기였다.

2022년 각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테크 기업의 위기는 또 한 번의 지각 변동을 촉진했다. 온라인 유통업계가 더 이상은 매출 성장에만 의존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테크 기반 유통 업체의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고 경쟁의 장(場)이 평평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 공룡은 오프라인 매장 노하우를 배우려 하고, 월마트 등 오프라인 강자는 디지털 도구를 갈고닦고 있다. 유통 체인의 온·오프라인 경계가 갈수록 희미해지며, 이젠 온·오프라인 플레이어 모두 다양한 경로로 상품과 서비스 구매를 가능케 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을 지향한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체인 강자인 ‘홀푸드(Whole Foods)’를 인수한 것과 알리바바가 중국판 월마트로 불리는 ‘선아트(Sun Art)’를 인수한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인재 유치 경쟁도 쌍방향으로 진화했다. 미국 최대 유통 체인인 월마트는 최근 구글 출신 기술자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한편, 아마존은 영국 대형 유통 체인인 테스코, 호주 대형 유통 체인인 울워스(Woolworths) 등에서 임원을 영입해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맡겼다. 주요 플레이어 모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두 마리의 말’을 타는 형국이다.

청출어람을 꿈꾸는 유통업계 융합 추세는 앞으로 더 거세질 전망이다. 현 유통 사업 모델의 성장성이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AWS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토대로 리테일 사업 확장에 나선 것처럼, 유통업계도 미디어·데이터 수익화를 통해 성장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그 첫걸음으로, 경영진이 전략적 시각을 확 바꿔야 한다. ㎡당 판매량과 같은 채널 중심 지표에서 벗어나, 고객 평생 가치, 단골 고객 유지 비율 등 고객 중심 지표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고객들이 단순히 매장이나 웹사이트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외부 데이터를 통합해 대중의 생활양식, 일하는 방식, 레저 취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고객을 단순히 소비자가 아니라 ‘임차인’ ‘직장인’ ‘수리공’ ‘학생’ ‘주부’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류해 끈끈한 소비자 생태계를 구축해야 진정한 차별화의 원천인 초(超)개인화의 문을 열 수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0호·신년호 (2022.12.28~2023.01.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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