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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악재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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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악재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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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노코미=김정재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고물가는 기업이 피할 수 없는 상수가 됐다.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당연히 악재다. 생산원가가 높아지고 그 상승분을 점진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가격을 인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출 계획을 현명하게 재수립하고, 신규 성장동력을 찾아내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전 세계가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마지막으로 경험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초입이었던 2008년 상반기였다. 당시에도 대다수 기업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올리는 1차원적 수준의 대응에 머물렀다. 반면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했던 기업도 있었다.

미국 차량 부품 제조업체 ‘보그워너’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고물가 쓰나미가 덮치자 불필요한 작업량을 과감하게 줄이고, 백오피스(지원부서) 업무 프로세스를 대폭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또한 구매부서는 가장 가성비 높은 원재료 구매처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에 성공한 결과, 이 회사는 2008년부터 약 3년간 매년 40% 이상의 총주주수익률(TSR) 증가를 기록했다.

2022년 인플레이션은 2008년 인플레이션과는 명확히 다르다. 소비자 수요가 2008년처럼 극적으로 줄어들지 않은 반면, 글로벌 차원의 공급망 붕괴가 기업 생산·판매 활동을 억누르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와 같이 새로운 유형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누가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지를 철저히 분석하고, 각 부서 결정이 회사 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충분한 권한을 보유한 ‘비용 컨트롤타워’를 신설해 전사적 관점에서 비용 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둘째, 명확한 지출 분석을 토대로 전략적 비용과 비(非)전략적 비용을 구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에 최고경영진이 쉽게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전사 예산을 획일적으로 삭감하려 하는 것이다. 전략적 판단 없이 무작정 예산을 감축할 경우 회사의 미래 잠재 성장성에 심대한 훼손이 불가피하다. 향후 기업 성장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영역에 대해서는 최대한 전략적 투자를 유지해야 한다.

셋째, 불필요한 작업과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업무 자동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도입 등을 통해 전체 업무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의 가치를 보다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편의점 등 유통업체 직원들은 과거 각 제품의 크기, 치수, 웹사이트 이미지 등 각종 데이터를 수동으로 입력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고는 했다. 선도 업체들은 단순 반복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 이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확보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해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일상적으로 추진하던 부분적 개선에 기반한 비용 절감이 아닌, 전면적 혁신(Zero based budgeting)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는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효율을 실행하고 있다”고 믿는 조직을 변화시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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