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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미국 FANG·중국 BAT·인도 오요는 반역적 대기업"

[WEEKLY BIZ] "미국 FANG·중국 BAT·인도 오요는 반역적 대기업"

  • 2019년6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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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미국 FANG·중국 BAT·인도 오요는 반역적 대기업"

제임스 루트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부동산 보유 않고 여행객 사로잡은 인도의 오요 '호텔업계의 우버'로
5년 전에 포함됐던 카카오·네이버, 이젠 전통 대기업化
반역적 대기업 되려면 전문 경영인보다 혁신 직원이 더 중요

공유 숙박 업체 에어비앤비의 모방자가 될 뻔했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도입으로 '호텔 업계의 우버'라고 불리는 스타트업이 있다. 2013년 창업한 인도 호텔 체인 오요 룸스(OYO Rooms)는 지난해 10월 소프트뱅크가 운용하는 '비전펀드' 등으로부터 10억달러를 투자받으며 기업 가치 50억달러(약 5조9375억원)로 평가받았다. 인도 최대 기업 타타그룹이 운영하는 타지(Taj) 호텔 기업 가치의 두 배가 넘는다.

오요는 인도, 중국, 영국, 일본 등 10국 500개 도시에서 이미 45만개의 객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건물을 소유하진 않는다. 저가 호텔로부터 객실 일부를 빌린 뒤 직접 TV, 에어컨, 샤워 시설, 침구류 등을 깔끔하게 바꿔 고객에게 제공하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청결, 무료 와이파이, 조식 등 30개의 표준 매뉴얼을 꼼꼼하게 지킨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루 숙박료는 18~26달러 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개개인의 집을 숙박 업소로 제공해 품질이 천차만별인 에어비앤비와 달리,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 모델에 가깝다. 택시 한 대 없이 세계적인 택시 업체가 된 우버처럼, 오요는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고 호텔 업계에서 무섭게 성장 중이다.

제임스 루트(Root)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WEEKLY BIZ와 만나 "오요는 현재 새로운 비즈니스 시대를 열고 있는 '반역적 대기업(scale insurgent)'의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수요(여행객)와 공급(호텔 소유주) 양쪽에서 모두 혁신을 창출한 드문 사례라는 분석이다. 루트 파트너는 "오요는 공급 측면에서 2~3성급 호텔의 서비스 질을 개선하고, 모바일 예약 플랫폼을 통해 객실 공실률을 낮춘다"며 "여행객 입장에서도 청결한 숙박과 무료 와이파이를 누릴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Q1 반역적 대기업이 무엇인가.

"대기업의 장점인 규모의 경제와 스타트업의 장점인 민첩성을 동시에 발휘하고 있는 기업들을 말한다. 미국의 이른바 'FAN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중국의 'BAT'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1세대 반역적 대기업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 20~30년 정도 된 기업인데, 모두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반역적 대기업의 성장 과정을 거쳤다. 오늘날 기업 환경의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차세대 반역적 대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Q2 어떤 기업이 차세대 반역적 대기업인가.

"오요의 경우 호텔업을 영위하지만, 전통 호텔 그룹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한다. 일부 자체 소유한 객실이 있긴 하지만, 원칙적으로 호텔 자체를 소유하지 않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호텔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이는 숙박 산업을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 결과다. 중저가 호텔에 남는 객실을 활용하면서, 5성급 호텔을 이용하지 않는 수천만명의 여행객에게 양질의 숙박 서비스를 제공했다. 성장 속도는 이미 에어비앤비를 뛰어넘었다."

Q3 전통 대기업이 반역적일 순 없나.

"가능하다. 프랜차이즈 식품 업체 도미노피자가 좋은 사례다. 20년 전만 해도 도미노 피자는 '맛없다'는 혹평과 함께 시장 점유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후 '고객 편의'를 최우선 가치로 삼으며 놀랍게 변신했다. 2015년 도미노피자는 트위터에서 '피자 이모티콘'을 보내면 바로 배달 주문이 접수되는 기술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이후 이모티콘을 보내는 것마저 번거롭다는 불평이 들리자 이듬해 피자 주문 앱 '제로클릭'을 출시했다. 도미노피자는 지금까지도 회사의 핵심 가치가 '신호등 기다리는 동안 주문이 가능하게'일 정도로 좀 더 편리한 방식을 고민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사례도 흥미롭다.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이 주춤하면서 과연 MS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상당히 오래 지속됐었다. 그러나 2014년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재구상했고, 현재 MS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시가총액 1조달러(약 1186조원) 기업이다. 지난 3~4년간 가장 성과가 좋은 주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더욱 중요한 점은 아마존에 대적하는 웹서비스 사업 등을 통해 직원들의 사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10년 전만 해도 이런 상황을 예측할 수 없었다."

Q4 전통 대기업이 반역적 대기업이 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전 세계 수백 개 기업을 분석한 후, 우리는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 중 하나가 지난 100년간 기업 중심에 있던 '전문 경영인 제도'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순히 관료주의를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실 전문 경영인 제도는 그동안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창업자의 비전이 이룬 성공을 제도화하고 지속시켰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오는 새 시대는 상황이 다르다. 고객에게 약속한 가치를 전달한다는 기업의 핵심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자동화, 아웃소싱, 자율운영 업무팀 등의 증가 추세로 인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전문 경영인의 수는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Q5 한국의 반역적 대기업을 꼽는다면.

"5년 전만 해도 카카오와 네이버를 반역적 대기업이라고 불렀을 텐데, 지금 이 기업들은 이미 전통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뱅크를 통해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플랫폼 등으로 성공한 뒤 '제2의 엔진'을 발굴해 신사업으로 기업의 사업을 다각화하는 전략은 중요하다. 예컨대 아마존은 최소 10가지의 각기 다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중국의 핑안보험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의 K팝 아이돌 그룹의 음악적 실력, 글로벌 시장 진출 속도를 보면 반역적 대기업의 특징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 반역적 대기업 (scale insurgent)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가 만든 용어. 대기업의 장점인 규모의 경제와 스타트업의 장점인 혁신 역량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기업을 일컫는다. 미국의 아마존과 페이스북,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역적 대기업은 디지털 시대에 미래 성장을 주도할 기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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