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Close-up] 베인앤컴퍼니 글로벌 회장 - 경영 닥터 매니 마케다
[조선일보=윤형준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엔 '크레오소트 존(Creosote Zone· 그림)'이란 개념이 있다. 크레오소트는 사막에서 자라는 선인장의 한 종류로, 주변의 수분을 모두 빨아들이기 때문에 이 선인장 가까이에선 아무것도 자랄 수 없게 된다.
기업에선 기존 주력 핵심 사업이 이 선인장과 비슷하다. 전통이 오랜 기업일수록 크레오소트 존이 넓다. 현재 가장 많은 매출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새 사업을 개발한다고 해도 '기존 사업만큼 돈을 벌 수 있겠느냐'며 퇴짜를 맞기 십상이다.
새 성장 엔진을 개발하려면 크레오소트 존을 벗어나야 한다. 매니 마케다 베인앤컴퍼니 글로벌 회장은 "엔진 1(기존 성장 동력)은 영원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은 엔진 2, 3(새 성장 동력)을 계속 발굴하고 개선해야 한다"면서 "신규 사업은 기존 사업과는 전혀 다른 기술이나 재능이 필요하므로 기업 바깥 새 환경에서 시작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는 국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이 눈부시게 성장한 것은 '엔진 1'에 해당하는 제조업 발전 때문이었다. 미국·일본 등에서 성공이 검증된 제조업 사업 모델을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빠르게 추격했다. 앞으로 '퍼스트 무버'(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자)로 나서기 위해선 기존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써야 하고, 이를 위해선 스타트업처럼 민첩한 조직 문화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생산해야 한다.
마케다 회장은 이때 정부의 역할은 "기업들이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게 규제를 개선하는 것 정도면 된다"면서 "과거 수출 주도형 내수 개발 모델과 똑같이 관세·무역 정책을 내놓아서는 글로벌 기업이 사업을 제대로 펼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