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2021 금융CEO 포럼] "전통금융사, 빅테크 맞서 공세-방어전략 투트랙 고민해야"

[2021 금융CEO 포럼] "전통금융사, 빅테크 맞서 공세-방어전략 투트랙 고민해야"

베인앤컴퍼니 신우석 파트너 기조강연

  • 2021년3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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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금융CEO 포럼] "전통금융사, 빅테크 맞서 공세-방어전략 투트랙 고민해야"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빅테크, 핀테크의 진입속도와 범위, 영향력은 사업 영역마다 다르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맞서는 기존 대형은행 입장에서는 공세전략과 방어 전략을 동시에 고민하고 집행할 필요가 있다. 빅테크가 갖고 있는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에 대해서는 방어 전략을, 글로벌과 리테일 등 기존 금융사들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 대해서는 공세 전략을 가동해야 한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 신우석 파트너는 22일 에너지경제신문 주최로 온라인을 통해 열린 ‘2021 금융CEO포럼-빅테크의 금융진출과 K-금융의 미래’의 기조강연자로 나서 빅테크, 핀테크와 경쟁 중인 기존 금융사 CEO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신 파트너는 대형 금융사 입장에서 단기간에 빅테크, 핀테크가 갖고 있는 플랫폼 경쟁력을 뛰어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에 전통 금융사는 빅테크가 보유한 플랫폼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신 파트너는 "우리나라 대형 금융사들은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뛰어난 역량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리테일분야만 해도 일반 고객, 고액자산가, 중소기업,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이 세분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빅테크, 핀테크가 금융 산업에 빠른 속도로 진입하고 있지만, 세부 사업영역별로 보자면 빅테크, 핀테크의 진입속도와 영향력은 각 사업 영역마다 상이하게 나타난다"며 "이에 기존 대형 금융사 입장에서는 공세전략과 방어 전략을 동시에 고민하고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빅테크, 핀테크의 금융 진입이 가속화되더라도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WM), 기업금융(IB), 해외시장 등은 전통 금융사들의 고유 사업 영역으로 남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 파트너는 "다시 말하자면 기존 금융사는 전체 사업영역 가운데 빅테크, 핀테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쪽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수성, 방어 전략을 구사하고, 영향력이 덜한 사업에 대해서는 기존보다 더욱 더 강화된 노력들을 통해 시장 내에서의 지위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대형 금융사가 한국을 넘어 제2의 홈마켓을 동남아시아, 북미, 유럽 등으로 새롭게 구축하고, 새로운 시장에서 성장의 기회를 이전과는 달리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빅테크, 핀테크 사업자들은 기존의 금융상품, 서비스를 제조하는 금융사와 이러한 상품들을 원하는 고객들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중개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지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파트너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지배력을 남용해서 오히려 금융시장이 성장하고 발전하는데에 부정적인 장애 요인이 되지 않게끔 사전에 방지하고 관리하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사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시중은행, 빅테크 및 핀테크라는 둘 중의 하나가 아닌 양쪽을 모두 원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신 파트너는 "기존 금융사는 안정적이고 아주 높은 수준의 보안을 제공하는 동시에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빠르고 편리하고 직관적인 서비스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같은 맥락에서 빅테크, 핀테크들은 핵심 경쟁력인 편리하고 간결한 서비스와 별개로 컴플라이언스, 보안 관련된 부분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빅테크, 핀테크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움직임을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 파트너는 ‘기울어진 운동장’도 디지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파트너는 "과거 국내 금융사들은 규제의 범위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문제없이 수행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빅테크, 핀테크를 포함한 디지털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들이 우리나라 금융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 금융당국이 여러가지 규제의 틀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파트너는 "기존 대형 금융사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이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형태로 제도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제는 당국의 규제를 금융사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하나의 틀로 볼 것이 아닌, 미래 지향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업기회들을 당국과 함께 조율하고 협의하면서 새롭게 정의하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 금융사는 빅테크, 핀테크가 갖고 있는 디지털 관점에서의 경쟁력을 빠르게 내재화 수 있을지, 규제가 아닌 역량 측면에서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고착화되는 것을 방지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