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
[매경이코노미=이혁진 베인앤드컴퍼니 대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분쟁, 폭등하는 물가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인수합병(M&A) 시장도 격동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극심한 변동성 장세 속에서 평범한 경영진은 M&A 기회를 보수적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작금에도 M&A 기회는 분명히 존재한다.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수준)은 낮아졌고, M&A 거래 시 부족한 자본을 메워줄 사모펀드 등 투자자들이 아직 남아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시장 리더들은 이 혼란을 M&A의 기회로 삼는 분위기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Broadcom)은 올해 초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회사인 VM웨어를 610억달러(약 76조원)에 사들였다. 기존 사업 역량을 활용해 수익원을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미국 화학 회사 셀러니즈(Celanse)는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 화학 대기업인 듀퐁의 모빌리티·재료 사업부를 110억달러에 인수했다.
지난해는 M&A 시장이 초(超)호황이었던 만큼 기업 몸값도 그 어느 때보다 비쌌다. 기업가치를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로 나눈 값은 테크 기업의 경우 25배(중간값 기준), 바이오 기업은 20배까지 치솟았다. 이런 몸값은 최근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가 2분기(4~6월)에 점차 회복되는 추세다.
각종 악재로 올해 M&A 규모는 지난해보다 약 20% 줄어든 4조7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미래를 내다보고 좋은 기업을 고를 때다. 베인이 3900개 기업 실적을 조사해보니, 경기 사이클이 출렁일 때 과감하게 투자한 기업의 주주 수익률은 경기 침체 진입 이후 13년간 14%에 달했다. 반면, 경기 불황에 투자를 줄이고 M&A에 소극적이었던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미미한 수익률을 보였다. 불황 속에서 과감하게 움직이는 기업에 더 큰 성장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물론, 최근 몇 년간 자본 과잉 환경에 적응됐던 만큼 시장 환경이 녹록지는 않다. 금리 인상에 따라 자본 비용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수금융을 비롯해 자본을 동원하는 일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금리 인상과 물가 급등에 따라 기업 마진이 훼손되고, 이에 따라 인수 기업가치를 더 현실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M&A 실무진은 플레이북(전략과 계획)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 인수 대상 목록을 다시 업데이트하고, 인수 대상 기업별 투자 논거를 재점검해야 한다. 은행과 자본 비용 시나리오를 다시 짜야 하며 탈(脫)세계화 흐름에 적응할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비 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이 격동의 시기를 활용할 M&A 전략을 도출해내야 한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사람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움을 갖고, 반대로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지라”고 했다. 지금은 두려운 시기기도 하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 많은 산업의 모양새가 다시 만들어질 시기기도 하다.
경영자로서 당신은 지금의 장세를 위기로 보는가? 아니면 기회로 보는가?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2호 (2022.08.17~2022.08.23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