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
[매경이코노미=임정규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로봇 시장은 연평균 26%의 초고성장을 거듭해왔다. 시장 규모 예측이 무의미할 정도로 전망을 훨씬 넘어선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다만, 여전히 시장이 개화 초기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명확한 수익 모델을 구축하지 못하면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간 로봇 시장은 산업·서비스용 로봇 중심으로 발달했다. 기계적인 이동이 진화하고, 움직임 기술도 섬세해졌다. 그러나 자동차와 전기·전자 생산 부문을 제외하면 다양한 기업으로부터의 로봇 구매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다소 극단적으로 예를 든다면, 공항 서비스 로봇이나 커피를 뽑는 쿠킹 로봇 정도의 상징적인 마케팅용 로봇을 제외하면 ‘머스트해브아이템(must-have item)’에 도달하기까지 한계가 뚜렷해 보였다.
그렇다 해도 로봇의 미래를 의심하는 이는 없다. 로봇을 단독으로 움직이는 기계 장치로만 볼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핵심은 플랫폼化다. 4차 산업혁명 흐름과 함께 전례 없던 혁신 기술이 융복합적으로 합쳐진다. 로봇 역시 개별 기술 간 시너지를 극대화시키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로봇 시장의 ‘판’이 달라진다. 다시 말해 로봇이라는 플랫폼에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정합성’ 있게 연결할 수만 있다면, ‘파괴적인 혁신’이라 부를 만한 새로운 고객 생활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실제 자율 동작(로봇), 인지·연산·판단(AI, 클라우드), 네트워크(5G), 소재(경량화·내구성), 동력과 관련한 로봇 제품·서비스는 이윤을 적잖게 창출한다. 로봇의 플랫폼화를 위해서는 인간 명령어 입력으로 단순 동작을 반복하던 로봇에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얹어야 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동작을 예측하고 실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이 인간의 상식선에서 무탈하게 동작하게 이끌어야 한다. 5G 기술을 통해 정보 전달의 지체 현상(딜레이)을 ‘제로화’할 수 있다. 가볍고 내구성 높은 소재로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을 구현하는 작업도 중요한 포인트다. 아울러 안정적 장시간 사용이 가능한 배터리 기술로 로봇 사용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상상만 해오던 생활 밀착형 로봇이 현실로 구현되고, 로봇은 ‘머스트해브아이템’으로 전환된다. 전 세계적으로 로봇 플랫폼화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좋은 사례다. 소프트뱅크는 알데바란 인수로 로봇에 진출했고 이후 보스턴다이나믹스와 샤프트를 사들이며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이후 ARM, IBM Watson, 화웨이 등과의 투자·협업으로 AI와 5G를 얹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대기업의 글로벌 로봇업체 M&A를 유도한다.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Midea)그룹이 세계 4대 산업용 로봇업체인 독일 쿠카(Kuka)를 사들이며 글로벌 로봇 플랫폼을 꿈꾼다.
국내 대기업도 시장 개화 단계인 로봇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주도권을 잡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다만, 로봇 사업을 단기적인 수익을 내기 위한 협소한 시장으로 정의해서는 곤란하다. 기존 제품·서비스를 연결하는 핵심 플랫폼으로서 로봇을 정의해야 한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 AI·클라우드·5G 등의 기술을 복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5호 (2022.04.20~2022.04.26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