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매일경제=최승진 기자] 월드와이드웹(WWW)과 플랫폼에 이어 또 한 번의 혁신이 도래하고 있다. 탈중앙화된 자율조직(DAOs), 대체불가토큰(NFT), 커뮤니티 등을 기반으로 누구나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과 서비스를 만들고 이에 따른 수익을 가질 수 있는 'Web(웹)3.0' 시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웹 3.0 시대가 본격화되면 개인은 물론 기업의 역할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WWW'로 대표되는 웹 1.0 시대에는 기업들이 서비스·상품을 생산하면 이를 개인이 소비했다. 웹 2.0 시대에는 기업들이 서비스·상품을 제공하는 동시에 개인들이 생산자 겸 소비자로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웹 3.0 시대가 도래하면 기업과 개인은 동등한 생태계 참여자로 거듭나며, 플랫폼 사업 모델에 소유와 검증의 개념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 경제에서는 개인이 콘텐츠를 생산해도 이에 대한 지식재산권(IP)은 정보기술(IT)업체가 가져갔지만, 향후에는 개인이 콘텐츠 제작에 따른 IP는 물론 수익 창출까지 기대할 수 있다. 프로토콜 경제가 본격화되면서 5차 산업혁명의 서막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웹 3.0에 대한 개념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구찌와 나이키, 코카콜라,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웹 3.0을 도입한 새로운 기업 전략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대통령령을 통해 웹 3.0 시대에도 디지털 경제권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밝혔고,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는 최근 경제산업성 산하에 웹 3.0 정책실을 출범했다.
일각에서는 웹 3.0은 아직도 실체가 없는 개념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가상화폐 데이터 플랫폼 '쟁글'을 운영하는 크로스앵글의 김준우 공동대표와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의 윤성원 파트너, 양영훈 부파트너와 만나 웹 3.0을 기반으로 사업모델과 기업 전략 혁신에 대해서 들어봤다.
―웹 3.0 기반 사업모델이란 무엇인가? 기존 웹 2.0 사업모델과 어떻게 차별화되나.
▷김준우 크로스앵글 공동대표=웹 1.0, 웹 2.0, 웹 3.0으로 변화하면서 대중이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소비자이자 동시에 생산자로서 생태계에 참여하게 됐다. 웹 1.0 시대의 온라인 상거래는 기업이 인터넷에 사이트를 만들고 상품을 올리면 개인들은 단순히 여기에 회원 가입을 해서 물건을 구매하는 데 그쳤다.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웹 2.0 사업모델은 쿠팡, 아마존, 유튜브를 떠올리면 된다. 이들은 플랫폼을 제공하고 개인들이 판매자와 생산자 역할을 겸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기업들이 여전히 플랫폼 정책, 규정, 권리 등을 정한다. 개인은 플랫폼 운영에 관여할 수 없고 제한적인 참여만 가능하다.
웹 3.0은 이 지점에서 큰 변화가 일어난다. 개인들이 플랫폼에 진입해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프로토콜 경제'라고 부른다. 개인들이 프로토콜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에 따른 보상까지 받을 수 있다. 가상화폐, 이더리움에 쓰이는 블록체인이 대표적이다. 프로토콜에서 모든 경제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누구나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기여할 수 있고 개인들의 권한도 커진다.
탈중앙화, 신뢰성, 검열 저항성 등에 기반한 프로토콜의 개념은 이미 정해져 있다. 블록체인으로 불리는 기술은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수단이다. 웹 3.0의 본질은 기술에 있는 게 아니라 기술의 활용 방식에 있다.
▷양영훈 베인 부파트너=웹 3.0은 개인에게 국한된 분야가 아니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를 중심으로 먼저 꽃을 피우고, 추후 기업 간 거래(B2B) 기업에도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참여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이 부여되는 만큼 공급망에 포함된 협력업체들도 최적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초 개발 단계에서부터 프로토콜 구축에 참여할 수 있다. 즉각적으로 도입 가능한 B2B 예시 중 재미있는 사례는 편의점의 상품 소싱이다. 편의점 매대의 위치와 상품 진열 기간에 대한 결정 권한을 공급업체들로 형성된 다오(DAO·알고리즘 위에서 운영되는 탈중앙화된 조직)에 위임하고 기업은 판매량, 공급업체의 마케팅 예산을 할당하는 등 자체 구성된 룰을 통해 운영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인건비의 추가 투입 없이 상품기획자(MD) 역량을 고도화할 수 있고 공급업체는 룰에 기반한 상품 생산과 공급의 가시성을 갖게 된다.
▷윤성원 베인 파트너=웹 3.0 시대엔 참여자들이 규칙을 정하고, 의사 결정자로 참여한다는 점이 근본적인 변화다. 과거엔 정부가 가진 권위 혹은 기업이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브랜드 명성이 신뢰의 근간이었다. 권위자들이 제공하는 규칙과 문제 해결 방식에 의해 시스템 체계가 만들어졌다면 웹 3.0 시대엔 프로토콜이 새로운 신뢰 기반이 된다. 웹 3.0 시대에서는 정부, 기업, 혹은 개인 등 웹 3.0 참여자들이 모두에게 주어진 신뢰를 기반으로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실질적 시스템의 진화가 도래하게 된다.
▷김준우 크로스앵글 공동대표=NFT 업체인 유가랩스가 지루해 하는 표정을 짓는 원숭이 그림으로 잘 알려진 'BAYC'를 발행한 적이 있다. 이것을 구입하면 원숭이 그림 IP까지 고객들이 가질 수 있다. 이 그림을 외부에 라이선스를 주면 이에 따른 수익도 가질 수 있다. 유가랩스라는 운영업체가 있지만 실질적인 소유권과 운영권은 개인에게 돌아온 것이다. 정책적으로 블록체인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웹 3.0의 탈중앙화가 달라진다.
탈중앙화가 빨라질수록 중앙화 시스템과 비교해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블록체인이다. 다만 현재 블록체인의 기술력 한계, 보완성, 속도, 저장 능력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탈중앙화와 중앙화는 흑백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 각각의 효율성을 가지고 공존하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최근 블록체인, 가상자산 시장은 급격한 냉각기에 들어섰다. 왜 지금 웹 3.0 사업모델을 고민해야 하는가.
▷김준우 크로스앵글 공동대표=가상자산 시장에 겨울이 왔다는 말이 나온다. 시장이 성장할 때는 왜 결과가 좋은지 알기 어렵다. 반면 겨울에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돈을 쓰지 않고, 설령 과거 성공 방정식을 반복해도 효과가 잘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본질적인 가치나 사업 목적 등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겨울은 이미 몇 차례 찾아왔다. 2017~2018년 빙하기 당시에는 블록체인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사례를 통해 입증했다. 2020년 가을에는 유니스왑이라는 거래소가 등장하면서 블록체인을 통한 거래소의 탈중앙화가 작동함이 확인됐다. 지금은 블록체인을 통해 웹 2.0처럼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고 사회적으로 정의되는 웹 3.0 사업모델이 작은 사례를 넘어서 규모 있게 현실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대중화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기업들이 성과를 보여줄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웹3.0시대 성공법은
NFT만 발행한다고 탈중앙화 아냐…블록체인 생태계서 뛰어놀게 해야
―웹 3.0 사업모델이 왜 중요한가. 과거 PC, 인터넷, 모바일 도입 수준의 산업 파괴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윤성원 베인 파트너=아날로그 시대엔 컴퓨터라는 매체가 정보의 연산·저장력을 폭발적으로 늘리면서 산업의 혁신을 촉진했다. 이후,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개인 서버에 저장됐던 정보가 모두의 정보로 변환되면서 혁신의 속도가 한층 더 빨라졌고, 모바일 기기의 등장으로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사업 모델들이 등장했다. 그다음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과거에는 사업 주체가 제공하는 신뢰를 기반으로 정보를 주고받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비가역적 코드, 즉 프로토콜로 기록되면서 이에 대한 신뢰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과거 금융사업을 창업할 땐 금융위원회가 만든 시행령과 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정부가 정한 범위에서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했고, 또 정부가 만든 울타리에서 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웹 3.0 시대엔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신뢰에 기반해 새로운 사업모델의 자유로운 혁신이 가능해진다. 신뢰와 권한의 범위를 정하는 중심축이 사라지면서, 코드와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이들의 의지와 창의성에 기반해 사업모델이 발전하게 된다. NFT가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무렵, NFT를 소유한 커뮤니티가 스스로 팬덤 문화를 만들어 가치를 끌어올렸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향후 모든 참여자 스스로 노력에 대한 가치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B2B(기업 간 거래) 사업 중 하나인 철강을 예로 들어보자. 지금까지는 대형 철강업체들이 제품을 만들어 이를 도매상과 소매상에 순차적으로 넘겼다. 그러나 만약 철강업체가 A라는 제품을 B 시점에 판매한다는 '프로토콜'을 만들고 중소업체들이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또한 소매상들이 프로토콜상에서 특정 시점의 특정 물량 거래에 참여한다면 어떻게 될까? 궁극적으로는 도매상 마진이 사라지고 직거래가 이뤄지면서 시장이 효율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구상이 성공하려면 관련 생태계 최전선에 있는 관계자들이 프로토콜에 많이 참여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을 각 기업이 직접 담당할 필요는 없다. 필요한 기술적 도구들은 이미 시장에 널려 있다. 관건은 이를 조합해 사업모델로 만들어내는 역량이다.
▷양영훈 베인 부파트너=물론 세상이 웹 2.0에서 웹 3.0으로 곧바로 바뀌지는 않는다. 시장 내 참여자들을 계속 교육하면서 진화·발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개인들만 모인다고 커뮤니티가 형성되지도 않는다. 웹 세계가 진화하게 도와줄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 커뮤니티 참여자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도록 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웹 3.0을 향한 허들이 사라질 것이다.
▷윤성원 베인 파트너=컨설팅을 하면서 웹 3.0 사업을 고민하는 기업 경영진들에게 듣는 질문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코인을 발행해야 하나요?' 'NFT도 발행해야 하나요?' '탈중앙화된 자율조직(DAOs·다오)은 어떻게 활성화해야 하나요?' 수단과 목적의 순서가 바뀌어서 이런 질문들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기능은 수단일 뿐이다. 탈중앙화된 사업모델이라는 웹 3.0의 콘셉트와, 이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성과와 목적을 도출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목적에 따라 적합한 기능을 적용하면 된다. 기업들이 NFT를 만들어 홍보하고 커뮤니티를 직접 활성화시킬 필요 역시 없다. 개인들이 즐겁게 참여하고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규칙을 정하면 된다. 기업들이 NFT를 만들고 직접 사업을 주도하려는 순간, 웹 3.0에서 웹 2.0으로 전락한다.
―웹 3.0 사업모델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무엇이며, 이는 어떻게 적용되는가.
▷양영훈 베인 부파트너=웹 3.0 기업이 웹 2.0 기업보다 우월한 건 아니다. 현존하는 기업들 중 웹 1.0 형태로 건재한 곳들도 있다. 웹 3.0 전환은 기업이 지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다. 신사업을 개발하거나 외부 자금을 조달하고, 고객 신뢰를 높이는 등 여러 과제를 추진하는 데 있어 전통적인 방식이 유리한지 웹 3.0의 탈중앙화 방식이 유리한지 판단해야 한다. 모든 기업이 탈중앙화와 웹 3.0을 무조건 지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고민하고 있는 안건에 따라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스마트 계약 등 다양한 투입 요소를 결합해야 한다. 과제별로 서로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다. 예컨대 대기업은 특정 고객군을 목표로 해 다오를 만들자고 제안할 수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다오 구성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수익을 함께 나눌 수도 있다. 회사의 형태에 따라 웹 3.0의 활용 방식도 달라진다.
―웹 3.0 전환의 영향을 받는 주요 산업 영역은 어디인가.
▷윤성원 베인 파트너=게임과 엔터테인먼트, 금융산업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자산, 디지털 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부터 변화가 예상된다.
▷양영훈 베인 부파트너=개인들과 직접 소통하고 연결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 기반의 회사들, 유통업체와 금융업체들로부터 많은 문의가 오고 있다. 이러한 분야에서 먼저 웹 3.0이 꽃을 피울 것으로 보인다. 이 생태계가 생산자와 소비자를 아우르는 형태로 확대되는 만큼, 차츰 B2B, B2C 사업으로도 확장이 예상된다. 정부와 연관된 대관 사업에서도 웹 3.0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 전망이다.
―웹 3.0에 대한 개념이 아직까지 뚜렷하지 않다. 웹 3.0 사업모델 도입을 통해, 기업들이 누리게 되는 효용은 무엇인가.
▷양영훈 베인 부파트너=기존 기업들이 웹 3.0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영역이다. 기업이 기대할 수 있는 효용은 기업의 운영 전 영역에 걸쳐 존재한다. 신제품 개발, 생산, 유통, 판매·마케팅과 같은 핵심 기능뿐 아니라 자금 확보, 인력 확보, 기업 가치 증대와 같은 본사 기능 등에 걸쳐 도입이 가능하고, 기업의 전략적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떠올려보자. 과거에는 엔터테인먼트사가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킬 때 콘셉트와 멤버 구성, 데뷔곡 등을 모두 결정했다. 하지만 프로듀스 101에서는 지원자들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고 시청자들이 투표를 통해 데뷔 멤버를 선정했다. 만약 투표가 아니라 지분 참여를 한다면? 개인들이 300만원, 3000만원을 투자해 해당 프로젝트의 오너가 된다면, 멤버나 데뷔곡을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전문인력 확보가 어려운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아웃소싱과 달리 전문가들을 프로젝트 단위로 필요할 때만 활용하면 된다. 지금까지는 IT 전문인력에 대해 시간당 임금을 제공했다. 웹 3.0 시대엔 개인도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고 이에 따른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전문가 집단과 함께 갈 수 있다. 기업 가치에 고려되지 않았던 무형자산을 실제 자산시장에서 인정받는 가치로 바꿀 수 있는 기회 또한 존재한다. 게임의 예를 들면, 어떤 아이템은 한 개에 1억원을 호가하는 금액에 거래된다. 이 아이템의 소유주는 게임회사지만, 그 가치를 정의할 수는 없다. 만약 이를 NFT로 바꾼다면 바로 거래 가능한 자산이자 기업 가치로 인식된다.
―웹 3.0 사업모델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해서 방향성을 수립해야 하는가.
▷김준우 크로스앵글 공동대표=최근 블록체인 사업을 하고 싶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정 기술을 하고 싶다'라는 게 기업들의 목적은 아닐 것이다. 웹 3.0 사업의 출발점은 기업의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거기서부터 탈중앙화를 고민해야 한다. 무조건 NFT를 발행해보려는 시도도 많았지만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윤성원 베인 파트너=전통 기업들로부터 웹 3.0 모델 진출을 두고 많은 문의와 고민을 듣고 있다. 사업 진출 관점에서 보면 웹 3.0 사업은 크게 서비스, 테크 인프라 생태계, 이용자 간 거래·자문 서비스로 분류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첫 번째 영역에 대해, 기존 IT 테크 기술 기반의 회사들과 웹 2.0 이용자 기반이 있는 회사들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업 영역을 검토할 것이다. 이후에는 내가 달성하고자 하는 웹 3.0 도입의 목적과 생태계의 가치사슬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이후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의 웹 3.0 모델 구현 툴들을 조합해 생태계를 어떻게 구현할지를 설계해야 한다. NFT, 메타버스, 가상화폐, 스마트 계약 등이 대표적인 도구들이다.
소비재 회사가 사내 MD의 역할을 보완하기 위해 다오를 도입한다는 예를 들어 보자. 프리미엄 고객을 위한 NFT를 발행하거나 구매 이력이 없지만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NFT를 드롭(발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NFT의 가치를 높이고, 거래를 통해 참여자들이 스스로 돈을 벌 수도 있다. 이는 과거처럼 기업들이 광고를 만들어 특정 채널에 내보내는 것과 목적은 같으나 웹 3.0 방식의 구현이다.
―마지막으로 웹 3.0 사업 도입을 검토 중인 기업들에 조언을 한다면.
▷김준우 크로스앵글 공동대표=처음부터 이상적인 형태로 웹 3.0 사업이 탄생하긴 어렵다. 웹 3.0 사업 추진과 블록체인 기술 채택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적으로 약자였던 소비자와 개인들의 힘은 더욱 강해지고 그들의 권리와 정당성을 지지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가 더 많이 등장할 것이다. 기업이 시장을 압도하는 형태가 아니라 더 많은 주체가 공존할 수 있는 형태로 생태계가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서 기업들은 지금의 사업모델을 갖고 생존할 수 있을지 깊게 고민해봐야 한다.
▷윤성원 베인 파트너=네 가지의 조언을 드리고 싶다.
첫째, 웹 2.0과 웹 3.0의 차이를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개인과 사회가 웹 3.0 사업모델을 이해하고 참여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며, 초반에는 웹 2.0과 유사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변화가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성공적 결과를 달성한 참여자들이 늘어날수록 이러한 진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웹 3.0의 지향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현시점의 규제 환경이 아닌 퓨처백(Future back), 즉 변화가 마무리된 미래의 시각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 기회는 현재의 규제와 산업의 경계로 미래를 설계하면 담대한 변화를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셋째, 아무것도 하지 않는 리스크가 크다는 점이다. 혹자는 웹 3.0 사업모델의 시도에 따른 실패를 우려한다. 하지만 사업 실패에 따른 손실과 사업을 아예 하지 않았을 때 놓치게 되는 기회 손실을 생각하면, 후자의 리스크가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이는 웹 2.0 시대를 선도한 기업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지위를 생각해보면 된다.
마지막으로 실무진이 사업모델을 기획하고 답을 만드는 것보다 최고경영진이 이를 이해하고 강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웹 3.0으로의 시도와 변화는 새롭고 또 다이내믹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고경영진의 이해와 추진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단순한 호기심 수준의 노력에 멈출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요성과 변화를 이해한 최고경영진의 노력과 의지가 수반되면, 다음 세기를 이끄는 사업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지난 세기에 이런 사례를 여러 번 목격했다.
윤성원 베인 파트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출신으로 베인앤드컴퍼니에서 디지털 인서전트(Digital insurgent)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 신사업, 해외 진출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양영훈 베인 부파트너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17년 베인앤드컴퍼니에 입사했다. 현재 베인 내 디지털 인서전트 부문 핵심 멤버로, 전략적 투자자들의 기업 투자, 인수 실사를 지원했고 대기업의 성장전략, 신사업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김준우 크로스앵글 공동대표는…전략·투자전문가로 삼성증권에서 트레이더로 근무하다가 삼성전자, NXC, NXVP 등을 거쳐 2018년 크로스앵글을 공동창업하고 데이터 기반의 글로벌 가상자산 플랫폼 쟁글을 설립했다.
<용어 설명> 웹 3.0 : 대체불가토큰(NFT)과 같은 탈중앙화 기술을 활용해 누구나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만들고 이에 따른 수익을 가질 수 있는 미래 산업 생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