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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침체라 움츠릴 때…어도비가 내린 과감한 결단

남들이 침체라 움츠릴 때…어도비가 내린 과감한 결단

  • 2023년3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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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침체라 움츠릴 때…어도비가 내린 과감한 결단

 

[매경이코노미=베인앤드컴퍼니 신문섭 파트너] ‘포토샵’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Adobe)는 지난해 하반기 창작자 협업 툴 피그마(Figma)를 무려 200억달러(약 28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수 가격이 매출의 수십 배에 달하는 ‘통 큰’ 베팅이었다. 피그마는 복수의 구성원이 프로젝트를 함께 디자인할 수 있는 그래픽 편집 플랫폼이다. 어도비는 두 회사 합병이 향후 어도비 미래 비즈니스를 이끌 핵심으로 본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어도비 인수가 시장을 들썩이게 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경기 침체 속에서 경영진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는 점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테크업계는 지난해 그 어떤 업계보다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일부 경영진은 위기 속에서 탄생하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용감한 결단을 내렸다.

기업 경영진은 대체로 경기 침체기에 인수를 목표로 삼은 기업가치가 더 떨어지길 기다린다. 또한 M&A 거래량이 줄어드는 지표를 기업가치 추가 하락 신호로 해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2001년 닷컴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돌이켜보면, 테크업계 M&A 시장에서 가격 하락을 이끄는 결정적인 요인은 경기 침체 우려보다 불확실성이다. 경기가 몇 개월 혹은 몇 년 후 반등할 것이라는 신호가 나타나며 불확실성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하면, 발 빠른 경영자들은 경기가 바닥을 찍기를 마냥 기다리지 않는다. 경기 침체의 한복판에서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좋은 기업을 과감하게 낚아챈다.

결국 경기 침체기 M&A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속도’다. 조금 더 싼값에 살 수 있는 ‘타이밍’을 재다 경쟁사에 좋은 기회를 뺏기고 만다. 선구안을 가진 경영자라면 이미 인수 타깃 목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한 경기 사이클 등락에 관계없이 인수에 나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실무진은 실사(實査)를 전광석화처럼 끝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경영진은 인수 가격에 대한 자신감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몇 년간 테크업계 M&A 시장은 사모펀드(PE)까지 참전하는 치열한 전쟁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기업공개(IPO) 시장은 얼어붙었고,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활용한 화려한 자금 조달 기법은 시장에서 사라지다시피 했다. 상당수 테크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절반 가까이 하락했고, 일부 고속 성장주(株) 기업가치는 70% 가까이 폭락했다.

기존 사업 모델 체질 개선과 새로운 사업 기회 확장이 필요한 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이 M&A를 단행할 절호의 기회다. 어도비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비관론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웹 분석 업체인 옴니추어(Omniture)를 인수해 온라인 마케팅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했다. 경기 침체로 열린 ‘황금 기회’는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위대한 거래는 위기 속에서 탄생하고, 위대한 경영진은 좋은 위기를 결코 낭비하지 않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9호 (2023.03.08~2023.03.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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