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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앤드컴퍼니: 글로벌 PE 트렌드] 제약·바이오·생명과학, 지난해 10대 대형 딜 중 6건 차지

[베인앤드컴퍼니: 글로벌 PE 트렌드] 제약·바이오·생명과학, 지난해 10대 대형 딜 중 6건 차지

고금리 위축됐지만...‘IT 결합한 헬스케어’ 투자 몰렸다

  • 2023년3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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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앤드컴퍼니: 글로벌 PE 트렌드] 제약·바이오·생명과학, 지난해 10대 대형 딜 중 6건 차지

 

[매일경제=민예홍 베인앤드컴퍼니 부파트너] 지난해 글로벌 금융 시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 위기, 인플레이션, 연방준비제도의 급격한 금리 인상 등 복합적인 악재로 휘청였다. 이런 와중에도 헬스케어(healthcare) 분야 사모펀드(PE) 시장은 비교적 굳건한 편이었다고 평가된다.

2022년 전 세계 주요 사모펀드 시장의 헬스케어 기업 거래 건수는 약 400건으로 추산된다. 이는 사상 최고 기록이었던 2021년의 515건보다 약 20~30% 줄어든 수준이나, 2020년의 거래 건수와 견줘 보면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헬스케어 분야 사모펀드 시장 역시 연방준비위원회 등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타격을 입었다. 특히 지난해 2분기부터 사모펀드의 투자 기준이 점차 더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상당수 사모펀드들이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 자금을 조달하는 게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높은 수익을 내는 ‘홈런 투자’보다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를 견뎌낼 회사들이 더 각광받고 있다.

그렇다고 시장이 주목하는 ‘메가 딜(mega-deal)’이 아예 사라졌던 것은 아니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도 헬스케어 업종에서는 5억달러 이상의 대형 엑시트(exit) 거래가 35건 이상 체결됐다. 테크 등 다른 시장과 견줘볼 때 비교적 선방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미국 사모펀드인 워버그핀커스(Warburg Pincus)는 1차 응급 치료 서비스 업체인 ‘서밋헬스씨티(Summit Health-CityMD)’를 89억달러에 매각했다. 매수자는 1차 진료 서비스 기업인 빌리지 MD였다. 얼어붙은 시장 환경을 감안할 때 상당히 큰 금액의 거래였다.

또한 유럽 사모펀드인 노르딕캐피탈(Nordic Capital)은 영국 특수 진단 업체 바인딩사이트그룹(The Binding Site Group)을 26억달러에 매각해 눈길을 끌었다. 바인딩사이트는 전 세계 임상의와 실험실 전문가에게 혈액암과 면역계 장애의 진단과 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특수 진단 분석과 도구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헬스케어 회사 중에서도 투자자들은 헬스케어-IT(HCIT·Healthcare IT) 분야에 한층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의료기관의 운영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경기 침체기를 지나다 보니 운영 관리 분야의 비효율을 줄이는 투자에 관심이 커진 것이다. 예를 들어, TPG캐피털은 체인지헬스케어(Change Healthcare)의 의료 분쟁 관리 솔루션인 클레임즈엑스텐(ClaimsXten)을 22억달러에 매입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시아 지역이 여전히 강세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아시아 대다수 국가들이 각자의 경제 여건으로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헬스케어 투자자들은 이 역풍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회로 보고 있다. 아직 아시아 시장에는 여유 투자금이 충분한 데다, 성숙 단계에 이른 기업들도 적지 않다. 투자자들이 중국에만 집중했던 트렌드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 인도,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투자 대상을 물색 중이다.

반면, 미국 지역은 단기적으로는 혼란과 정체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시장이 워낙 호황이었던 탓이다. 제약 제품 재고가 늘어난 데다 높은 밸류에이션 등 여러 하방 요인이 존재한다. 투자 펀드 역시 높은 수익보다 안전한 투자 대상을 찾는 데 관심을 보인다. 유럽 지역 역시 미주 지역과 마찬가지로 빠듯한 재무 여건이 시장을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 침체기를 돌이켜보면, 헬스케어 업종, 특히 HCIT, 제약 업종은 경기 침체의 영향이 다른 업종보다는 크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종합적으로 점검해보면, 헬스케어 기업 역시 경기 침체의 그늘을 피할 수는 없다. 주요 상장사 실적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주가가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올해도 투자 심리가 상당 기간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HCIT, 제약 바이오 등 경기 방어 업종을 향한 투자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질 것이다. 지난해 10대 대형 딜 중 6건이 제약바이오(Biopharma), 생명과학이었다는 점도 눈에 띄는 트렌드 중 하나다. 여기에 상장 기업의 비상장 전환, 사업부 매각 등 다양한 기회를 엿보는 시도도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무작정 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없다. 헬스케어 시장만큼은, 올해와 내년쯤 투자 활동이 예상보다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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