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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대리, 광고시안 얼마나 걸려?"…"1분이요" [Cover Story]

"金대리, 광고시안 얼마나 걸려?"…"1분이요" [Cover Story]

배정희·민세훈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 2023년8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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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대리, 광고시안 얼마나 걸려?"…"1분이요" [Cover Story]

 

[매일경제=정유정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은 기업의 운영 모델과 소비자의 구매 경험을 근본적으로 바꿀 예정입니다. 기업들은 작게라도 빨리 생성형 AI를 도입해야 합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배정희·민세훈 파트너가 기업의 생성형 AI 도입 필요성에 대해 입을 모아 강조했다. 챗GPT를 시작으로 생성형 AI 시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이들은 생성형 AI가 단순한 유행이 아닌 다가오는 미래라고 정의했다.

글로벌 기업 중 40% 이상은 생성형 AI 적용을 시작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민 파트너는 "생성형 AI를 도입한 선두 주자와 후발 주자의 격차는 이미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두 파트너와의 일문일답.

―생성형 AI는 기업의 운영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으로 예상하나.

▷배정희(이하 배)=생성형 AI를 도입하면 기업이 일하는 속도가 근본적으로 빨라질 것이다. 사무직 직원들은 정보를 가공하고 처리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게 된다. 이 같은 정보가 기업의 전략적이거나 일상적인 의사결정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획 직군의 경우 정보를 가공·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든다. 의사결정 자체보다는 분산되고 파편화된 정보를 묶어서 정리하고 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생성형 AI는 많은 사람이 처리하기 힘든 많은 양의 정보를 매우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다.

―생성형 AI는 사무직 직원들의 업무 처리에 어떤 도움을 줄까.

▷민세훈(이하 민)=회사 입장에선 생산성이 낮은 업무를 AI가 하도록 대체하고 직원들은 부가가치 높은 일을 하도록 할 수 있다. 글로벌 선도 투자은행(IB)이나 상업은행에서 고객을 상담하는 직원들이 실제로 하루에 시간을 어떻게 쓰나 분석해 보니 회사에 실질적 수익을 올리는 데 필요한 상담 시간은 하루 20%밖에 안 된다는 결과가 나온 적 있다. 이들이 업무 시간의 80%는 자료를 조사하거나 상사에게 보고하는 데 쓴 것이다. 고객과 상담하는 데 시간을 더 쓰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에선 고객과 상담한 내용을 AI가 바로 정리하고 보고서를 고객과 회사 이해관계자 등에게 공유하는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

―업무 속도 외에 생성형 AI를 도입할 때의 장점은 또 무엇이 있나.

▷민=회사 내에는 흔히 '암묵지'라는 것이 존재했다. 정형화되고 수치화된 데이터베이스에 누구나 접근해 정보를 조회할 수 있어야 하지만 통상 이 같은 정보는 누군가의 수첩에 있다. 이같이 암묵지로 존재하는 정보를 얻으려면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생성형 AI가 이 같은 정보를 소화해서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로 바꿔준다면 더 빠르고 정확하고 쉽게 일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이 생성형 AI를 사용한 구체적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배=코카콜라가 올해 3월에 소비자가 직접 광고 캠페인을 만드는 'Create Real Magic'이라는 공모전을 진행했다. '달리'라는 이미지 생성형 AI와 광고 카피를 만들 수 있는 GPT―4를 제공했다. 소비자가 코카콜라에 대해 만들고 싶은 광고를 제출하면 코카콜라에서 선정된 작품을 영국 런던의 피카딜리 서커스나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 걸어주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코카콜라가 소비자에게 생성형 AI의 가능성을 경험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생성형 AI가 만드는 콘텐츠가 고객과 결합할 때 개인화된 광고를 만들 수 있다는 점,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고객 관련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개인화 마케팅과 관련한 생성형 AI의 역할에 대해 더 설명해달라.

▷배=온라인 커머스 부문이다. 현재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쇼핑할 때 검색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찾는다. 이는 기업이 웹에 정보를 나열하고 소비자에게 제품을 찾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소비자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찾을 수 있다. 또 구매 과정에서 고객이 가진 고민을 확인하고 해결할 수 있어 쇼핑의 경험을 바꿀 것이다. 이러한 시도를 하는 회사가 까르푸다. 예를 들어 오늘 집에 콩나물과 시금치가 남아 있는데 무엇을 할지 소비자가 물어보면 '비빔밥을 하라'고 안내하고 추가로 필요한 재료를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개인화 마케팅은 모든 마케터들이 디지털 시대에 매일매일 전투하고 있는 영역이다. 그런데 기업은 고객 개인에 대한 데이터가 별로 그렇게 많지 않다. 개인의 수요를 이해하더라도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콘텐츠 개발 속도도 느리다. 그런데 생성형 AI는 순식간에 그림 100장을 만들어내고 순식간에 광고 카피 100개를 써낼 수 있다. 디지털 마케팅 실험 속도를 빠르게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여태껏 경험 못한 새로운 슈퍼앱 시대 온다

―기업의 데이터 관리와 보안 측면에서 생성형 AI를 도입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나.

▷민=기업들은 자사의 데이터를 생성형 AI에 넣으면 이 정보가 모든 인류에게 공유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성형 AI 기술 제공자들은 기업 전용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기업 사용자가 보안이 확보된 환경에서 쓸 수 있다.

▷배=기업이 생성형 AI를 쓰려면 보안이 확보된 독자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공공이 사용하는 생성형 AI와 기업용으로 구축된 생성형 AI는 구분된다. MS 애저나 구글 클라우드,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의 보안이 잘된 클라우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업 환경에서 데이터를 구축하게 되면 이것은 기업의 영역 안에 데이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물리적 보안이 이뤄진다.

―생성형 AI 도입으로 큰 변화를 입을 산업은 어디라고 보는가.

▷민=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고 본다. 한국에선 이미 네이버 웹툰 등에서 AI를 이용해 제작이나 후보정을 하고 웹툰을 유통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광고 회사들은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토리 보드나 장면을 구성하는 데 AI를 이미 쓰고 있다. 다른 언어로 더빙하거나 이미지를 일부 보정하는 데에도 AI를 이용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많은 단순한 작업에 생성형 AI가 도입될 것이다.

―생성형 AI는 고객 경험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배=앞으로 상당 부분 온라인 쇼핑 외에도 많은 웹이나 앱의 사용자 경험(UX)이 대화형으로 바뀔 것으로 본다. 그동안 기업들은 UX를 편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많은 애플리케이션(앱)도 웹 UX에서 정보를 찾아 헤맨다는 기본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민=대화라는 것은 챗GPT로 연상되는 텍스트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사용자가 사진을 찍어 입력하거나 음성을 입력하는 등의 '멀티모달'한 소통을 하게 될 것이다.

▷배=서비스가 초연결되는 방식으로 구현될 것이다. 현재는 컴퓨팅 파워의 한계가 있지만 챗GPT의 경우 프리미엄 서비스를 쓰면 '플러그인'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맥락을 이용해서 맞춤형 서비스를 불러오도록 구성돼 있다.

향후 이것이 보편화된다면 우리는 공급자들이 만들어놓은 사이트가 아닌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미래에는 완벽하게 고객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회사가 궁극의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예를 들어 현재 제주도에 여행을 가려고 하면 여행 앱 따로, 숙박 앱 따로, 렌터카 앱을 따로 이용해야 한다. 음식을 주문하려고 해도 배달 앱을 따로 사용해야 한다. 기존에는 각각의 기능을 갖춘 앱을 사용자가 찾아서 이용했다면 앞으로는 이를 통합해서 대응하는 서비스가 구축될 것이다. 생성형 AI는 공급자가 아닌 사용자 중심으로 생태계가 재구성되는 촉발제가 될 것이다.

―생성형 AI를 도입할 때 기업이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배=크게 생각하고, 작게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생성형 AI로 기업의 운영 모델과 인재 모델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먼저 사무직 직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될 것이다. 화이트칼라가 일하는 시간을 재구성하는 셈이다. 생성형 AI가 업무 곳곳에 들어와 정보 처리에 상당한 역할을 한다면 기업은 직원이 의사결정과 실행 중심의 고부가가치의 일을 하도록 바꿔야 한다. AI에 일을 시키고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 종합적 정보를 열린 귀와 마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의사결정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직원이 AI를 쓰고 익히는 환경도 만들어줘야 한다. 분명한 점은 생성형 AI는 한 번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다가오는 미래라는 것이다.

둘째로는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지금은 오픈AI가 가장 완성도 높은 모델이라고 하지만 여러 생성형 AI 모델이 경쟁하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기술의 경쟁이 펼쳐지면서 여러 진화 양상이 펼쳐질 것이다. 기업은 특정 기술이나 시나리오에 베팅하기보다 데이터와 자산을 보존할 수 있는 자체적인 플랫폼을 갖는 것이 좋다. 앞으로 다가올 기술을 계속 수용할 수 있고 확장 가능하고 보안이 제공되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로는 기업 차원에서 생성형 AI와 관련한 경험을 축적하고 공유하기 위한 중앙집중적 거버넌스와 정보기술(IT)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해야 한다. 또 생성형 AI 기술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 책임과 역할을 정의한 후 진행해야 한다. 과거 디지털 전환 1세대 때 많은 대기업이 현업 부서에 피드백하는 과정 없이 실험하다 보니 실험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생성형 AI는 반드시 오는 변화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시작이 필요하다. 파편화된 혁신을 하게 되면 매몰 비용이 된다.

넷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데이터의 힘이다. 생성형 AI 시대에 차별적 고객 경험과 서비스는 기업이 가진 데이터에 좌우될 것이다. 아직 회사의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생성형 AI 도입과 함께 데이터 전략을 검토해야 할 때다

―생성형 AI를 빠르게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배=AI의 최대 능력치를 잘 활용해서 우리 기업에서 효과적으로 쓰는 게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경험 곡선을 그리는 데 유리하다. 생성형 AI 기술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어떠한 기업이라도 찾아보면 효과를 발휘할 부분이 있다. 한국 기업의 경우 과거보다 세계적 위상이 커졌지만 기업시민으로서 영향력이 아직 작은 편이다. 생성형 AI를 빠르게 활용하고 기업시민으로 낼 수 있는 목소리를 키우는 점도 필요하다.

―기업이 생성형 AI를 선뜻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민=생성형 AI에 관한 오해와 진실이 있는 것 같다. 기업이 쓰기에는 아직 리스크가 있는 기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리스크의 경우 지금부터 이 경험을 축적해 나간다면 충분히 관리해 갈 수 있다. 빠르게 이 실험을 시작해 누구보다 먼저 노하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챗GPT가 지난해 11월 출시돼 미성숙한 기술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런데 생성형 AI는 AI가 이미 수십 년 전에 나온 후 성숙도가 매우 높아진 기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차별적인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데이터 준비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골프에서 드라이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기술이 발전해 계속 신제품이 나오는데 궁극의 드라이버가 나오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 골프 전략을 짜고 스윙 메커니즘을 정교하게 만드는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의 생성형 AI 전략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엄두가 안 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까르푸의 경우 일반에게 공개되는 앱을 만드는 데 두 달이 채 안 걸렸다. 생성형 AI는 민첩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이다. 남미의 선도적 금융사가 과거 세대 AI를 가지고 4년 동안 씨름하던 과제를 생성형 AI를 접목해서 수 주 만에 해결하기도 했다. 그만큼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생성형 AI는 경우 과거 세대 AI보다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이 적은 점도 장점이다. 이전 세대의 경우 AI가 머신러닝을 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재원이 소요됐다. 이와 달리 생성형 AI와 관련한 비용은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고 관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데이터베이스와 새로운 앱을 만드는 것에 그친다. 오히려 생성형 AI는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이다 보니 사업이 어떻게 재편되는지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배정희·민세훈 파트너 | 배정희 파트너(왼쪽)는 베인앤드컴퍼니에서 한국, 미주,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자동차·전자·소비재·유통 등 여러 산업군의 글로벌 기업을 자문하고 있다.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민세훈 파트너는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분야 혁신 전략 프로젝트 등을 다수 수행했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UC버클리 하스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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