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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나현준 기자] "아시아·태평양지역 사모펀드 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중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빠지고 그 자리를 한국과 일본이 메우고 있다."
세바스티앵 라미 베인앤드컴퍼니 아태 PE 공동대표는 아태 사모펀드 시장 현황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세계 3대 컨설팅 업체로 2000년대 중반부터 전략적으로 사모주식(PE) 컨설팅 분야를 키웠다. 그 덕분에 인수·합병(M&A) 자문 분야 글로벌 톱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라미 대표는 7일 매일경제신문 주최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 2023(GAII 2023)' PE 세션에 연사로 나설 예정이다.
라미 대표에 따르면 아태지역 PE 투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50%에서 2021~2022년 35%, 올해는 25%까지 떨어졌다. 3년 새 비중이 반 토막 난 셈이다. 반면 일본은 지난 12개월간 아태지역 PE 투자 중 25%를 차지해 예년(10%) 대비 2.5배 증가했다. 한국 역시 아태지역 비중이 지난 1년간 14%로 2020년~2022년 상반기(7~9%)에 비해 1.5배 상승했다.
라미 대표는 "중국 경제가 둔화되면서 아태지역 내에서 자본 재조정이 일어나고 있는데 가장 큰 수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과 일본"이라며 "PE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성장세가 더 강력하면서 개발도상국보다 리스크가 적어서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전기자동차(EV) 가치사슬, 헬스케어·의료기술, 반도체·부품 등 고성장 산업 내에서 다양한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고금리로 투자 환경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아태지역 사모펀드 자금 모집액은 740억달러로 전년 대비 49%(삼일회계법인 분석 수치) 감소했다. 반면 국내 사모펀드 신규 모집액은 16조3000억원으로 36%(금융감독원 수치)만 줄었다. 상대적으로 국내 PE가 해외 자금을 유치하며 선방한 셈이다. 자금 모집과 관련해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기고 있다. 라미 대표는 "운용자산이 50억달러 이상인 대규모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32%에서 지난해 57%까지 증가했다"면서 "기존 PE는 인프라 신용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나가며 수익을 다각화하는 게 현재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이 언제 다시 살아날 것 같냐'는 질문에 라미 대표는 "향후 12~18개월간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말 혹은 내년부터 거래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불안정한 환율이 도전과제"라며 "투자자는 앞으로 어느 통화를 차입할지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시장이 안 좋은 때지만 그는 '어려운 시기가 최고의 빈티지(최고의 상태)'라며 과거 경제 침체 당시 투자한 것이 높은 수익을 창출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