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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정슬기, 김효혜, 박홍주 기자] "시니어는 돈을 쓰지 않는다는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10년 뒤 소비층은 시니어입니다. 세대를 가리지 않는 타임리스 브랜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강지철 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재유통 담당 파트너가 14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매일경제 패션·뷰티·유통 최고경영자(CEO) 포럼에 참석해 '2035년 소비자의 미래'를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미래 소비자를 바라보는 관점을 8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소비자의 활발한 이동, 주거·휴식·근무환경 변화, 골드 세대 등장 같은 노년층의 분화, 크리에이터가 된 소비자, 자율화와 인공지능(AI), 지속가능성, 가족 재정의 등 변화에 맞춰 기업이 대비해야 하는 점을 제시했다.
강 파트너는 그중 한국에서 가장 두드러질 만한 현상으로 노년층 분화를 꼽았다. 의료 기술 발달과 은퇴 시기 연장 등 때문에 노년층이 소비력을 갖춘 활력 있는 골드 세대와 건강 쇠퇴로 돌봄이 필요한 올드 세대로 나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골드 세대는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어하며, 다이닝이나 엔터 수요 역시 이미 20·30대와 비슷하거나 그들을 웃돈다"며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인구구조를 감안하면 한국 기업도 골드 세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미국 베이비부머의 자본 비율은 2020년 기준 이미 55%에 달하며 이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 아시아 내 65세 이상 인구의 예상 소비액은 5조달러(약 6486조원)로 추정된다.
그는 "일례로 임영웅 굿즈가 완판되고 객단가가 높은 것 역시 시니어가 지갑을 열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다"며 "앞으로는 이런 시장이 급속도로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 속에 기업은 모든 세대가 선망하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 파트너는 조언했다. 그는 "최근 기업들은 젊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느끼고 있는데, 앞으로는 골드 세대까지 아우르는 타임리스 브랜드를 지향해야 한다"며 "어떤 세대든 선망하는 브랜드 가치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 예로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 고가 화장품 브랜드 라메르 등을 언급했다.
또 베인앤드컴퍼니는 앞으로 10년 뒤를 봤을 때 가장 명확한 트렌드는 '인류의 이동'이라고 강조했다.
강 파트너는 "정치적 불안정, 전쟁, 기후 위기, 생활 비용 등 여러 이유로 2021년 기준 약 9000만명이 주거지에서 이주했다"며 "2050년이 되면 기후 위기 등으로 지금 사는 곳에서 살 수 없는 기후 난민이 12억명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새로운 직업, 업무 방식, 웰빙 선호 트렌드에 따라 자발적 이동이 늘어날 것"이라며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매우 선호하고, 코로나19 이후 줄어든 재택근무는 10~20년 뒤에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강 파트너는 인류의 이동으로 생길 여러 유형의 지역 허브도 설명했다. 그는 "도시 경쟁력이 높은 글로벌 허브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다문화·융합적 도시로 발전하고, 애매한 도시는 쇠퇴할 것"이라며 "회사 근처에서 일할 필요가 없어 노마드 허브가 생기고, 저소득층이 모여 사는 난민 허브도 나타날 텐데 이 구역은 사람들이 어떻게 최소한의 인권을 누리면서 살게 할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소비자들이 크리에이터로서 기업 영역에 본격적으로 가담하는 것 역시 중요한 트렌드라고 봤다. 이에 기업은 생태계 조율자로서 새로운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강 파트너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사업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며, 이제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광고를 보내는 것만으로는 소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자율화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니즈를 생각하기 전에 기업이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지속가능성에 관해선 "전 세대에서 기후 위기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젊은 층은 보이콧 등 행동으로 보여주는 경향이 더 크다"며 "예전에는 정부 정책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고민했다면 앞으로는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이랜드글로벌 대표이사는 한국 회사가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강 파트너는 "일부 경영진은 기업이 돈을 벌어야지 무슨 ESG(환경·책임·투명경영)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 기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때 제품 디자인보다 지속가능성으로 차별화하는 일이 더 쉬울 것"이라며 "관습을 버리고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장진희 MCM코리아비즈 대표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제품은 비용이 올라가고, 아직 대중화되기 어렵다는 점을 언급하며 시장에서 받아들여진 적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강 파트너는 "적어도 유럽에서는 앞으로 10년 안에 지금의 패키지·원료로는 판매가 힘든 소비재 기업이 50%를 넘을 것"이라며 기업 생존을 위해 지속가능성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날 포럼에는 장승준 매경미디어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박이라 세정그룹 대표, 강준석 BYN블랙야크그룹 부사장,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부회장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