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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강두순, 오대석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독식해온 외국계 PEF에 대항하고, 국내 자본 육성과 국부 유출 방지를 위해 2004년 관련 제도가 도입됐다.
이후 기업의 성장 지원, 경영 개선, 구조조정 과정을 도우며 국내 자본 시장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PEF 시장은 출범 당시 2개 펀드, 출자 약정액 4000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 1119개 펀드, 출자 약정액 134조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베인앤드컴퍼니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14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며 올해 안에 150조원대 돌파가 전망된다.
지난 10여 년간 시중 유동자금이 넘쳐난 가운데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보험사 등 기관투자자가 플러스 알파(α) 수익률을 노리고 PEF 출자자(LP)로 적극 참여한 것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분석이다. 그사이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글랜우드PE, VIG파트너스, JKL파트너스, UCK파트너스 등 주요 PEF 운용사는 적게는 수조 원에서 많게는 수십조 원대에 달하는 운용자산을 굴리는 국내 대표 PE 하우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고금리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M&A 시장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더욱 도드라지는 모습이다.
PEF 인수 이후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거두면서 이들의 경영전략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PEF들은 인수 준비 단계부터 VCP(Value Creation Plan)로 불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가동해 회사의 외형과 내실을 함께 키우는 데 주력한다.
인수할 회사의 강점과 단점을 세세히 살피고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계획을 단계별로 수립하는 데 집중한다.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관해 PEF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실제 이들의 투자 영역이나 운용전략도 다양화·다변화되는 모습이다.
과거 소비재나 일반 제조업 위주 투자에서 2차전지·반도체·바이오 등 성장산업과 산업용 가스,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스트럭처성 투자로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2021년 관련법 개정으로 의결권 주식 10% 이상 취득이나 6개월 이상 보유 의무가 사라지면서 그동안 일반자산운용사나 전문투자운용사(헤지펀드) 영역으로 분류돼온 소수 지분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관련 조직을 앞다퉈 신설하며 기업에 대한 직접 대출이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을 통한 메자닌 투자로 운용 전략을 확대하고 나섰다.
IMM PE, VIG파트너스, 글랜우드PE는 각각 산하에 IMM크레딧앤솔루션(ICS), VIG얼터너티브크레딧(VAC), 글랜우드크레딧 등 관련 조직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안지수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고금리 지속 등 대외 경제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투자금 회수 난도가 올라가는 등 PEF도 수익 창출을 위한 운용 전략 면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투자 경험이 많은 우수한 운용 인력 확보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운용사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통해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적대적 M&A에 나선 사례처럼 과거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대기업 오너십과 PEF가 경영권을 놓고 정면 충돌하는 모습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대상 대출, 여러 종류의 대체투자 자산에 투자하는 PEF가 증가하는 등 다양한 영역으로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며 "기업 구조조정에 더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역할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