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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효혜, 정슬기 기자] "한국 드라마를 볼 때마다 신기했어요. 한국 여성들은 어떻게 그렇게 피부가 반짝거리죠?"
지난 1월 일본 오사카 우메다에 위치한 뷰티숍 '앳코스메'에서 열린 CJ올리브영의 메이크업 자체브랜드(PB) '바이오힐 보' 팝업스토어 현장. 오사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앳코스메 매장 한가운데 꾸며진 팝업스토어는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화장품을 실제로 경험해 보려는 고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대만 국적자이지만 오사카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쿠이잉 씨(32)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를 통해 한국 화장품이 좋다는 평을 들어본 터라 이번 기회에 구매해 사용해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앳코스메에서 눈에 잘 띄는 메인 진열대 상당수가 한국 브랜드 차지였다.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진열대에는 '웨이크메이크' '피치씨' '어뮤즈'가, 해외 명품 브랜드존 정중앙에는 '헤라'가 자리하고 있었다.
일본 내 K뷰티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제3차 한류 붐'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한류 열풍을 타고 일본에서 K뷰티의 입지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21일 베인앤드컴퍼니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K뷰티의 일본 지역별 침투율(특정 기간에 특정 상품 소비 규모 비중)은 2017년 1%에서 2022년 4.9%로 5년 만에 5배가량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0%가 넘는다. 서효주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지금보다 3~4배 이상 성장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일본 여성들이 K뷰티에 매료된 가장 큰 이유로는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일본에서 많이 판매되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은 일본 브랜드에 비해 제품 가격이 10~20%가량 저렴한 편이다. 이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같은 국내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제조사들이 성장한 덕분으로, 이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K뷰티 제품의 강점으로는 △독특하고 트렌디한 콘셉트 △발 빠른 신제품 출시 △예쁜 패키지 등이 거론된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일본에선 이 같은 강점들을 갖춘 한국의 신진 메이크업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일본 유튜브 등 SNS에서는 수백만 팔로어를 보유한 현지 인플루언서들도 일명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 영상에서 자발적으로 K뷰티 메이크업 브랜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라카'다.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한 라카는 10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 '히로'(오다기리 히로)가 영상에서 제품을 추천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민미 라카 대표는 "일본에서 특정 제품이 갑자기 하루에 수천 개가 팔려 무슨 일인가 봤는데, 현지 유명 유튜버가 추천한 영상이 올라왔더라"고 말했다. 이에 2021년 47억원에 불과했던 라카의 매출은 지난해 4배 넘게 상승해 200억원에 육박한다.
일본 진출을 타진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업체도 늘고 있다. 그동안 한국 화장품의 가장 큰 시장이었던 중국이 경기 침체와 정치적 이슈 등으로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일본이 이를 대체할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한 것이다.
일본 화장품 판매 채널들도 K뷰티 유치에 적극적이다. 앳코스메에서는 거의 매달 K뷰티 팝업이 열리고 있으며, 오는 5월에는 도쿄점에서 K뷰티 페스티벌도 열 계획이다. 로프트와 프라자 등도 K뷰티 유치 경쟁이 뜨겁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에 대한 반응이 좋고, 특히 올리브영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높다 보니 플랫폼에서 먼저 팝업 요청이 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