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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비즈니스= 베인앤드컴퍼니 안지수 파트너·윤여은 부파트너] 사모펀드(PE) 시장이 구조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난해 일부 대형 펀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키며 회복세를 보였다. 투자와 회수 금액이 크게 반등했고 봄철 관세 공포를 떨쳐낸 딜메이커들은 기업 인수합병(M&A) 호황을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풍경이 다르다. 거래 건수와 투자 회수 건수는 오히려 줄었고 출자자에 대한 현금 분배도 부진했다. 경기 회복의 과실이 소수의 초대형 바이아웃 펀드에 집중된 이른바 K자형 양극화가 뚜렷해진 것이다.
이 양극화는 단순한 경기 순환의 결과가 아니다. PE 산업의 경쟁 기반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과거 10여 년간 업계를 떠받쳤던 환경, 즉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 기조, 꾸준한 자산 가격 상승, 빠른 현금 회수와 재투자의 선순환은 이미 사라졌다.
2021년 거래 호황기로 절정을 이뤘던 그 시기가 돌이켜보면 오히려 예외였다. 지금의 시장이 역사적 기준에서는 ‘정상’에 더 가깝다. 다만 업계가 적응해야 할 정상의 기준이 과거와 전혀 다르다. 세 가지 핵심 도전이 이 새로운 환경을 규정한다.
시작점이 바뀌었다
10년 전만 해도 인수 자금의 절반을 6~7%대 금리로 차입할 수 있었다. 자산 가격이 꾸준히 올라 매입 배수, 즉 기업가치 대비 지불 가격의 배율이 확장되는 것만으로도 수익 창출이 가능했다.
기업의 이자·세금·감가상각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을 연 5%만 성장시켜도 5년 보유 기간 동안 투자원금의 2.5배를 회수하고 투자 기간 전체의 연평균 수익률인 내부수익률(IRR) 20%를 달성할 수 있었다.
지금은 차입 금리가 8~9%대로 올랐고 차입 비율은 30~40%로 낮아졌다. 매입 배수는 여전히 역사적 고점 수준이지만 더 이상의 확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같은 수익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 EBITDA 성장률이 10~12%에 달해야 한다. 과거 5%면 충분했던 성장률이 이제 12%가 돼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이아웃 펀드들이 아직 매각하지 못한 채 보유 중인 자산 가치는 3조8000억달러에 이른다. 평균 보유 기간은 7년으로 늘어났고 순자산가치(NAV) 대비 실제 현금 분배 비율은 역사적 평균을 밑돌고 있다. 수익도 내야 하고 현금도 돌려줘야 하는데 양쪽 모두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진 것이다.

더 비싸고 어려운 역량이 필요하다
PE 운용사가 갖춰야 할 역량의 범위가 시대에 따라 계속 확장돼 왔다. 1980~90년대에는 좋은 거래를 발굴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2000년대에 거래 구조화와 자금 조달 능력이 추가됐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투자 가설의 수립과 검증, 총체적 가치 창출 계획(VCP) 수립이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최상위 운용사에는 이 모든 것 위에 디지털·AI 역량, 체계적 인재 관리, 섹터별 운영 매뉴얼, 정교한 투자 회수 전략까지 요구된다.
반복 가능한 초과수익 모델을 구축하려면 전문 인력과 기술 인프라는 물론 B2B 영업 조직에 가까운 투자자 관계(IR) 체계까지 갖춰야 한다. 사모펀드 자체가 훨씬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조직이 된 것이다.
운용사와 출자자 간 역학도 변화하고 있다. 무보수 공동투자가 대표적이다. 운용사가 발굴한 거래에 출자자가 별도 수수료 없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로 유료 약정 자본을 확보하기 위한 사실상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출자자 절반 이상이 1년 전보다 운용사에 대한 협상력이 강해졌다고 답하고 있어 이러한 흐름이 단기간에 완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변곡점의 승자가 되려면
도전의 이면에는 기회가 있다. 변곡점은 새로운 승자를 만들어낸다. 다가오는 상승 사이클에서 성공할 펀드는 알파, 즉 시장 평균을 웃도는 초과수익 창출이 습관이 된 곳이다. 차별화된 전략을 데이터로 입증하고 실행력을 구조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운용사가 살아남는다.
첫 번째 과제는 ‘우리 펀드만의 차별점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다. 과거 PE 업계 초기를 지배했던 ‘무엇이든 잘한다’는 범용 제너럴리스트 모델은 설득력을 잃었다. 출자자들은 한 문장으로 설명 가능하고 과거 실적 데이터로 뒷받침되는 전략을 원한다. 안정적인 내부수익률과 꾸준한 현금 분배 실적,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증명해야 한다.
차별화의 경로는 다양하다. 특정 산업에 대한 깊은 전문성을 축적해 모든 투자 전략에 녹여내는 방식이 있고, 규모 자체를 경쟁 우위로 삼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접근도 있다.
특정 유형의 거래에 집중해 인수심사와 실행의 정밀도를 높이는 전략, 소싱이나 가치 창출, 투자 회수 등 가치사슬의 특정 단계에서 뚜렷한 강점을 구축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보다 하나를 선택한 뒤 조직 전체가 그 방향에 정렬되느냐다.
또한 차별점을 정의한 뒤에는 이를 반복 가능한 시스템으로 구축해야 한다. 자본 조달, 인재 확보, 투자 전략이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를 이뤄야 한다. 섹터 전문성이든, 운영 개선 역량이든, AI와 데이터 활용 능력이든 거래 발굴에서 인수심사, 가치 창출, 투자 회수까지 전 과정에 차별화가 관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최우수 운용사들은 투자은행이 보내오는 매각 안내서를 기다리지 않는다. 자기 영역에 맞는 기업을 수년간 추적하고 매각 가능성이 포착되면 누구보다 먼저 움직인다.
인수심사(실사) 역시 대출 기관을 위한 방어적 확인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상업적·기술적·운영적·AI·지속가능성 측면을 통합해 기업의 총체적 잠재 가치를 평가한다. 자산의 진정한 가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운용사가 인수가도 현명하게 결정하고 인수 첫날부터 가치 창출에 착수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접근법을 보여준 사례가 있다. 유럽계 PE 운용사 Hg는 올해 초 클라우드 기반 기업 재무관리 플랫폼 원스트림소프트웨어를 64억달러에 인수하며 상장 폐지시켰다.
Hg는 수년간 이 기업을 추적해 왔고 인수를 결정하기까지 상업적·기술적·제품·AI·시장진출 전략을 하나의 통합 실사로 결합했다. 각 분야의 인사이트가 상호 검증되며 확신이 단계적으로 높아졌고 이를 바탕으로 주가 대비 상당한 프리미엄을 정당화할 수 있었다.
PE 산업은 기업가적 딜 메이커의 느슨한 집합체에서 초경쟁적 시장의 정교한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을 운용사는 자신만의 경쟁우위를 명확히 정의하고, 딜메이킹과 자금 조달, 인재 개발 전반에서 그 경쟁우위에 부합하는 행동을 일관되게 실행하는 곳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