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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기
- 130년 역사 보쉬 스마트 공장 등 ‘하노버 메세 2019’서 선보여 눈길
- 재고 떨어지면 부품 자동 공급, 기계 고장 예견해 미리 경고도
- 실제와 똑같은 가상 예행 연습, 생산 공정 시행착오 최소로 줄여
베인앤드컴퍼니 제조업 혁신 리포트
디지털 혁신은 이제 공기 같은 존재가 됐다. 제조업도 예외가 아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는 먼 미래가 아닌 눈앞의 현실이 됐다. 중앙SUNDAY는 세계 최대 산업 박람회 ‘하노버 메세 2019’를 계기로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와 함께 제조업 혁신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지난 2일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하노버 메세)의 보쉬 전시장. ‘액티브 셔틀(Active Shuttle)’이란 이름의 부품 운반차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레이저 스캐너가 눈 역할을 했다. ‘무인 운반쯤이야’라며 스치는 발걸음을 잡은 것은 운반차의 ‘뇌’였다. 재고가 떨어지면 알아서 부품을 찾아와서 조립 로봇에게 건넸다. 인공지능(AI)은 기계 고장을 예견해 전시장 모니터에 붉은색 경고 메시지를 띄우기도 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보쉬 관계자는 “셔틀은 스스로 동선과 관련된 지도를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기존 공장 시설을 뜯어고치지 않고도 자동 물류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자 크기의 무인 운반차 하나로 스마트 공장을 만드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경계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하노버 메세 2019’는 이런 흐름을 한눈에 보여줬다. 전시회에 참가한 스위스의 증강현실(AR) 글라스 기업 홀로 라이트의 자닉 하르트만은 “하노버 메세는 더는 모터·압축기 같은 기계·부품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각국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나섰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7개 전시홀 중 절반이 넘는 15개가 ‘통합 자동화’ 분야였을 정도다.
선두 기업은 이미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보쉬는 로봇 등을 활용해 설비 확장 없이도 고성능 브레이크(ABS) 생산 공장의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렸다. 여기에 쓰인 스마트 장비와 솔루션 판매를 통해 보쉬가 올린 매출은 지난 4년간 2조원에 이른다. 박람회를 둘러 본 베인앤드컴퍼니 안희재 파트너는 “130년 역사의 보쉬도 바뀌고 있는데 우리는 변화가 더딘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굴뚝 산업 전성기에도 한국은 제조 설비를 해외 업체에 의존했다”며 “스마트 팩토리 전환에서 머뭇거리면 설비 의존도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멘스 등이 전시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도 관심을 모았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속 사물과 똑같은 디지털 쌍둥이를 만들어, 현실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그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다. 쌍둥이가 필요한 이유는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이 연결의 혁신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려면 기업이 인적·재무적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데 가상 쌍둥이만한 게 없는 셈이다. 지멘스는 최근 10여 년간 소프트웨어 업체를 여러 곳 인수했고, 자사의 컨트롤러·인버터 등과 연결해 생산성을 높였다. 그리고 그 노하우를 기반으로 솔루션·컨설팅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5G와 로봇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특히 안전 사고에 대한 걱정 때문에 긴 팔을 가진 로봇과 사람이 한 공간에서 작업하기 어려웠던 한계를 첨단 센서 기술인 라이다(LiDAR)로 해결한 로봇이 여럿 선보였다. 세계 로봇 시장은 연평균 18%씩 성장하고 있어 제조업 평균(4~5%)의 4배 속도다. 최정수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올해 하노버 메세는 4차 산업혁명의 대표 화두인 ‘스마트 팩토리’가 상당 부분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 | 1947년 전후 독일 경제 부흥을 위해 기획돼 세계 최대 산업박람회로 성장했다. 2011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4차 산업혁명 개념의 바탕이 된 ‘인더스트리 4.0’을 처음 발표한 곳이기도 하다. 1986년 따로 떼어냈던 ICT박람회(Cebit)를 올해부터 다시 흡수했다. 올해 전시에는 세계 75개국 6500여 개 업체가 참여했고, 21만5000여 명이 관람했다. 독일 다음으로관람객이 많았던 나라는 중국(7200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