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
[매경이노코미=서효주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최근 유통가 움직임이 빨라졌다. 조 단위 적자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어간 쿠팡은 국내 온라인 상거래 시장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등장하자마자 오프라인·온라인 유통 대기업들이 군침을 삼킨다. 유통산업 대변혁은 경영자가 한순간도 변화의 물결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팬데믹 상황은 ‘고객’이라는 키워드를 경영자에게 더욱 각인시켰다. 소비 시장으로 나서기를 ‘주저하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중력의 법칙’이 필요하다.
첫째, 광범위하고 빨라진 온라인의 생활화다. 코로나19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속도를 높였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외부 활동이 줄어들자 소비자는 집에서 TV를 보고 SNS에 참여하고, 온라인 게임과 쇼핑을 즐긴다. 익숙지 않았던 원격진료도, 피트니스앱을 통한 홈트레이닝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둘째, 전염병으로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기업 경영자라면 육체·정신 건강은 물론, 건강한 먹거리 시장 부상에도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유럽에서 신선한 과일과 채소 소비가 늘어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셋째, 가치의 개념이 재정립되고 있다. 가격이 싸냐 비싸냐의 이슈가 아니다. 경제적 타격이 큰 소비자는 가격 대비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찾는다. 다른 한편으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었다. 이는 기업이 더욱 가속화된 시장 양극화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넷째, ‘홈코노미’에 주목하자. 앞으로는 인테리어, 식료품 등 가정 내 지출 급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4가지는 이미 확실해진 트렌드다. 이제 잠재적 트렌드로 고민해봐야 할 4가지를 찾아보자.
첫째, 큰 브랜드가 무조건 선호될 것인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거 ‘빅 브랜드’가 주로 소비 시장을 이끌었다. 코로나19 이후 규모는 작지만 소비자 요구를 잘 충족시킨, 이른바 ‘반란’ 브랜드도 급부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또한 ‘로컬’ 브랜드도 주목받았다. 과거 새로운 브랜드를 선택할 때 ‘지역’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브랜드 선호도가 확실히 다채롭고 뾰족해졌다. 둘째, 과학적 근거가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 살펴야 한다. 코로나19로 의사와 과학자에 의존하는 현상이 짙어졌다. 예를 들어 건강 관련 식품에서 과학적 근거를 갖춘 제품과 서비스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지속 가능성과 안전 사이에서의 우선순위를 고민해야 한다. 지속 가능성은 ‘차세대 디지털’이라 불릴 만큼 새로운 트렌드고 장기적으로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환경보호 같은 지속 가능성 이슈보다 안전이 강조됐다. 적어도 단·중기적으로 지속 가능성과 안전 사이에서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 분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도시로 밀려들지, 아니면 교외로 떠날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조용하고 넓은 교외에서의 느린 삶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코로나19가 도시화라는 큰 물결을 막아설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1호 (2021.03.24~2021.03.30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