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비즈니스리뷰

유연근무제, 결과 중심 역량평가로 여성 경력 ‘새는 파이프라인’ 막아야

유연근무제, 결과 중심 역량평가로 여성 경력 ‘새는 파이프라인’ 막아야

Special Report 2.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늘리려면

  • 읽기 소요시간

Article

유연근무제, 결과 중심 역량평가로 여성 경력 ‘새는 파이프라인’ 막아야
ko
한눈에 보기

경력을 시작할 때는 여성과 남성의 고용률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경력 경로가 흐를수록 직장에서 이탈하며 임원 단계에 이르러서는 무척 낮은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다. 베인이 경력 경로 구간별로 여성 인력의 이탈률을 분석한 결과, 입사 후 5년이 지난 시점에 많은 여성 인력이 출산과 양육으로 직장을 떠났다. 이어 대리급, 과장급 등 주니어 리더십으로 올라갈 때도 불리한 역량 평가 및 승진 기회 부족으로 많은 여성이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 부족 역시 여성의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여성 인력의 유출을 막고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는 ▲유연근무제 확대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 ▲임원 육성 프로그램 내 여성 비율 타깃 설정 ▲결과 중심의 역량 평가 확립 ▲다양성 지표 공시 의무화 등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새는 파이프라인

경력 경로의 출발선에서 여성과 남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기업에 고용된 사원급 여성은 44%로 인구의 49%가 여성인 것과 비교하면 여성의 대표성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을 거쳐 임원에까지 이르면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해서 낮아져 4%로까지 떨어진다. 경력 경로를 따라 놓인 파이프라인 어딘가가 새는 것이다.

미국의 교육학자인 클락 블리켄스타프는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 교육 단계에 따라 여성의 비율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새는 파이프라인(leaky pipeline)’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1 초기 교육 단계에서는 여학생의 비율이 높지만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며 박사후연구원, 교수 등으로 경력이 진행될수록 여성의 비율은 급격히 감소했다. 경력 경로를 따라가면서 여성의 비율이 감소하는 것은 비단 STEM 학계만의 일은 아니다. 기업과 사회, 전반에 걸쳐 새는 파이프라인 문제로 여성들이 이탈하고 있다.

imagezfw6i.png

한국 기업의 여성 대표성 문제 역시 여성 리더십으로 성장할 이들이 경력 중간에 이탈하며 승진 기회와 자원의 부족으로 임원 직전 단계에서 임원으로 도달하지 못하는 데 있다. 베인은 여성 인재가 이탈하는 이유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경력 경로 구간별 여성 인력의 이탈률을 분석했다.(그림 1) 분석 결과, 입사할 때 44%였던 여성 비율은 대리급이 되는 시점에는 29%로 급감했다. 입사 후 5년 정도 시기로 볼 수 있는데 이때 가장 많은 여성 인재가 유출됐다. 이후 과장급에서 차장급의 주니어 리더십으로 올라갈 때는 여성 비율이 20%에서 7%로 13%포인트가 줄어 여성 인재 이탈 현상이 두드러졌다. 경력 초기 여성 인력의 이탈은 생애주기상 출산 및 육아와 관련이 깊다고 볼 수 있다.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과 육아휴직 후 경력 공백에 대한 사회적 관용 부족 탓에 여성들은 직장에 바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주니어 리더십 단계에서의 이탈은 여성에게 불리한 역량 평가 및 승진 기회 부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마지막으로 전 경력 경로에 걸쳐 기저에 깔려 있는 국내 기업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 부족 역시 여성 인력의 이탈을 부추긴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베인은 ▲유연근무제 확대 ▲남성 육아휴직 할당 ▲육아휴직 사용 압박 요소 제거 ▲임원 육성 프로그램 내 여성 비율 타깃 설정 ▲결과 중심의 역량 평가 확립 ▲다양성 지표 공시 등의 해결 방안을 제안한다.

1. 첫 번째 누수 포인트, 초기 경력 5년 여성 인력 유출

중간관리자에 도달하는 30대 여성의 상당수가 출산 및 육아로 인해 일과 가정 양립의 도전에 직면하며 경력 단절을 겪는다. 연령대별 여성 고용률을 살펴보면 통상적으로 대리/과차장 직급이 되는 30대 구간에서 급격히 감소한다.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의 여성 고용률 감소는 30대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2022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9%였지만 자녀가 있는 30대 여성은 54%에 그쳤다. 이는 자녀 육아와 관련된 일과 가정 양립 문제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연근무제 확대

image9agm2.png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는 육아 시간 확보가 필수적이나 이에 가장 효과적인 유연근무제도의 정착은 미흡하다. 육아정책연구소 조사 결과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맞벌이 가구의 55%가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육아 시간 확보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표 1) 돌봄 비용이나 서비스를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모들에게는 어린 자녀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가장 절실한 것이다. 그러나 2022년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여전히 유연근무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이 75%에 달했다. 시간선택제, 시차출퇴근제, 재택근무제 등 유연근무제도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실질적인 실시 현황이 8~21%로 미흡했다.(표 2) 주당 평균 재택근무일 수 기준으로 유연근무제도의 활용률을 타 국가와 비교했을 때도 2023년 기준 선도 국가들의 경우 주 1, 2일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반면 한국은 0.4일에 그쳐 실질적인 활용률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imageg0vbf.png명목상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조직 내 압박으로 인해 실사용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내 일과 가정 양립 제도 실현이 부진한 이유로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상사 및 동료들의 눈치’ 때문이라고 답했다.(표 3) 이어 ‘승진 및 평가 등에 대한 불이익’이라고 답한 비중도 20%로 높은 편이었다. 이러한 문제의 배경에는 업무시간 및 물리적 출근을 중시하는 인풋(input) 중심의 평가 체계가 있다. 장기간 근무가 반드시 좋은 성과로 이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결과 중심이 아닌 인풋 중심의 평가 관행이 남아 있어 자유롭게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수 없는 문화가 팽배한 것이다.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유연근무제를 확대하려면 다양한 근무 형태와 자율성을 제공하고, 결과 중심의 평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은 근로자가 상황에 맞게 근무 환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는 것이다. 출근 시간과 야근 여부 등 인풋 중심의 평가 방식을 결과(output)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모범 사례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를 들 수 있다. 세일즈포스는 팬데믹을 기점으로 직무에 따라 100% 재택 및 원격 근무 옵션을 제공하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팬데믹이 끝나고 많은 기업이 ‘사무실 복귀(Return to Office, RTO)’에 나섰지만 세일즈포스는 유연근무제를 유지했다. 또 재택근무, 사무실 출근, 하이브리드 등 여러 근무 형태의 옵션을 마련해 직무에 따라 선발 공고에서부터 원격근무 수준 목표를 지정했다. 이와 더불어 원격근무 시에도 협업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플렉스 팀 어그리먼트(Flex Team Agreement)’라는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각자의 필수 근무시간을 도출하고 팀 내에서 합의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유연근무 환경에 맞춰 평가 항목도 재정의했다. 차장급 이상의 관리직을 대상으로 ‘매시브 리싱크(massive rethink)’ 캠페인을 시행해 기존의 출퇴근 시간 등 인풋 기반의 평가 항목은 최소화하고 ‘문서 및 구두 소통 역량’ ‘협업 역량’ 등 원격으로 근무하는 환경에서 중요시되는 역량들에 대한 평가 가중치를 대폭 확대하는 등의 변화를 단행했다. 이는 단기간 내 변화가 어려운 정성적 요소들을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확산시킨 결과다. 여전히 상사 눈치 보기 등으로 실질적인 유연근무제 활용률이 낮은 국내 기업에 세일즈포스 사례는 최고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과 사내 문화 조성이 유연근무제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경직된 근무 방식은 인력 이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우주발사체 업체인 스페이스X가 직원들에게 풀타임 출근을 요구하자 시니어 인력이 이탈해 고위직 직원 비율이 15% 감소한 바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사무실 출근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경쟁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증가해 고위직 직원 비율이 5% 감소했다. 반면 AI 엔지니어 등 일부 영역에서는 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유연근무제는 더 이상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도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근무 형태를 제공하고 기업의 상황에 맞게 유연근무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넓은 시각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남성 육아휴직 할당 실질 활용 지원

유연근무제와 더불어 초기 경력 단계의 여성들이 일-가정 양립을 수월하게 할 수 있으려면 육아휴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남성 배우자들도 육아휴직을 활용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여전히 한국 기업의 육아휴직은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데 이는 남성의 육아 참여 기회를 빼앗을 뿐 아니라 남녀 간 경력 격차를 심화한다.

남성의 육아휴직 활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 감소에 대한 부담이다. 2022년 기준 한국 남성의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은 40% 수준에 그친다.이는 육아휴직 기간 동안 기존에 받던 급여의 최대 40%만 받는다는 의미로 남성들이 급여 손실을 감수하고 육아휴직을 사용하기에는 금전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남성의 육아휴직 활용률을 높이려면 남성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을 상향하고, 나아가 남성에게 육아휴직 사용을 의무화하는 정책도 고려할 수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성평등 선도 국가의 경우 소득대체율이 평균 80% 수준으로 기존 소득과 큰 차이가 없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은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를 촉진하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선도 국가들은 ‘아빠 육아휴직 할당제’ 도입을 통해 남성들의 육아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국가별 최소 60일에서 최대 150일까지 남성에게 육아휴직 일수를 할당하며 이는 배우자에게 양도가 불가능하다. 미사용 시 일수가 자동 소멸되므로 가구 입장에서는 그만큼 금전적 혜택을 놓치는 셈이 된다. 한국 역시 이러한 ‘실질적 의무화’ 제도를 도입해 남성들의 육아 참여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image1jupg.png

육아휴직 사용 전후 압박 요소 제거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때 여러 불이익이나 압박도 존재한다. 많은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때 동료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과 복귀 후에도 회사 적응을 위한 별다른 지원 없이 역량 부족에 대한 대내외 편견과 싸워야 한다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많은 국내 기업이 육아휴직 공백 발생 시 대체 인력을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업무가 타 동료의 업무 가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이에 따라 많은 육아휴직 대상자가 눈치를 보며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거나 여성 직원 위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며 육아 부담을 홀로 짊어지는 경우가 많다. 육아휴직 후 복직 이후에는 온보딩 기간 없이 바로 실무에 투입돼 개인의 노력으로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기업은 육아휴직 사용 전후의 압박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대체 인력 보강 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화학기업 듀폰은 직원의 육아휴직 시 출산 및 인수인계를 위한 기간까지 포함해 14개월간 대체 계약직 인력을 자동으로 채용한다. 이는 대체 인력을 고용하는 것을 추가 비용으로 보지 않고 장기적으로 여성 인재를 육성하고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한 투자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제도는 대체 인력 보강을 체계화함으로써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근로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육아휴직 종료 후 회사에 복귀했을 때도 업무 및 조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책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P&G는 육아휴직 기간 종료 3개월 전부터 HR 부서에서 사전 복귀자에 대해 면담을 진행한다. 복귀 후 어떤 업무를 맡고 싶은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등을 사전에 협의하기 위해서다. 이 프로그램은 복직자들의 원활한 업무 적응을 지원함으로써 경력 공백이 업무 역량 저하로 이어진다는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2. 두 번째 누수 포인트, 주니어 리더십 여성 인재의 이탈

경력 초기 일-가정 양립이라는 장애물을 넘어 주니어 리더십까지 온 여성들에게는 두 번째 도전 과제가 주어진다. 남녀 모두에게 버거운 경쟁에서 이겨 임원이 되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족한 여성 리더십 네트워크와 여성에게 불리한 역량 평가 시스템, 남성 중심의 획일화된 리더상은 우수한 여성 인재가 역량을 제대로 발휘해 경력의 사다리를 오르는 것을 어렵게 한다.

임원 육성 프로그램 여성 비율 타깃 설정 멘토링 프로그램 활성화

imagebpl8m.png남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임원진 사이에서 주니어 여성 리더가 롤모델을 찾기는 너무나 어렵다. 여성가족부가 여성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가 경력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조직 요인으로 네트워크 및 멘토 부족을 꼽았다. (표 4) 상급자 및 하급자들과의 의사소통(21%)이나 여성에 대한 차별적 관행(21%) 등도 주요 요인으로 꼽히지만 네트워크 및 멘토 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 리더가 전혀 없거나 매우 전형적인 여성 리더만 있는 조직에서는 여성 직원들의 동기부여가 감소하고, 이는 조직 관리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여성들은 리더로서 필요한 업무 수행 방식, 노하우, 조직의 핵심 정보 등을 학습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하게 되고 이는 승진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한국 기업 전반에서 여성들에 대한 교육 기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여성 인력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데 필요한 의사소통 및 문제해결 능력, 리더십 등 소프트스킬을 배울 수 있는 역량 개발 및 코칭 시스템이 미흡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멘토링과 리더십 교육, 임원 후보자 교육 등에 참여한 여성 관리자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여성들은 리더로서 성장할 기회를 충분히 가지지 못하며 필요한 스킬과 지식을 축적하지 못해 경쟁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기업은 핵심 인재풀 내 여성 비율을 주의 깊게 관리하고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해 우수한 여성 인재가 임원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고성과자 중심의 잠재 리더급 핵심 인재풀에 성별, 인종, 학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비율 목표치를 설정해 역량 있는 인재들이 승진 평가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기회와 평등을 보장할 수 있다. 또 여성 주니어 및 중간관리직 근로자들은 리더로서 필요한 소프트 스킬을 함양할 기회가 부족하므로 임원급 멘토와의 면담 및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여성 임원 롤모델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GM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인사책임자(CHRO), 지사 대표 등 주요 임원급 자리에 여성 비율 할당을 설정해 파이프라인을 관리하고 있다. 단순히 인재풀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성별, 학력, 인종 등의 특정 배경 때문에 승진 평가에서 배제되는 가능성을 줄이고 숨은 고성과자들을 발굴해 이들이 최대한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 또 다른 사례로 IBM은 임원이나 핵심 기술 인력 중 여성 비율을 별도로 관리하는 등 다양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핵심 인재를 관리하고 있다. 파이프라인별 승진 후보자 풀의 다양성 수준을 항상 주시하고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부서의 리더십에서 승진 후보자 풀을 재고하도록 권고하는 식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방침에 대해 역차별이라는 반대 의견도 나오지만 IBM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사업 성과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IBM은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여성 비율이 낮아진다는 점을 고려해 D&I 여성위원회를 설치해 모든 직원에게 동등한 역량 확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경력 단절을 고민할 수 있는 리더급 여성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해 그들의 경험을 듣고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나누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여성 리더 본인의 성장을 가로막은 장애물이 무엇인지 공유하고 리더십의 극복 사례를 청취한다. 아울러 비즈니스 관계, 전략적 네트워킹, 일-가정 균형 확보, 지지 관계 형성 방법 등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필요한 교육을 제공한다.

결과 중심의 역량 평가 확립

한국 사회는 전반적으로 남성 중심의 획일적인 리더상 및 여성 리더에 대한 편견이 있으며 이는 임원 역량 및 승진 평가 시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낮은 직급에서는 평가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지만 임원급에서는 다양한 요인이 평가에 반영되면서 기존 남성 중심적 문화에서 비롯된 특성이 주요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사업 파트너와 주말에 골프를 치거나 술자리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당연한 네트워크 역량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자리에서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암암리에 이뤄진다면 여성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기 쉽다. 또 이는 “여성들은 네트워킹 역량이 부족하다, 친화력이 없다”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 관리자들은 남성 관리자 대비 ‘리더십, 창의성, 적극성’ 역량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요구받고 대신 일의 성과 및 업무 전문성에 집중해서 요구받는 경향이 있다. 이는 여성들이 조직 내 관계 형성이나 리더십 면에서 남성에 비해 부족하다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편견은 여성 관리자들이 리더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게 하며 객관적인 성과 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여성 리더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산업 및 직무의 다양화에 맞춰 리더상도 그에 맞는 역량에 따라 재정의하고 평가제도를 혁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IBM 사례는 이러한 노력을 잘 보여준다. IBM은 리더급 인사 평가 시 비즈니스 성과뿐만 아니라 조직관리 및 리더십 관련 역량을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예를 들어 소속 직원의 몰입도 평가 점수, 보유한 기술의 희소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집된 피드백 등을 판단 지표로 사용해 평가자가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3. 세 번째 누수 포인트, 국내 기업의 저조한 다양성 인식

국내 기업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 부족은 여성의 경력 경로 전 과정에 걸쳐 여성 인력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많은 기업이 이제는 다양성 포용과 여성 유리천장 이슈가 많이 해결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재 시행 중인 제도의 효과에 대해 과신하는 등 기업 내 여성 대표성 이슈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특히 여성 신입 사원의 높은 비율만 보고 시간이 지나 이들이 임원이 되는 시점이 되면 낮은 여성 대표성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 파이프라인 곳곳에서 여성 인력이 대거 이탈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과도한 낙관이다. 이러한 기업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다양성 포용 수준의 현황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지표들을 공시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 주도 다양성 지표 공시 의무화

imagehf76.png

국가 차원에서 민간 기업들의 다양성 지표 공시를 의무화하는 것은 기업과 사회 전반에서 여성 대표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대상으로 여성 임원 비율, 남녀 임금 격차, 육아휴직 사용자 수 등의 다양성 지표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을 대상으로는 공시 의무가 미비해 다양성 지표 공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기업 내 다양성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행 대비 다양성 관리 지표의 수와 공시 의무 적용 기업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유럽 및 아시아의 자본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들의 다양성 공시 지표를 볼 때 신규 입사자, 중간관리자, 임원 등 여성 임직원 비율을 비롯해 성별 임금 격차, 남녀 평균 근속 연수, 남녀 출산 및 육아휴직 사용률 등의 지표를 고려할 수 있다.

다양성 지표 공개의 이점은 OECD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OECD 국가 중 다양성 지표 공개 수준이 높은 프랑스, 네덜란드 등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여성 관리직 비율이 연평균 5% 수준으로 크게 성장했다. 반면 다양성 지표 공개 수준이 낮은 한국의 경우 여성 관리직 비율이 오히려 감소했다. 성평등 지수가 낮은 편인 일본은 여성 근로자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지난해에는 성별 임금 격차 공시 제도를 도입해 정부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성 근로자 관련 통계는 여성 채용률, 육아휴직 취득/사용률, 여성 임원 비율 등이며 공시 의무 대상 기업은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단위로 확대했다. 일본 정부는 인구 감소로 인한 인재 확보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변화를 도입했고, 그 결과 OECD 성평등 지수 및 기업 내 여성 대표성에 있어서 한국 대비 빠른 개선을 보이고 있다. 실제 2019년 이코노미스트지에서 매긴 유리천장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29위, 일본은 28위를 차지했는데 지난해 한국이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일본은 27위로 순위가 올라섰다. 성별 임금 격차 공시제도를 도입한 지 얼마되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를 확인하기는 이르지만 프랑스 등 오래전부터 임금 격차 공시제를 도입한 사례를 참고하면 향후 몇 년 내에 성평등 수준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다양성과 포용은 단순한 당위성을 넘어 국가 경제와 기업의 재무성과, 조직의 동기부여 강화 등 실질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어젠다이다. 특히 OECD 최하위 수준인 여성 노동지표를 감안할 때 국가는 성평등한 조직과 리더십 구성을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수준에 맞춘 강제성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도 이에 맞춰 사규와 사내 문화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은 유연근무제 확대, 육아휴직 사용 장려, 여성 임원 육성 프로그램 및 멘토링 프로그램 활성화, 인재상 재정의 및 다면 평가 확대 등을 우선순위로 고려할 수 있다. 정부 또한 다양성 지표 공시 의무화 관련 법안을 신중히 검토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다양한 여성 리더가 배출되면 이는 조직 내 편견을 줄이고 후배 여성들에게 영감을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모든 인재가 제약 없이 기여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DBR mini box I: 여성 CEO들이 말하는 ‘여성 리더십’ 

“여성들도 성과로 편견 이긴다는 자기 확신을 가져야”

[동아비즈니스리뷰=신민기 객원 기자] 한국에는 여전히 기업 내 여성의 유리천장이 존재하지만 일부 여성 리더는 그 한계를 뛰어넘어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에서 리더로서 조직을 이끌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여성 CEO들에게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하고 더 많은 여성이 공정한 기회를 통해 리더가 되려면 조직과 개인의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들어봤다.

LG그룹의 광고 계열사 HS애드 박애리 대표는 2005년 HS애드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후 LG그룹 내 첫 여성 CEO로 선임됐다. 전무로 승진한 지 3년 만에 CEO로 선임되며 성과를 바탕으로 한 발탁 인사 케이스로 꼽혔다. 게임개발자 출신인 스마일게이트 장인아 대표는 온라인 게임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3년부터 스마일게이트게임즈를 시작으로 계열사 대표를 연달아 맡으며 스마일게이트를 대형 게임사로 키워냈다. 롯데멤버스 김혜주 대표는 1994년 SAS Korea 입사 후, SKT, IBM, 삼성전자, KT와 신한은행 등 여러 회사를 거치며 데이터 분야 전문가로 명성을 쌓았다. 2023년 롯데그룹 최초로 외부 인사 출신 여성 CEO로 선임됐다. CJ ENM 커머스 이선영 사업총괄 대표는 2021년 CJ온스타일이 업계 최초로 패션 부문 취급고 1조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낸 주역으로 올해 CJ ENM 최초로 여성 대표 및 사내 이사로 선임됐다. 베인앤드컴퍼니가 실시한 성 평등 리포트 작성에 참여한 이들의 인터뷰를 요약, 정리했다.

여성의 리더십 확대를 위해 기업과 정부의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박애리: 기업 내 여성 리더 확대는 상위 10% 리더들의 공감과 의지 없이는 결코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 과제이다. CEO와 최고경영진은 다양성에 대한 강한 공감대와 의지를 보여주고, 개인이 아닌 성별에 따르는 무의식적인 편견을 없애며, 모두가 동등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부 리더는 여성을 약자로 생각해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여성의 기대 수준과 성취감을 떨어뜨리고 역차별 이슈를 조장해 자연스러운 조직문화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대신 명확한 성과와 역량 기반의 평가를 통해 여성 리더의 선례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과거 사업부 리더 시절, 명확한 결과 지표를 기준으로 여성 팀장을 많이 선임했고, 이는 실제로 좋은 성과로 이어져 다른 사업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본인이 속한 기업이나 조직이 여성 리더십 확보에 앞장서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차근차근 여성 리더 선발의 선례를 구축하면 성공 사례가 쌓임으로써 여성 리더 육성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장인아: 일정 수준 이상의 여성 리더십 절대 숫자를 확보하고 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이는 여성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다. 지금은 한국 기업 내 여성 임원 수 자체가 충분치 않아 많은 여성 임직원이 무의식적, 의식적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도전을 주저하게 된다. 여성 임원의 존재 자체로도 임직원의 절반을 효과적으로 동기부여시킬 수 있고 여성 임원들의 다양한 리더십 모델이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후배를 이끄는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다. 여성 임원이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기업은 적극적인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일부 여성 후배가 감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행동을 보일 때 이를 피드백해 줄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스스로 잘못된 행동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경험, 시행착오를 이미 겪어온 선배 리더들의 멘토링을 통해 조직에 적합한 성향과 자기 객관화 능력을 길러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김혜주: 사내 주요 임원 인재풀을 관리하고 그 안에서 다양성 포용 수준을 지속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 비율, 승진 연한과 같은 다양성 지표를 선정하고 관리하자는 것인데 이때 전사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라 조직별, 직급별로 관리하고 지표 개선에 기여한 조직 및 개인의 성과를 충분히 인정하고 장려하는 문화가 같이 수반돼야 한다. 현업에서는 여성 인재가 마케팅, 소비자 보호 등 직군에 집중되고, 전략/기획 혹은 전사 중요 TF 등에는 주니어 직급부터 뽑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여성 임직원은 임원은커녕 중간관리자 단계에서부터 필요한 경험을 가지기 어렵다.

또한 남녀 모두를 위한 일-가정 양립 문화를 구축하고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남성에게도 육아휴직을 할당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남성 육아휴직 비중을 20∼40%로 명확히 할당하고, 이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정부지원금 일부가 소멸하는 방식으로 실질적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남성이 일부라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여성의 경력 공백이 짧아져 조직에서도 여성 인력을 기다리고 다시 빠르게 업무에 복귀하기가 쉬워진다. 롯데그룹이 남성 직원에게 한 달간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다.

이선영: 회사의 임원진을 구성할 때 성별과 역량의 다양성이 가지는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리더십은 공감, 인지, 감각의 세 박자가 갖춰져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조합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여성의 강점이 결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경험에 따르면 여성 리더들은 운영의 세부 사항을 꼼꼼하게 챙기고 의사소통을 할 때 더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특성이 있다. 그 밖에도 실무적 통찰력, 시장 내 타이밍을 보는 기민함, 경쟁심 등 남성에 뒤지지 않는 여성 리더들이 많다고 느낀다. 여성이 리더로서 발휘할 수 있는 강점을 인정해주고 각 직무에서 가장 적합한 역량을 갖춘 사람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지 조직 스스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력의 사다리를 오르고 있는 여성들에게 조언한다면.

장인아: 종종 여성들이 감정적이거나 위험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편견을 기억하고 자기 객관화 및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공정함에 대해 집착하기보다는 정무적 판단을 통해 조직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제되고 자신감 있는 사회적 언어를 학습하고, 감정적 판단을 지양하기 위한 개인적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편견에 대한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컴플레인을 하는 대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상황을 지켜보며 소통 방식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습득한 여성은 조직 내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네트워킹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남성 네트워크에 억지로 참여해 과도하게 노력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한두 명과의 깊이 있는 관계를 통해 정보를 얻는 방식도 효과적이다.

박애리: 일과 가정을 양립하며 커리어를 이어 나가는 비결에 대한 질문 중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전제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도 일하는 여성을 존중하고 대우하도록 가족들을 나의 커리어의 절대 우군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족에게 본인의 커리어 상황 및 고민을 솔직히 공유하고, 필요할 때 도움을 당당히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들에게 업무 관련 경험을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커리어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다. 워킹맘 후배들에게 ‘가족이 희생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대신 ‘가족에게 롤모델이 된다’는 생각을 하라고 꼭 강조하고 싶다.

김혜주: 여성들이 커리어를 이어 나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선택에 대한 자기 확신, 그리고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한 집중이다. 특히 출산, 육아로 시간 관리가 어려워지는 때에 네트워킹을 위한 골프나 술자리 모임 등에 대한 압박감을 가지는 경우들이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임원 승진은 가족과 시간을 보낼 권리를 포기한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조직에서 개인의 성과를 인정받는 데 더욱 집중했다. 커리어를 쌓아 나가며 여성에 대한 차별로 손해를 봤다고 생각되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억울해하며 하나하나를 다투기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성과에 더 집중하려고 애썼다.

이선영: 여성들이 커리어를 이어 나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일에 대한 진심과 몰입이다. 어려운 일을 피해가려 하지 말고, 성취를 이루기 위해 부딪쳐 이겨내는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여성 직원이 열심히 일하다가 위기의 순간에 포기하거나 주위 환경을 탓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여성들은 육아와 가정 등의 이유로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 처하기 쉽지만 자기희생에 과도하게 집중하거나 억울함에 잠식당하지 않고 꾸준히 일에 몰두한다면 결국에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성별을 불문하고 일에 몰입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 이들이다. 사무실 출근 시간이 길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고민에 들이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이러한 시간들은 결코 배신하지 않고 실력으로 입증된다. 진심으로 일에 몰두하고 성과를 이루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동아비즈니스리뷰

태그

베인에 궁금하신 점이 있으신가요?

베인은 주저 없이 변화를 마주할 줄 아는 용감한 리더들과 함께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담대한 용기는 고객사의 성공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