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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우석 베인앤드컴퍼니 서울사무소 파트너] "정말 하루가 1년 같군요." 며칠 전 필자와 만난 국내 대기업 CEO가 생성형 AI의 눈부신 발전 속도에 대해 평가한 말이다. 불과 며칠 전 보고받은 내용조차 기시감 가득한 구닥다리 정보가 되어 버리니, 남들보다 앞서가는 건 고사하고 뒤처지지 않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더란 얘기다.
2022년 11월 챗GPT의 출시가 '생성형 AI 시대'의 본격적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면, 2023년은 생성형 AI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탐색하는 원년이었다. 이어 올해는 보다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추구하는 한 해가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기업의 약 90%가 생성형 AI 파일럿(시범) 사업을 추진 중이며, 일부 업무에 이미 생성형 AI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들 중에서도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소위 'AI 리더 기업'들은 생성형 AI 도입 확대를 위해 연간 5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한편, 많게는 수백 명의 전담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이들은 영업, 마케팅, 소프트웨어 개발, 고객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의미 있는 초기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필자의 관찰 결과 이들은 지난 수년간 추진해 온 업무 자동화 혹은 디지털화(digitalization)의 단순 연장선상이 아니라, 생성형 AI 활용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변화시켜 가고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물론 부정확한 정보 생성(할루시네이션), 사내 정보 유출 등 생성형 AI와 관련된 여러 우려 요인들이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생성형 AI 관련 규제에도 여전히 개선·보완되어야 할 측면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리더 기업'들은 파일럿(시범) 사업을 통해 얻은 교훈(Test&Learn)을 바탕으로 각자의 상황에 부합하는 현실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나친 신중론에 매몰되어 생성형 AI 도입 적기를 놓치게 되었을 때 감당해야 할 '실기(失期)' 리스크를 훨씬 더 중차대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같은 성격의 우려들은 혁신적인 신규 기술들의 도입 초기 단계마다 항상 존재해 왔다. 예를 들어 이제는 거의 모든 기업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클라우드도 초창기 제기된 보안 관련 우려를 불식하는 데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와 비교해 보면 생성형 AI를 둘러싼 초기 우려들은 기술 자체의 급속한 개선, 보완 및 'AI 리더 기업'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필자가 만나 본 대다수 우리나라 기업들은 여전히 지나친 '신중 모드'를 견지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설익은 기술 탓, 불완전한 규제 탓을 하며 관망하다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에 뒤처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생성형 AI 시대,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