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향후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려는 기업은 시장을 조사할 때 통념이나 거시 데이터에만 기대서 평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업태에 맞는 소비자 기반과 인력, 운영 환경이 구축돼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많은 다국적 기업이 '필승의 전장(must win battlefield)'으로 꼽는 나라다. 소비재 시장 성장의 50% 이상을 이끄는 강력한 시장이지만 진출 난이도 역시 가장 높은 시장이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지역 내 역량 있는 노동력 고갈 현상, 해고가 자유롭지 않은 경직된 노동 환경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다국적 기업이 많다.
또 주요 지역이 지리적으로 분산돼 있어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 그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각 업종마다 선도 기업 4~5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승자 독식 시장'을 이룬다. 세분화된 시장에 접근하는 니치 포지셔닝, 혹은 현지 업체와의 파트너십, 대규모 투자를 통한 유통망 구축 없이는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말레이시아는 경제 규모에 비해 소득 수준과 소비 수준이 높은 나라다. 유통 채널과 신용 시스템도 아세안 국가 가운데 상당히 선진화된 곳이기에 많은 소비재 기업이 주목할 만한 국가다. 베트남은 20~30대 인구가 많고 1인당 소득 수준이 급성장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소비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고, 도시화나 유통망 발전 속도가 매우 느리기에 단기간에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시장이다. 국내 소비재, 유통 기업이 아세안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로는 아모레퍼시픽•오리온•코웨이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의 성공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1 | 국가별 시장 특성 명확히 이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별로 시장의 특성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싱가포르•말레이시아에서 매장당 매출 기준 최상위권을 기록 중인 아모레퍼시픽을 예로 들 수 있다.
아모레는 국가별로 소비 수준과 화장품 시장의 성숙도를 먼저 조사한 뒤 해당 국가에서 주력으로 마케팅할 상품을 결정하는 체계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뷰티 산업이 발달한 태국에는 고급 브랜드 설화수를 론칭해 부유층을 공략했다. 싱가포르와 필리핀•말레이시아 등지에는 중산층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 라네즈를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싱가포르에서는 기초 화장품 중심,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서는 색조 화장품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2 | 기후부터 소비자 입맛까지 모두 고려
오리온은 베트남에서만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주력 상품인 초코파이가 현지 신전의 제수용품으로 쓰일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그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에 있다. 초코파이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할 때 섭씨 30~40도에 이르는 고온다습한 기후에도 녹지 않는 파이를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또 베트남 소비자의 입맛을 연구해 새우맛, 해조류맛 스낵 등 지역 친화적인 상품을 출시하며 선호도를 끌어올렸다.
3 | 대학생부터 확보하는 선제적 인력 투자
아세안처럼 성장률이 높고 진입하려는 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시장에서는 능력 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최근 역량 있는 인재는 여기저기 이직하며 몸값을 불리는 경우가 많아 모셔오기조차 힘든 경우가 많다.
역량 있는 인재를 미리 확보해 미래의 현지 임원으로 뽑아 키우는 투자가 필요하다. 많은 다국적 기업이 아세안에서 가장 많이 투자하는 분야가 현지 대학 졸업생, 고성과 실무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경영자 준비 프로그램이다. 현지 직원에 대한 평가와 보상 체계를 유연하게 적용해 회사에 대한 오너십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