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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Review] 금융사도 탄소중립 경쟁…시장 선점하는 은행이 수익성도 높아질 것

[Industry Review] 금융사도 탄소중립 경쟁…시장 선점하는 은행이 수익성도 높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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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Review] 금융사도 탄소중립 경쟁…시장 선점하는 은행이 수익성도 높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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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우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최근 전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이 '탄소중립' '탈(脫)화석연료' 등을 외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동맹체인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Glasgow Financial Alliance for Net Zero)'을 설립했는데 이 연합에 속한 금융기관은 약 450개(110개 은행 포함), 총 자산 규모는 130조달러에 달한다. GFANZ 회원사 중 약 65%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굴뚝 산업이 아닌 금융 산업 내 주요 업체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세운 것은 기후위기 문제가 금융 산업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인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탄소 배출 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선도하는 은행은 후발 주자 대비 현격한 수익성 격차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가장 적극적인 '개척자(pioneer)' 그룹에 속한 선도 은행들은 30년 후 수익성이 현재 대비 25~30%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개척자 그룹의 뒤를 따르는 '추격자(follower)' 그룹의 경우 같은 기간 수익성이 5~10%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변화에 뒤처진 '낙오자(laggard)' 그룹에 속한 은행들의 수익성은 10~20% 정도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개척자 그룹과 낙오자 그룹 간 최대 50% 가까운 격차가 벌어지게 되는 핵심 원인은 이른바 '선점 효과'다. 개척자 은행들이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 관련 대출 및 투자 기회를 독차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약 3년 동안 이 같은 매력적 포트폴리오를 선점하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요구되는 추가 자본의 상당 부분을 개척자 은행들이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간을 거쳐 개척자 은행들은 2050년 기준 포트폴리오의 약 85%를 기후위기 문제에 부합하는 '그린 애셋(green asset)'으로 채울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낙오자 은행들의 그린 애셋 비중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50%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 지구 온난화 문제를 악화시키는 산업들은 향후 더욱더 강도 높은 퇴출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감안하면, 포트폴리오 내에서 굴뚝 산업 비중이 큰 은행들은 자산 매각 등의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음이 자명하다. 이것이 전 세계 주요 은행들이 '탄소중립' 목표에 공감하는 이유다.

베인의 집계에 따르면 GFANZ 소속 회원사 중 약 45%가 2030년 잠정 목표를 일부 공개했는데, 대표적으로 프랑스계 대형 은행인 BNP파리바는 2025년까지 석유 및 가스에서 10%, 자동차에서 25%, 전력에서 30% 등 3대 주요 영역에서 탄소 집약도(emission intensity)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특히 가장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는 투자 대상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기준 및 지표가 필요한 만큼의 세부적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기준도 제각각이라 비교 가능성도 현저히 떨어진다.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인 이유다.

은행은 대출·투자 등 자금 집행 과정에서 글로벌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은행들은 3년 미만의 중단기 계획 수준으로 기후위기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최고경영진이 보다 근본적 시각을 바탕으로 중장기 전략 수립을 주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착실히 기반을 쌓아가는 은행들만이 20~30년 후 의미 있는 성과를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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